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업체 관계자들과 대부분 동행하기 때문에 얼핏들으면 선심성 外遊로 비쳐질만 하지만 실상은 ‘苦行’에 가까울 정도로 일정이 빡빡하고 책임도 막중하다. 짧은 시간내에 선진은행에서 운영되고 있는 IT인프라를 분석해야 함은 물론 이를 국내에 이식시켰을 때를 고려해 철저한 분석을 해내는 일이 결코 쉽지않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은행권에서는 가장 먼저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시작한 국민은행의 경우도 당초 후보군으로 압축됐던 앤더슨컨설팅의 ‘알타미라’패키지를 직접 견학하기 위해 스페인까지 날아갔었다는 것 다 알려진 사실. ‘알타미라’가 결과적으로 국민은행의 차세대 뱅킹 소프트웨어로 낙점을 받지 못했지만 국민은행이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임했던 진지한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하나은행팀이 이같은 苦行길에 올랐다.
하나은행은 호주의 ANG은행을 직접 방문하고 이 은행에서 채용되고 있는 FNS의 뱅스(BANCS)패키지를 보고 올 계획. 이어 인도를 방문해 시티은행 자회사인 씨틸(CITIL)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현지 체험을 가질 예정이다. 이후 LG-EDS와 동행해, 벨기에등 유럽에서 운영되고 있는 美EDS의 뱅킹관련 소프트웨어를 찾아내고 귀국한다는 방침.
물론 이러한 순례는 은행권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금융결제원 가입 문제가 마무리되면 곧 종합온라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게될 신협중앙회도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삼성SDS를 주간사로 선정, 차세대프로젝트에 착수한 산업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산업은행 실무자들은 지난달 삼성SDS측의 안내를 받아 노르웨이의 노빗(NOVIT)을 방문했다. 이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통한 아웃소싱 가능성 여부를 자신들이 직접 확인하기 위한 것. 노르웨이의 경우 스칸디나비아 반도라는 지리적 여건을 감안 ‘노빗’이라는 일종의 아웃소싱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노빗’의 경우 유닉스기종으로 전산플랫폼이 구성돼있기 때문에 유닉스로 차세대를 준비하는 산업은행으로서는 좋은 경험이 됐다는 후문이다.
비롯 차세대프로젝트는 아니지만 대규모의 ERP프로젝트를 추진중인 한미은행도 실무자들을 미국에 파견해 아직 국내에 들어와 있지 않은 ERP패키지들에 대한 진지한 분석작업을 마친바 있다.
이처럼 금융기관들이 직접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예전에 비하면 다소 이례적인 일. 국내에 진출한 업체들의 프리젠테이션 자료에 근거한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한 영업환경에서 한 프로젝트당 수백억씩 쏟아부여야 하는 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잘못된 선택’이 가져올 엄청난 부작용을 미리 예방해 보자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 외국 선진금융기관의 사례를 직접 분석하고 챙기는 일은 그래서 매우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기록 기자 rock@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