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진료수가심의위원회가 발족되면서 병원측과 의료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보험사는 심의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해야 하는데 심사기준에 대한 건교부의 고시가 없어 보험료 지급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건교부는 8월1일자로 심의 기준을 고시키로 했으나 의료보험 기준과 산재보험 기준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 의견이 분분해 기준고시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건교부측은 내달 초쯤에나 고시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건에 대한 심의를 제대로 청구하지 못하고 있으며, 예전에 비해 보상업무만 가중됐다는 게 보상담당자들의 하소연이다. 양 업계는 진료행위 인정범위를 설정키로 약정했으나 이 역시 범위가 결정되지 않아 병원측의 과잉진료를 막을 방법이 없으며, 심의기준 미확정으로 병원측의 동의를 받아내기도 힘들다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배법 개정으로 보험사는 병원측이 보험금을 청구할 경우 한달 이내에 80%를 지급토록 되어 있고 심의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할 경우에는 60일 이내에 하도록 되어 있다"며 "현재 심의를 청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건이 여러 건 있으나 심의기준이 고시 안된 관계로 기준이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병원측의 과잉진료를 막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보험사는 임의로 의료비를 삭감할 수 없다는 법 규정 때문에 이에 대한 임의삭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병원측이 청구한 의료비가 과잉진료라고 판단될 경우 보험사는 병원측에 삭감내역서를 보내야 하고 이에 대해 병원측이 동의서를 보내오면 보험사의 뜻대로 삭감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 소규모 병원은 비교적 문제가 없으나 큰 병원의 경우 대부분 동의서를 보내오지 않아 심의에 들어가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문제는 보험금이 단 10만원이라 하더라도 병원측이 동의를 하지 않으면 심의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심의를 청구할 수 있는 건을 의료비 규모 일정액 이상으로 하기로 했으나 이 부분도 결정되지 않아 액수에 상관없이 병원측과의 협의에 실패하면 보험사는 모두 심사를 청구해야 하는 형편이다.
결국 국회에서 무리하게 자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바람에 세부항목을 결정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던 것이 시행 한달이 지나도록 자보 진료수가심의위원회가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성희 기자 shfre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