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협회장의 선임은 업계 자율로 처리하게끔 돼 있다. 지난 93년 마련된 것으로 이 때 李 회장이 손보협회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외부 낙하산의 관례를 깨고 선임됐다. 강원도 출신인 李 회장은 무난한 업무처리로 정평이 나 있는 가운데 YS정부하에서는 지역안배 차원에서, 현 정부 들어서도 공동정권의 한 축으로서의 지위를 이어받으며, 협회장 자리를 지켜온 것으로 업계 안팎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업계 사장단이 자율적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규정이 마련돼 있다고는 하지만, 협회장 자리의 특성상 이래저래 정치권 등 외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 해석이다. 실제로 지난 93년 협회장에 올라 지난 96년 재선임된 李 회장도 재선임 될 당시 정권의 `S씨가 내정됐다`는 설이 강하게 제기됐었다.
따라서 업계 자율선임의 대원칙에도 불구하고 `자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변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손보협회는 지난 18일 정기총회를 통해 협회장의 선임 규정을 일부 손질했다. 바뀐대로 하면 업계 사장단과 함께 교수, 재계 관계자들을 추가로 선임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절차를 밟도록 했다. 물론 이같은 정관 개정은 금융기관장 선임의 투명성 확보차원에서 마련된 금융감독원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李 회장의 중도하차설이 신빙성 있게 전해지면서 신임 협회장에 누가 오를 것인지, 또 누가 뛰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뛰는 사람이 많아 李 회장의 중도하차설이 촉발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어찌됐건 간에 보험사 주총을 맞아 손보협회도 수장의 인사 회오리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손보협회의 새 판을 예측할 때 역시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사장단 중에서 추천을 받아 선임하는 것. 업계 관계자들의 지지도 비교적 많이 받고 있는데다 이미 정착된 자율 선임의 체제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단연 손꼽히는 인물은 역시 동양화재의 박종익 사장. 朴 사장은 전남 완도 출신으로 광주고를 졸업했다. 서울대를 나와 손보업계에서는 마당발로 소문나 있으며, 삼성화재 사장감으로도 충분히 물망에 올랐지만, 당시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후문. 따라서 협회라는 업무 특성에도 비교적 적합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래저래 제일 나은 점수를 받고 있다.
다만, 이같은 강점으로 인해 동양화재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으며, 그룹으로부터도 좋은 평을 받고 있어, 그룹에서 쉽게 내줄지 의문인 가운데 朴 사장을 비교적 가까이서 접하는 사람들은 협회장에 만족할 인물도 아니라는 점을 조심스럽게 전하고 있다. 朴 사장이 고사할 경우 업계에서는 여러 조건을 충족하는 인물이 쉽게 떠오르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으로 인해 李 회장의 중도퇴임설과 맞물려 정치권 등 외부에서의 진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비교적 정치적 감각을 지닌 업계 관계자들은 임기도 아닌데 말들이 나오는 것은 누군가 강력히 대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아닌 땐 굴뚝에 연기나겠냐는 투다. 결국 신정부 들어 외곽에 포진한 여권 인사들이 비교적 안정적인 손보협회를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93년부터 업계 인물을 협회장으로 선임한 손보업계가 이 경우 어떻게 대처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병수 기자 bskim@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