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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잊혀도 스토리는 남는다” 마음을 여는 스토리텔링 [마음을 여는 인맥관리 81]

윤형돈 네트워킹센터장

기사입력 : 2026-10-30 17:11

“데이터는 잊혀도 스토리는 남는다” 마음을 여는 스토리텔링 [마음을 여는 인맥관리 81]
매튜 룬(Matthew Luhn)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20년간 스토리 아티스트로 일했다. 그동안 <토이 스토리> 1~3편,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업>, <카> 등 수많은 히트작 제작에 참여했다.

그는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와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최고의 방법은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한다.

잘 만든 이야기는 듣는 사람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스토리 없이 통계나 데이터, 정보만 접하면 10분 뒤 머릿속에 남는 것은 5%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내용을 스토리에 담으면 65%가 남는다. 단순히 기억만 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유대감까지 느낀다. 빅데이터가 모든 것을 바꾸고 있지만 사람의 마음에 남는 위대한 스토리가 없으면 고객과 클라이언트, 동료는 그 내용을 잊는다.

“데이터는 잊혀도 스토리는 남는다” 마음을 여는 스토리텔링 [마음을 여는 인맥관리 81]

카페 자리를 장난감 가게로 바꾼 이야기

매튜 룬의 가족은 증조부 때부터 60년간 샌프란시스코의 한 자리에서 장난감 가게를 운영했다. 그런데 어느 날 건물주가 체인점에 세를 주려고 임대료를 4배나 올렸다. 가족은 결국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

몇 년 뒤 아버지가 매튜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장난감 가게를 열기에 완벽한 자리를 찾았는데, 건물주가 카페 체인에 세를 주려 한다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매튜에게 건물주를 찾아가 마음을 돌려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매튜는 먼저 건물주에 대해 조사했다. 건물주는 남북전쟁 이후 대대로 샌프란시스코에 뿌리내린 유대인 가문 출신이었다. 미술 작품을 수집했고, 도시의 다양성과 문화를 아끼는 사람이었다.

건물주의 사무실을 찾은 매튜는 벽에 걸린 수십장의 오래된 가족사진에 관심을 보였다. 건물주가 60년 넘게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다고 하자, 매튜도 자신의 가족이 5대째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한동안 즐겁게 가족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어 매튜는 증조부 이야기를 꺼냈다. 시계 수리공으로 일하던 증조부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루아침에 해고됐다는 것이다. 건물주는 자신의 유대인 증조부가 겪은 고초를 털어놓으며, 매튜의 증조부가 그 뒤 어떻게 됐는지 물었다.

매튜의 이야기는 이렇게 이어졌다. 증조부는 증조할머니의 제안으로 천원 숍과 비슷한 잡화점을 열었다. 투자할 돈도 넉넉지 않았고 가게가 가난한 유대인 거주지에 있어 겨우 입에 풀칠하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두 아들을 고등학교까지 보냈다. 가게를 찾는 모든 손님을 정성껏 대하자 다양한 사람이 모여들었고, 가게는 점점 커졌다. 세월이 흘러 손주들이 늘면서 장난감 비중이 커졌고, 수요가 늘자 결국 장난감 전문점이 됐다. 가게 이름도 ‘버디스 토이하우스’로 바꿨다. 직원을 뽑을 때 기준은 도덕성과 장난감에 대한 애정이었다. 인종이나 성별, 종교는 따지지 않았다.

매튜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당시 찍은 가족사진과 가게 사진을 건물주에게 보여줬다. 건물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최근 건물주가 임대료를 4배나 올려 가게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는 대목에 이르자 방 안에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야기에 깊이 빠져든 건물주는 결말이 어떻게 될지 조마조마해했다. 매튜는 이야기를 이어 갔다.

“정말 좋은 건물을 갖고 계시네요. 카페 체인에 세를 주는 편이 더 쉽다는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흔한 카페 대신 다양성과 창의성을 선물하는 장난감 가게가 생긴다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요? 장난감만 파는 게 아니라 아이와 가족이 만화 수업과 창의적인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곳 말이에요. 장난감 하나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곳, 어떠세요?”

건물주는 빙그레 웃었다. “그럼 그렇게 합시다.”

건물주가 마음을 바꾼 것은 매튜가 개인적인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스토리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매튜는 장난감 가게 이상의 것을 팔았다. 바로 자신과 가족의 스토리다.

스토리나 메시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어떤 경력을 쌓아 왔는지가 이야기의 바탕이 된다. 목소리와 태도, 주변 환경, 열정도 메시지의 중요한 일부다.

사람은 스토리를 통해 변한다

인간은 누구나 스토리를 갈망한다. 이야기를 듣고, 보고, 말하고, 다시 전하기를 좋아한다. 자신의 욕망과 두려움도 스토리로 풀어낸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최고의 스토리텔러는 상대방과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고객이든 온라인 이용자든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지갑을 열게 하는 힘은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에서 나온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변화를 강요하는 외부 자극이나 충격적인 사건 없이 스스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사람은 15%도 되지 않는다. 자신에게 유익한 변화라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답은 스토리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마음을 바꾼다. 실존 인물이든 허구의 인물이든, 이야기 속 인물이 믿을 만한 변화를 보여 줄 때 듣는 사람도 따라 변한다. 그 바탕에는 ‘뉴럴

커플링(neural coupling)’이 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화자와 청자의 뇌 활동이 거울처럼 비슷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청자는 이야기 속 경험을 자신의 경험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이야기에 앞서 상대를 먼저 알아야

다만 좋은 스토리에도 전제가 있다. 메시지나 짧은 스토리를 준비하기 전에 반드시 상대를 파악해야 한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쇠귀에 경 읽기가 된다.

매튜가 건물주를 만나기 전 그의 가문과 관심사부터 조사한 것도 그래서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만나느냐다. 상대의 관심사와 경력, 즉 상대의 이야기(He-Story)를 먼저 연구해야 한다. 그다음 그 사람에게 가장 잘 맞는 스토리(You Best)를 들려줄 때 뉴럴 커플링이 일어난다.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은 그렇게 시작된다.

※출처 및 인용: <픽사 스토리텔링>(매튜 룬 지음)

윤형돈 한국금융신문 네트워킹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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