나래벤처. 지난해 말에 스탠다드텔레콤이 지분을 출자해 만든 나래벤처는 지난해 새로 만들어진 20개 벤처캐피털회사 중 유일하게 한글 토종이름을 써 관심을 끌었었다.
드림, 스틱아이티, 케이디엘, 아이엠엠, 밸류라인에서부터 테크노, 엔벤처까지 ‘첨단성’을 지향하는 외래어 일색인 사명 속에서 날개의 순수한 우리말인 ‘나래’의 사용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결국 ‘나래’란 사명은 벤처캐피털업계에서 ‘두달 천하’를 마치고 종적을 감추게 됐다.
사정은 이렇다. 나래이통이 맹활약 중인데 ‘나래’란 이름으로 벤처캐피털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유사상호 사용’의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어 사전에 나래이통측과 협의를 한 것. 나래이통의 임원진들은 업종이 다르므로 별다른 문제가 없다며 흔쾌히 승낙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日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씨가 귀국하면서부터. 손정의씨가 국내 벤처기업 투자를 위해 관계사인 TG벤처, 나래이통측과 벤처캐피털회사를 만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나래이통측도 ‘나래’란 상호의 벤처캐피털회사 설립 필요성이 대두됐다.
물론 아직 손정의씨 쪽에서 적극적인 반응이 없어 담보상태지만 언제 작업에 들어갈 지 모르는 일이다. 특히 인터넷 사용이 급증하면서 도메인네임의 중요성이 더 늘고 있는 가운데 유사 도메인네임의 확보는 필수적인 사항이다. 결국 나래이통 임원진은 문서상의 계약이 없었던 만큼 구두로 최대한 정중하게 ‘나래’ 사명사용 불가방침을 전달해왔던 것이다.
나래벤처측은 부랴부랴 사명을 ‘지식과 창조(Knowledge & Creation Venture Capital)’로 바꾸고 새로 홍보작업을 벌이고 있다.
새로 CI작업을 하는 것도 부담이지만 광고홍보비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지식과 창조측의 푸념. 멋지게 ‘나래’를 펴고 부상하려던 것이 두달만에 ‘나래’를 접게 된 셈이다.
신익수 기자 soo@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