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장 선임은 설 연휴가 끝나면서 본격화돼 19일경 경영자 인선위가 열리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이나 금융당국 내에서는 외환은행장 자격조건으로 대략 3가지가 제시되고 있다. 은행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는 개혁성과 해외 합작은행으로서 경영을 무리없이 이끌 수 있는 국제화된 식견과 업무능력, 여기에다 합작파트너인 코메르츠은행, 이사회의장을 맡게 될 홍세표행장과의 긴밀한 관계유지 등도 중요한 자격조건이 될 전망.
개혁성과 국제적 감각을 갖추고 홍행장 및 코메르츠은행과 호흡이 일치될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구인지 지켜봐야 겠지만 현재까지 거명된 인물은 7~8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대략 3개 그룹으로 분류해서 볼 수 있다. 첫째 그룹은 전직 외환은행 임원출신들로 이영우 수출보험공사 사장을 비롯 유종섭 외환카드사장, 김연조 前중앙종금사장 등이다. 당연 외환은행 임직원들은 이들중 한명이 선임되기를 바라고 있다. 외부출신이 올 경우 정치바람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그야말로 은행경영이 크게 흔들린다는 것. 가장 부각되는 인물은 이영우 수출보험공사 사장. 국제감각이 탁월하고 홍세표의장이나 코메르츠은행과도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다만 37년생으로 나이가 많고 내부출신이어서 과감한 내부개혁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부담이라면 부담.
두번째 그룹은 오호근씨로 대표되는 젊고 개혁성이 강하고, 여기에다 이헌재 위원장도 선호하는 비은행출신의 외부인물들. 현재까지는 오호근씨 정도가 거명되고 있지만 이헌재 위원장은 40대 후반~50대 초반의 개혁성향을 가진 `제2의 김정태닫기

오호근씨나 `제2의 김정태행장`이 나타나 외환은행장에 취임할 경우 개혁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국제적 감각도 갖춰 큰 문제가 없겠지만 은행장 경험이 없다는 점이 우선 부담이 될 전망이다. 또 코메르츠은행이나 홍세표행장과 호흡을 맞추는 문제도 간단치 않다. 물론 오호근씨 경우엔 현재 외환은행 비상임이사로서 홍행장과도 가까운 사이지만 홍행장에 대한 퇴진 압력등 외환은행에 대한 최근 일련의 감독정책에 불만이 많은 코메르츠은행을 설득해야하는 문제는 남는다.
오호근씨나 또다른 비은행 출신 개혁성향의 인사가 외환은행장에 취임할 경우에는 정치적 측면에서 묘한 파장이 예상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빅3 은행장이 모두 이른바 `이헌재 사단`으로 포진하고 비호남출신들로 채워진다는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는 것.
세번째 후보그룹으로는 전현직 非외환은행 임원 출신들이 거명되고 있다. 위성복 前조흥은행장을 비롯 양만기 수출입은행장, 신인식 상은리스사장 등이 여기에 속한다. 업무능력, 개혁성, 국제감각 등에서는 검증된 인물들이지만 외부출신이라는 점에서 외환은행 임직원 및 코메르츠은행의 동의를 얻는 문제가 간단치 않다. 이들이 호남출신이라는 점은 한편에서는 장점이지만 단점도 되고 있다.
한편 외환은행장 선임을 둘러싸고는 재경부 한은 금감위의 `쟁투`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외환은행의 1대 주주이고 이용만, 홍재형씨등 과거에도 금융당국자들이 외환은행장을 맡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재경부나 한은의 전직 고위간부들중 쉬는 사람이 많아 어디든 밀어 넣어야하는 책임이 있다. 그러나 재경부나 한은출신이 외환은행장에 취임하려면 신관치금융에 반발하는 여론을 극복해야하는 문제가 있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