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제조물책임법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PL보험 인수 계약은 업계 전체의 관심사 중 하나. 그러나 중소기업중앙회와 삼성화재의 독단적 업무추진으로 업계끼리 갈등을 빚는 등 시작단계에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갈등의 불씨는 공동인수사 선정과정에서부터 불거졌다. 지난달 초 중기협중앙회는 9월부터 실시할 중기전용 PL보험 인수 주간사로 삼성화재를 선정했고, 국내 물건의 경우 11개사가 공동 인수하되 해외물건에 대해서는 삼성을 비롯, 현대, 동부, LG 등 상위4사만 참여시킨다고 발표해 나머지 중하위사들의 반발을 샀다. 그 이면에는 삼성의 `자사이기주의`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기청을 상대로 상품설명회를 개최하고 홍보에 적극 나서 중기협중앙회와 약정 체결을 성사시킨 삼성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설득력을 갖게 된 것.
업계의 불만표출로 결국 해외물건도 11개 손보사가 공동인수하는 것으로 수정됐는데, 이유야 어찌됐건 삼성과 중하위사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계기가 된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삼성화재와 나머지10개사간 갈등은 대리점등 개별 판매채널에서 중기PL보험을 인수할 경우 실적배분과 사고처리 문제가 돌출되면서 또 한번 삼성과 재연됐다. 중앙회측이 이 경우 주간사에 10%를 주도록 하고 클레임시 주간사에서 사고처리를 한다는 방침을 정하자 각사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중앙회를 통해 인수하게 되는 물건의 경우 공동으로 인수하는 것인 만큼 주간사가 많은 지분을 갖고 사고처리도 주간사가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리점 조직에서 인수하는 물건마저 일정지분을 주간사가 갖는다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다는게 10개사들의 주장이다.
이에 10개 손보사는 29일 삼성화재를 배제한 채 화재특종보험부장 회의를 열고 갈등의 소지를 없애자는 측면에서 대리점 등 개별 조직에서는 중기전용PL보험을 인수할 수 없도록 하고, 중기협중앙회를 통해 들어오는 물건만 공동으로 인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합의내용을 중앙회와 삼성화재에 알렸고, 결국 이들의 실력행사에 삼성도 한발짝 물러나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키로 함으로써 이문제는 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에 있는 중소기업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보험료 규모도 클 것으로 알려진 이번 계약을 둘러싸고 중기협중앙회와 삼성화재가 보여준 일련의 태도는 새로운 보험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활성화시키고 발전시키는데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삼성화재가 손보업계의 리딩 컴퍼니로서 새로운 시장 활로를 개척하는 등 업계 기여도가 크다는데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M/S가 25%인 선두회사가 지나친 자사이기주의에 빠져 업계를 반목과 불신의 혼란에 빠뜨린다면 나머지 회사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 삼성은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10월이 되어야 본격 시행될 이번 제도가 시작도 하기 전에 잡음이 들리는 것 자체가 국내 손보업계의 전반적인 수준을 말해주는 것"이라며 "업계 전체가 발전적으로 나갈 수 있도록 각사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김성희 기자 shfre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