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4월23일 선물거래소 개장후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하루 계약 체결 건수가 7백~8백계약 수준에 머물러 ‘거래소’로서의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 선물이 하루 2백~2백50계약, 원달러 옵션 선물이 1백50계약 안팎, CD금리 선물이 3백계약 안팎에 불과하다. 11개 선물회사가 하루에 사당 평균 60~70계약씩을 성사시키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선물자회사를 둔 은행등 금융기관들이 지원해주고 있는 덕분이다. 이정도 거래규모로는 직원 몇 명의 인건비조차 안되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선물회사는 모두 문을 닫고 거래소도 폐장을 해야할 형편이다.
선물거래소가 이처럼 개점휴업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우선 현실을 무시한 수수료 체계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 선물거래의 경우 1계약(5만달러)당 1만2천원. 양방향으로 계산하면 2만4천원에 달해, 1달러당 48전의 수수료를 뗀다. 이에비해 은행들이 금융결제원들 통해 현물환 또는 선물환 거래를 하는데 드는 수수료는 1달러당 0.4전에 불과하다. 은행들이 1백배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고 선물거래소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의 경우도 은행을 통한 트레이딩 목적의 환거래시 달러당 비용이 10~20전밖에 안된다. 선물거래소가 활성화되려면 시장조성자(Market Maker)들을 끌어들여야하는데, 가장 유력한 은행들이 철저히 외면하는 한 시장은 침체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가격수준이 합리적인 것은 금리선물의 ‘1계약(5억원)당 8천원’인데, 지금은 단기물 CD만 대상으로 해 거래가 제한적이다. 선물회사들은 환율 선물거래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계약당 8천원수준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이정도 인하로는 은행들이 움직이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수수료 체계를 11개 선물회사들이 일률 적용하는 것은 담합의 소지도 있다. 금융계 전문가들은 오히려 획일적인 수수료 인하 보다는 거래규모에 따른 수수료 차등화를 권하고 있다. 시장조성능력을 가진 메이저급 참여자들에게는 파격적으로 수수료를 낮춰 일단 거래규모를 늘리고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대체시장이 없는 개인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현재의 수수료 수준이 높지 않으며, 유동성을 늘려 거래가 원활해지도록 해주는 편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것. 원달러 옵션 선물은 1계약의 단위가 1만달러 밖에 안돼 계약당 수수료 7천원이 더욱 부담스럽다. 아예 정상적인 거래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선물회사와 선물거래소가 이처럼 어려운 상황을 맞게된 데는 우선 시장 예측이 잘못된 데 따른 것이다. 개장에 앞선 모의시장 테스트에서 거래량이 폭주, 선물거래 수요를 오판했다는 지적이다. 또 상당수 선물회사들이 몇 년 전에 설립돼 영업도 하기전에 자본금의 상당부분을 비용으로 지출했다는 점도 과도한 수수료 책정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선물거래소가 제기능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선물회사가 문을닫는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기능적 결함과 국부유출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선물거래소가 활성화되면 NDF시장에 몰려있는 외국인들을 끌어들여 국익에 도움이 될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또 시카고 등 해외의 대형 선물시장들이 원달러 상품을 취급할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선물거래소가 초기에 자리를 잡지 못하면 자칫 해외의 경쟁자에 시장을 빼앗길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