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 금감위는 지난주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정리, 뉴브리지측에 통고했다. 성업공사 또는 배드뱅크로 이전하는 여신은 고정이하(지난해말 기준 3조8천억원)로 제한하고 따라서 워크아웃 여신을 포함한 요주의, 정상여신은 모두 뉴브리지측이 안고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정부는 2년간 풋백옵션 조건이 붙는 만큼 요주의나 정상 여신은 모두 장부가로 평가하되 2년 초과 여신에 대해서는 뉴브리지 주장대로 해당기업의 신용도나 부채상환 능력, 현금흐름 등의 변수를 감안해 시가평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뉴브리지측은 여전히 MOU상의 시가평가 원칙(MTM)을 내세워 풋백옵션과 관계없이 해당기업의 신용도 현금흐름 등만을 감안, 대출자산 가치를 평가하고 요주의나 정상여신도 배드뱅크로 이관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뉴브리지 캐피털의 웨이지안 샨 이사는 지난 27일 제일은행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대출자산 가치 평가를 둘러싼 뉴브리지측의 입장을 묻는 기자 질문에 대해 명시적인 답변을 회피하면서도 "제일은행을 소생시키기 위해서는 인터내셔널 베스트 프랙티스 원칙에 따라 클린 뱅크를 만들어야한다"고 말해 기존 자신들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다면 내달 3일까지 제일은행 매각 협상이 타결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결렬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할까. 그렇지는 않는 것으로 관측된다. 뉴브리지 캐피털의 샨이사는 27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딜이 매우 복잡하고 아직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지만 이달말까지 협상이 탁결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헌재 금감위원장도 28일 상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계속 머리를 맞대고 논의중이기 때문에 조만간 이견이 해결될 것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자들은 "뉴브리지로서는 앞으로 GE캐피털 등 투자가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푼이라도 싸게 사야하고 또 기대 수익률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배수의 진을 칠 수 밖에 없지만 특히 4월들어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빠르게 호전되고 있고 성장률등 장래 전망도 밝아 그만큼 리스크가 줄었기 때문에 당초 생각했던 것에 비해 매입조건이 다소 불리해도 이번 딜을 깨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번 제일은행 매각협상은 독점적 협상 시한이 내주 초로 잡혀 있어 금주말이 고비가 될 전망이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만약 딜이 깨질 때를 대비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른바 컨틴전시 플랜으로 재경부와 금감위는 제일은행 매각 딜이 깨진 것으로 최종 확인되는 대로 2조원 규모의 정부 추가 출자를 통해 제일은행 여신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은 물론 예금 인출 사태를 막고 IMF, IBRD와 협의해 연말까지 제일은행 민명화 시기를 늦추고 새 원매자를 물색한다는 전략이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