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기준 없이 5년 이상 근무한 자는 누구나 퇴직 신청이 가능토록 자율성을 보장했는데 이번에 명예퇴직을 희망한 사람이 무려 2백21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제일화재 전 임직원의 15%에 육박한다. 당초 2백여명을 목표로 삼았던 제일은 전원 신청을 받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임직원들이 명예퇴직을 실시할 거라는 소식을 듣고 동요했으나 막상 명예퇴직이 끝나자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며 “이번 명예퇴직 실시는 성공적이었다”고 평했다. 실제로 제일화재 노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겠다”고 흥분했고,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술렁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희망퇴직이 완료된 현재 남은 직원들은 마음을 다잡은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두갈래로 갈리고 있다. 제일화재의 대대적인 감원은 중위사로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시각과 향후 경영에의 변화를 예견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오고 있는 것. 우선 제일의 명퇴 실시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21세기가 되면 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인데 이때 살아남기 위해서는 ‘몸집 줄이기’가 불가피하다는 것.
사업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건비를 줄임으로써 타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라는 평가다. 또한 중하위사간 보상업무 통합이 검토되고 있기 때문에 일찌감치 인원을 줄이는 것도 효과적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조직을 슬림화한 회사의 경우 영업력 하락의 길을 걸었던 관례를 들어 우려를 표명하는 시각도 있다. 신동아, 쌍용에 이어 8위를 달리고 있는 제일이 이들을 앞지르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조직을 줄여 회사를 안정화시킨 다음 적당한 인수자가 나타나면 매각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이동훈회장이 제일화재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어 그럴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중론이다. 가지치기로 더욱 앞으로 뻗어나가겠다는 제일화재가 제대로 가지를 쳤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김성희 기자 shfre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