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문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곳은 주택은행. 지난해 6월부터 준비작업을 시작해 상당한 시간과 인력을 투입했고 10월에 투신영업부를 발족, 올해 1월 7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주택은행은 국민투신의 상무로 있던 홍휘식씨 등5명의 전문가를 전격 스카우트, 현재까지 1조원의 판매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밖에 씨티은행이 투신 영업에 뛰어들었고 외환은행도 한외종금을 흡수하면서 본부외 1개 영업점에서 수익증권을 팔고 있다.
여기에 오는 4월1일부터 국민은행이 이 시장에 가세, 은행과 투신사들이 종횡으로 얽힌 경쟁의 틀이 본격적으로 짜여질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동원증권 이사 출신의 조안석씨를 부장으로 영입하는 등 6명의 전문인력을 한 팀으로 스카우트, 지난 11일자로 금감위의 영업 승인을 받았다. 눈여겨 볼 대목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우량 소매은행으로 꼽히는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이 제대로 진용을 갖추어 투신영업에 뛰어들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운영과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은 차이가 있다. 우선 주택은행은 홍휘식 투신영업본부장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는 체제를 취하고 있다. 조직의 경영 및 인사권을 한꺼번에 맡겨 본부의 다른 부서와 다를 바 없는 운영 형태를 취했다. 이에 비해 국민은행은 조안석 부장외 스카우트 인력을 영업에 집중투입한다는 전략. 마케팅만 전담하게 하고 관리 및 지원 업무는 국민은행 내부의 관리자들이 맡는 기능의 분화를 골격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두 은행모두 영업의 기본 구도는 비슷하게 갈 것 같다. 주택은행은 현재까지 법인고객만을 대상으로 수익증권을 팔고 있다. 소매업은 아직 손대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국민은행도 마찬가지. 4월부터 영업을 시작하지만, 역시 소매시장은 당분간 접근하지 않을 방침이다. 두 은행이 법인고객만을 일차 목표시장으로 잡은 것은 은행의 저축상품과 경합할 수 밖에 없는 내부 사정을 고려한 때문이다. 이 문제는 은행의 경영전략적 차원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충분하다. 수수료 수입을 노린 투신영업이 소매 고객으로까지 전면 확산될 경우 은행의 예금 또는 신탁 고객이 이탈하는 데 따른 부의 효과가 더 크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투신영업부서 실무진은 상품의 특성이 다른만큼 고객층이 차별화 될 것이라고 믿는 쪽이다. 물론 중복이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세심히 관리하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 국민은행측은 이 문제에 관한 한 보다 공격적으로 보인다. 하반기부터는 소매고객으로 수익증권 판매를 확대한다는 스케줄을 검토중이다. 이에 비해 주택은행은 조심스럽다. 아직 투신 소매영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거액고객의 이탈 가능성, 이에 따른 득실을 신중히 점검한 후 결정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택은행의 올해 매출 목표는 평잔기준 1조6천억원. 현재까지의 추세만 보면 목표를 쉽게 넘어설 전망이지만, 내달 시판되는 은행 단위형신탁등 경쟁상품의 동향과 금리 추이, 주택은행이 수신업무 전반을 고려해 선택할 전략적 ‘포지셔닝’등을 감안하면 지금 설정해 둔 계량 목표가 큰 의미는 없다는 것. 국민은행은 연말 매출 잔액을 1조 9천억원 수준으로 잡고 있다. 주택은행은 주은투신운용등 6개 투신운용사, 국민은행은 국은투신운용등 7개사와 각각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중 교보·삼성·동원투신운용등은 겹친다. 이들 투신사가 만들어 내는 펀드를 각각의 은행이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지, 은행의 이름을 걸고 통장식으로 판매하는 부담과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해나갈지, 이 시장에 뛰어든 이상 고민할 문제가 적지 않다.
은행은 투신 수익증권 판매를 통해 ‘토탈 쇼핑’의 개념에 한걸음 더 접근하게 됐다. 금융소비자는 은행 창구에 앉아서 보다 다양한 금융상품을 놓고 고를 수 있다. 수익증권을 사는 고객에 대출서비스등을 직접 연계시킬 수도 있고, 무엇보다 결제 기능이 있는 은행의 ‘통장’이 상품의 매개로 등장하게 됐다. 장기적으로 업종의 벽이 무너지면 주식의 위탁매매등 모든 금융서비스가 은행 통장을 통해 일원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너무 조급하게 투신영업을 시작하기 보다는 은행 경영의 긴 흐름을 내다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