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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용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1999-10-06 10:48

한도 늘린 일부 외국은행 서울지점 전전긍긍

‘대우그룹 붕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고, 최근 유동성 위기에 몰려 현안으로 불거지기까지 한국시장 최대의 잠재적 불안요인이었다. 그렇다면 냉정하고 합리적인 외국은행들은 일찌감치 대우 엑스포저를 줄여 피해를 최소화했을까. 市場에 드러난 정답은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으로 요약된다.

외국은행들이 대우 문제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렇게 발빠른 외국은행들도 대우에 관한 한 ‘도망’을 못갔다는 것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오히려 올들어 외국은행들의 대우 엑스포저가 부분적으로 늘어났다고 보고 있다. 국내은행들이 필사적으로 대우 여신을 줄이려 노력했고, 실제로 엑스포저를 줄인 곳이 적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대우그룹에 대해 외국은행들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중의 하나가 다른 재벌그룹과는 다소 다른 대우만의 특이한 ‘펀딩 스트럭쳐(Funding Structure)’ 에 있다. 다른 재벌그룹에 비해 신인도가 떨어지는 대우그룹은 자금조달방식이 달랐다. 딜을 시장에 공개해 신디케이션을 추진하는 공모방식보다는 대주와 차주가 1대1로 자금을 주고 받는 ‘바이레트럴’방식이 주종을 이루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현재 대우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FRN과 고정금리채를 포함한 모든 본드중 잔존만기가 남아있는 것은 22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집계) 다른 재벌그룹에 비교하면 형편없이 작다. 대우의 외화부채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렇다면 결국 나머지 대부분의 외화부채가 ‘바이레트럴 베이스’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바이레트럴 방식으로 대우와 거래한 외국은행들은 미리 ‘도망’을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만기가 돼도 대우측이 상환을 못하면 연장해줄 수 밖에 없다. 부도를 낼 수도 없고, 시장에 처분할 수 있는 공모방식의 거래도 아니며, 상환도 못받는 진퇴양난의 거래방식으로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실상 대우그룹이 발행한 공모방식의 본드는 지난 상반기에도 거래될만큼 거래됐다. LIBOR+15%를 전후해 매매가 이루어졌다. 물론 지금은 그나마도 중단됐고, 처분할 물량은 기왕에 처분됐다는 것이다.

대우가 거래하고 있는 외국은행은 전세계적으로 2백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유럽, 일본계 은행들이 모두 물려있다. 대우사태가 불거졌는데도 외국은행들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전후사정 때문이다. 상당수 외국은행의 서울지점장들은 아마도 요즘 잠을 제대로 못잘 것 같다.

외국은행별 대우 엑스포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시장에 일찍 들어온 곳일수록 대우에 대한 채권액이 클 것으로 추측된다. 이들은 이미 대우에 대한 신뢰를 잃은지가 오래됐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어 끌려왔다. 이들의 엑스포저중 대부분은 1년이하의 단기 론일 것으로 보이며, FRN등 유가증권은 서울지점도 구체내역을 모른다. 딜이 일어나면 주로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부킹을 하기 때문이다. 일부 외국은행에서 대우 엑스포저가 늘어난 사례 가운데는 브리지 론을 해주다가 결국 직접 여신으로 떠안은 경우도 있으며, 대우측이 본드를 발행해서 갚겠다는 조건을 추가 자금을 받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은행들이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그동안 대우그룹에 대해 금리를 조정해 이자를 더 많이 받은 것 뿐이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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