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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밖 ‘상장사 텔레그램’ 함정…‘소통’ 탈 쓴 주가 관리, 감독 사각지대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11 10:40 최종수정 : 2026-08-12 09:46

임원 매도 해명·타사 호재 활용…책임 없는 ‘슬쩍 흘리기’ 기승
텔레그램 가입자만 보는 정보…‘모두에게 공평한 정보 제공’ 공정공시 취지 무색
사후 처벌에만 치중된 당국…“공식 IR 채널 등록 및 실시간 기록 보존 의무화해야”

공시 밖 ‘상장사 텔레그램’ 함정…‘소통’ 탈 쓴 주가 관리, 감독 사각지대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상장기업들이 투자자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직접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이 늘고 있다. 하지만 정식 공시나 공식 보도자료와 달리, 회사가 주가 하락이나 임원들의 주식 매도 이유를 임의로 해명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외부 호재를 자사 호재처럼 포장해 투자자를 오도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법적 책임은 피하면서 투자 판단에 영향을 주는 비공식 정보를 특정 채널에만 흘리는 행위가 확산하고 있어 금융당국의 선제적 제도 정비와 감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원 주식 매도에 “개인 사정일 뿐”…회사가 직접 나선 우려 달래기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상장사의 공식 IR 텔레그램 채널에 당일 주가가 떨어진 원인으로 임원들의 주식 매도를 지목하며 이를 해명하는 글이 올라왔다.

회사는 해당 임원들이 세금 납부, 전세자금 대출 상환, 이사 비용 마련 등 개인적인 사유로 주식을 팔았을 뿐이라며, 회사 경영 상황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에이프릴바이오 등 일부 바이오 상장사 IR 채널에서 이와 유사한 해명글이 게재됐다.)

임원이 주식을 팔았다는 사실 자체는 공시로 확인되지만, 자금 용도 등 개인 사정은 일반 투자자가 진위 여부를 검증하기 어렵다. 회사가 주가 하락 직후 이 같은 해명을 내놓는 것은 악재를 일시적 요인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주가 하락 우려를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텔레그램을 구독하지 않는 일반 투자자는 '임원 주식 매도와 주가 하락'이라는 결과만 접하는 반면, 채널 가입자는 '개인 사정일 뿐'이라는 회사의 주관적 해명까지 접하게 된다는 점이다. 모든 투자자에게 정보를 동시에 똑같이 공개해야 한다는 '공정공시' 원칙이 사적 채널 탓에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남의 회사 투자 소식에 “우리 기술력도 입증”... 숟가락 얹기식 정보

또 다른 상장사의 공식 IR 채널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특정 바이오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는 뉴스 기사를 공유하며, 이것이 자사 기술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 전반의 성장이나 해외 대형 제약사의 타사 투자가 해당 상장사의 성공을 직접 보장하지는 않는다. 실제 기술 이전이나 공동 연구 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면 객관적 근거로 보기 어렵다.

거짓말은 아닐지라도 유리한 정보만 골라 연결 지으며 검증되지 않은 가능성을 공식 정보처럼 보이게 만드는 행위는 투자자의 냉정한 판단을 방해한다.

공시 책임은 요리조리 피하고, 주가 부양 메시지만 '쏙'

현행 공정공시 제도는 계약 타결, 실적, 자금 조달처럼 명확하고 중요한 미공개 정보를 특정인에게만 먼저 알려주는 것을 금지한다.

반면 텔레그램에서 유통되는 정보는 임원의 주식 매도 사유, 사업 진행에 대한 모호한 설명, 외부 뉴스에 대한 주관적 해석처럼 '사실과 주관적 전망의 경계'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메시지 단건만 보면 엄격한 공시 위반 대상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메시지가 누적되면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를 자극해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회사는 정식 공시처럼 위험 요인이나 불확실성을 까다롭게 기재하지 않고, 주가를 띄우는 데 유리한 메시지만 골라 유통할 수 있는 사각지대를 노리는 것이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메신저 단속은 주식 리딩방이나 핀플루언서(주식 유튜버·인플루언서)의 불법 행위에만 집중돼 있다. 상장사가 직접 운영하는 공식 채널에서 유통되는 비공식 메시지를 감시하는 체계는 사실상 부재한 상태다.

“상장사 공식 채널 등록하고, 글 삭제 못 하게 기록 남겨야”

전문가들은 문제가 터진 뒤 처벌하는 방식만으로는 폐쇄형 메신저를 통한 투자자 피해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상장사의 텔레그램 소통 역시 단순히 'SNS 홍보'가 아닌 '공식 IR(기업 설명 활동)'의 연장선으로 보고 제도권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공식 채널 등록 의무화'가 꼽힌다. 상장사가 운영하는 공식 SNS나 메신저 채널을 한국거래소(KIND)와 회사 홈페이지에 정식으로 등록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동시 공개 원칙' 확립도 시급하다.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회사의 해명이나 해석을 텔레그램에 올릴 경우, 채널 미가입자도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식 홈페이지나 IR 자료로 동시에 공개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아울러 '기록 보존 의무화'도 거론된다. 게시글의 수정·삭제 이력과 관리자 변경 내역을 일정 기간 보존하게 해, 향후 분쟁 발생 시 당국이 유통 메시지의 적절성을 검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의 IR 활동은 주가 방어를 위해 회사가 원하는 논리를 만드는 수단이 아니라, 모든 투자자에게 검증된 사실을 공평하게 제공하는 자본시장의 약속이다. 금융당국이 상장사 텔레그램 채널의 관리 사각지대를 방치한다면, 공시제도의 신뢰는 물론 자본시장의 공정한 질서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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