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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PBV 앞세워 일본 데뷔전…봉고 신화 재현한다

김재훈 기자

rlqm93@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1-03 10:26

MK홀딩스와 파트너십…현지 인프라 연계 밸류체인 완성
상용차 기술 수입 일본서 독자 PBV로 현지 재도전 본격
日 정부 '상용차 30% 전동화' 정책 대응…PV5·PV7 투입

기아 PBV 앞세워 일본 데뷔전. 사진은 기아 PV5 기반 일본 택시. / 사진=기아

기아 PBV 앞세워 일본 데뷔전. 사진은 기아 PV5 기반 일본 택시. / 사진=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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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기아가 독자 개발한 목적기반차량(PBV)을 앞세워 '외산차의 무덤'이라 불리는 일본 모빌리티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1980년대 일본 마쓰다와 기술 협력으로 탄생해 기아를 '상용차 명가' 반열에 올린 '봉고' 역사를 뒤로하고 독자적인 전동화 기술력으로 완성한 PBV 라인업을 통해 일본 시장에서 새로운 '상용차 신화'를 쓰겠다는 구상이다.

MK 홀딩스와 2030년까지 PBV 1000대 도입

3일 기아는 서울 양재동 기아 사옥에서 일본의 대표적 여객 운수 기업인 ‘MK 홀딩스’와 ‘PBV 일본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식에는 김상대 기아 PBV비즈니스사업부장(부사장)과 아오키 노부아키 MK 홀딩스 사장 등 양사 핵심 관계자들이 참석해 일본 PBV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일본 여객 운수 분야의 거물인 MK 홀딩스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아의 PBV 공급을 전방위로 확대하는 것이다. MK 홀딩스는 일본 교토, 오사카, 나고야 등 8개 주요 도시에 거점을 두고 택시, 관광버스, 고급 의전, 공항 픽업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객 운수 기업이다.

기아는 올해 말까지 MK 홀딩스에 중형 PBV ‘PV5’ 40대를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이미 사전 검증 차원에서 투입된 PV5 4대가 지난달 말부터 교토 지역 MK 택시로 실제 도로를 누비며 운영에 돌입했다.

양사는 이번 실증 조기 투입을 시작으로 협력 범위를 꾸준히 확장해 오는 2030년까지 총 1000대의 PBV를 일본 현지에 공급한다는 목표다.

차량 공급을 넘어서는 밸류체인 구축도 추진된다. 기아와 MK 홀딩스, 그리고 기아 일본 현지 판매법인인 ‘기아 PBV 재팬’ 등 3사는 ▲PBV 도입 확대 ▲전시·판매 및 서비스 인프라 확충 ▲현지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 개발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해 출범한 기아 PBV 재팬은 일본 대형 종합상사인 소지츠(Sojitz)가 100% 출자해 설립한 법인으로, 일본 전역의 판매 및 정비 서비스 네트워크 구축을 전담한다. 3사는 MK 홀딩스가 보유한 영업·판매 시설 거점을 활용해 PV5 전시 및 시승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현지 고객 경험을 대폭 늘려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릴 방침이다.

일본 맞춤형 ‘PV5’ 상품성

일본 시장에 입성하는 PV5는 기아의 PBV 전용 전동화 플랫폼 ‘E-GMP.S’를 기반으로 개발된 중형 PBV다. 일본 도로 환경과 상용차 고객의 니즈를 철저히 반영한 현지 맞춤형 사양이 대거 적용됐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차체 설계다. 넉넉한 실내 공간과 승객 편의성을 확보하기 위해 휠베이스(축간거리)를 2995mm까지 대폭 늘리면서도, 최소 회전 반경은 5.5m 수준으로 억제했다. 이는 도로 폭이 좁고 골목길 주행 및 복잡한 도심 주차가 빈번한 일본의 도심 운행 환경에서 탁월한 주행 편의성과 기동성을 제공한다.

충전 생태계 역시 현지 표준에 완벽히 맞췄다. 일본 내 보급률이 높은 급속 충전 규격인 ‘차데모(CHAdeMO)’ 방식을 기본 사양으로 채택해 충전 접근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아울러 차량 전력을 외부로 공급하거나 전력망과 연계할 수 있는 V2X(Vehicle to Everything) 양방향 충전 기술 등을 지원해 단순 이동 수단을 넘어 비상용 전원 장치나 모빌리티 플랫폼으로서의 활용 가치를 높였다.

기아는 차량 공급에 그치지 않고 현지 정비 체계 구축, 기술 지원, 부품의 안정적 수급 체계까지 연계해 현지 택시 및 운수업체들이 안심하고 운행할 수 있는 토털 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36조 일본 상용 전동화 시장 공략

기아의 이번 일본 진출은 브랜드 역사상 매우 뜻깊은 이정표다. 기아는 지난 1990년대 초 일본 현지 법인과 연구소를 설립하며 일본 시장 진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등 악재가 겹치며 차량 공식 판매를 이루지 못하고 2013년 법인을 철수한 바 있다. 이번 PV5의 일본 도로 입성은 실질적인 '첫 일본 데뷔전'인 셈이다.

특히 과거 기아를 국내 대표 상용차 강자로 끌어올린 주역인 봉고는 과거 일본 마쓰다와의 기술 제휴를 바탕으로 탄생해 국내는 물론 중동과 유럽 등 글로벌 상용차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며 기아 글로벌 성장의 초석을 다진 바 있다.

역으로 생각하면 기아 상용차 역사의 모태가 되었던 일본 시장에 이번에는 기아가 독자 개발한 첨단 전동화 PBV 기술력을 들고 당당히 역공에 나서는 셈이다.

현재 일본 상용차 시장은 도요타(점유율 약 36%), 스즈키(15%), 다이하츠(13%) 등 자국 완성차 브랜드들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현지 브랜드의 상용차 라인업은 하이브리드 일부를 제외하면 여전히 내연기관 디젤 모델에 편중돼 있어, 전동화 상용차 부문의 선택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반면 일본 상용차 시장 환경은 전동화 추세가 빨라지는 중이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8톤 이하 상용차 신차 판매량 30%를 전동화 차량으로 전환하겠다는 탄소중립 이행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물류, 택배, 여객 운수 분야를 중심으로 전기 상용차 교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모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일본 상용차 시장은 연평균 12.8% 수준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오는 2030년 540억 달러(한화 약 36조 원) 규모까지 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는 전동화 전용 플랫폼 기반의 PV5를 시작으로, 향후 대형 PBV인 'PV7' 등 라인업을 차례로 투입해 과거 봉고가 일궜던 명성을 뛰어넘는 일본 상용차 전동화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김상대 기아 PBV비즈니스사업부장(부사장)은 “이번 업무협약은 단순히 차량 단순 공급을 넘어서 일본 시장 내 PBV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함께 개척해 나가는 전략적 협력의 출발점”이라며 “기아의 뛰어난 PBV 상품 경쟁력과 MK 홀딩스 모빌리티 운용 노하우, 기아 PBV 재팬의 현지 네트워크 역량을 결합해 일본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모빌리티 가치를 지속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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