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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카드 수석부사장

박종면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1999-10-04 09:29

제일은행과 평면적 비교 무리, `유리한 조건` 단정 어려워

지난해 연말 제일은행이 뉴브리지 캐피털에 매각된데 이어 서울은행도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당초 예상대로 영국계 HSBC은행에 팔렸다.

HSBC은행은 제일은행 입찰때부터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HSBC는 제일은행 지분의 1백%를 요구, 51%만을 요구한 뉴브리지 캐피털에 밀리고 말았다. HSBC는 이번에는 4년후 매입조건이 붙긴했지만 1백%의 지분을 확보하는데 성공했고 마침내 의향서에 서명하기에 이르렀다.

HSBC가 제일은행 협상때부터 1백% 지분확보에 집착을 보인 것은 뉴브리지와 달리 단기간에 인수 은행을 정상화시킨후 목표수익율을 달성하게 되면 지분을 매각하고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HSBC는 1백%의 지분을 확보하는 대가로 뉴브리지에 비해 여러가지를 양보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부실여부 판정을 금감원기준으로 하기로 한 대목이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 캐피털의 경우 제일은행에 대한 실사작업에 착수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실사기준을 아직도 확정하지 못했다. 뉴브리지는 이른바 시가평가(Mark to Market Value)에 의한 실사를 요구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위는 제일은행의 전례를 교훈삼아 서울은행에 대한 협상에서는 부실판정을 금감원 기준으로 하기로 방침을 정했고 결국 얻어냈다. 이번 협상에서 전반적으로 그랬지만 제일은행이 反面敎師의 역할을 한 셈이다.

HSBC가 서울은행을 인수한 후 부실자산이 생길 경우 우리정부가 책임지는 이른바 풋백옵션기간을 일반 여신 1년, 5대재벌 여신 2년으로 한 것도 모든 여신의 풋백옵션기간을 2년으로 한 제일은행에 비해 일견 진전된 조건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풋백옵션 기간이 짧다해서 우리정부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중론. 단적으로 장차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여신에 대해 HSBC가 1년내에 부실화가 현재화되도록 여신정책을 빡빡하게 가져간다면 거래기업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수도 있고 정부부담도 결코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영업권 명분으로 우리정부가 2억달러의 지참금을 받기로 한 대목도 제일은행에 비해서는 유리한 조건이지만 장차 HSBC가 1백%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편 일부에서는 제일은행의 매각대금은 6억~7억달러 수준인데 비해 서울은행은 지참금 2억달러와 10%이상의 BIS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HSBC가 투자하게 될 7억달러를 감안하면 9억달러에 이르러 유리한 조건으로 팔았다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이는 하나의 추정에 불과하고 최종 프라이싱은 장래의 은행가치에 좌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확한 해석도 아니다. 더욱이 앞으로 우리정부가 부실자산 정리과정에서 부담할 금액이 예측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어느 은행을 비싸게 팔았다는 식의 해석은 잘못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결국 제일은행과 서울은행 매각조건을 평면적으로 비교해 어느 은행을 잘 팔았다는 식의 해석은 정확한 분석이 아니다. 다만 제일은행을 매입한 뉴브리지는 단기 투자목적의 펀드인데 비해 HSBC는 세계 최우량은행이자 최대은행중 하나라는 점에서 대외 신인도 제고 측면에서는 HSBC에 판 것이 잘 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입장에서 잘 팔았다해서 은행 임직원들도 덩달아 해피해지는 것은 아니다. 서울은행 임직원들의 기류는 매각이 결정된 후 의외로 차분하고 허탈해 하는 분위기다. 기존 임직원들 입장에서는 이제 은행을 떠날 날이 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HSBC가 소매금융을 지향하고 자산분류를 금감원기준으로 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직원 및 점포수 축소가 앞으로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HSBC입장에서 서울은행은 글로벌 네트워크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뉴브리지가 인수한 제일은행에 비해 경영진 교체나 인력감축 폭이 더 클 수도 있다.

한편 HSBC의 서울은행 인수가 확정됨에 따라 피해를 입게되는 것은 퇴출이 한발 더 가까이 다가온 임직원들만은 아니다. 소액주주(이들중 상당수는 은행 임직원)들도 보유 주식의 유상소각이 확실시됨에 따라 상당한 금전상의 피해가 예상된다. 소액주주들은 최소한 액면가 수준의 유상소각이라도 원하고 있지만 계속 떨어지고 있는 시가 전후에서 매입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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