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비자카드,‘코리아 그랜드세일2002’ 후원행사

박호식 기자

webmaster@

기사입력 : 1999-11-10 17:12

외형성장에 취해 `공멸의 길` 과속질주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코끼리 몸무게와 같다”

템플턴투신운용 제임스 루니사장은 투신사들의 급격한 외형확대를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수탁고가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탄력성은 떨어지고 신탁재산에 대한 불안과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였다.

지난해 투신사들은 엄청난 특수를 누렸다. 국내경제가 IMF에 달러를 구걸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 금리가 30%대까지 급등하고 은행과 종금사가 퇴출되면서 그나마도 퇴출위험이 적고 높은 수익률을 주는 투신사로 자금이 몰려들었다. 97년말 87조에 불과했던 투신사 수탁고는 불과 1년만에 2백조원으로 늘어났다. 96년하반기에 설립돼 영업기간이 2년도 안된 많은 투신운용사들의 수탁고가 1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투자자들은 20%가 넘는 고수익률에 감격했고 펀드를 운용하는 투신사나 펀드를 판매하는 증권사들은 직원을 대거 영입해 영업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코끼리 몸무게가 커질수록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갔다. 운용실적대로 투자자금을 돌려주는 주식형과 달리 장부가대로 지급하는 공사채형의 경우 금리가 상승하면 펀드손실을 투신사나 증권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적인 리스크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어느 투신사도 이같은 리스크를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번 불붙은 외형경쟁은 그칠줄을 몰랐다. 봇물같이 쏟아져 들어오는 자금과 늘어나는 이익에 비해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르는 리스크 부담은 작은 문제로 치부됐다. 모든 투신사가 외형경쟁에 나서면서 ‘나만 망하겠느냐’ ‘모든 투신사가 잘못되는 상황이 오면 무슨 대책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모럴헤저드가 알게모르게 퍼져나갔다.

투신사나 증권사들은 수익률을 높여서라도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애썼고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리스크가 높은 채권을 편입하거나 단기상품에 금리가 높은 장기채권을 대거 편입했다. 이 과정에서 수익원 다각화가 필요했던 증권사들도 투신사의 펀드운용에 개입하면서까지 수익률경쟁에 앞장섰고 수익률을 두고 운용사와 판매사의 갈등도 불거졌다. 편입채권의 부실과 상대적인 고금리로 투신운용사들의 외형확대에 난감해 하던 기존투신사도 대우채권등을 대거 편입하면서 외형경쟁에 나섰다.

이같은 외형경쟁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모럴헤저드도 극에 달했다. 투신사들의 운용능력과는 상관없이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쪽으로 몰려들었고 상당수 금융기관들은 투신사나 증권사를 상대로 수익률 입찰에 나서기도 했다. 펀드가 부실화되도 투신사나 정부가 보전해준다는 믿음이 만연하면서 수익증권에도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고 자금시장에 밝은 금융기관들은 문제가 발생할 기미만 보이면 자금을 환매, 투자의 단기화를 부추겼다.

정부는 정부대로 금리를 하향안정화하고 주식시장을 부양해야 하는 정책적인 요구에 따라 외형경쟁의 부작용에 대해 눈감았다. 금감원이 뒤늦게 금감원이 투신사들의 수익률 경쟁에 대해 창구지도에 나서고 미스매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들어갔으나 이미 투신사들의 펀드는 손대기 어려운 상태였다. 결국 대우그룹의 자금문제가 불거지면서 펀드의 부실한 상황도 드러났고 대우사태이전에 2백40조원에 달하던 수탁고는 금융기관 환매를 금지한 상태에서도 서너달만에 30조원이 줄어들었다. 대우채권의 부실문제보다 금리인상과 비대우채권 부실로 펀드의 손실이 큰 걱정거리로 남아있다.

투신업계 일각에서는 대우사태로 인해 이같은 부작용이 조기에 불거진 것이 오히려 잘 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투신사나 증권사들이 외형경쟁을 자제하고 투자자들도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는 것. 그러나 한편에서는 또다시 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전해주고 채권시가평가가 사실상 연기되면서 2백조원의 펀드가 고스란히 시한폭탄으로 남게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박호식 기자 hos@kftimes.co.kr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오늘의 뉴스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카드뉴스] KT&G ‘Global Jr. Committee’, 조직문화 혁신 방안 제언
대내외에서 ESG 경영 성과를 인정받은 KT&G
국어문화원연합회, 578돌 한글날 맞이 '재미있는 우리말 가게 이름 찾기' 공모전 열어
[카드뉴스] 국립생태원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 강화하는 KT&G
[카드뉴스] 신생아 특례 대출 조건, 한도, 금리, 신청방법 등 총정리...연 1%대, 최대 5억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