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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성의 미래 읽기] AI 시대의 보이지 않는 혁명, 도심에 '엣지 데이터센터'가 온다

최민성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 2026-05-30 05:00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AI를 만나 폭발적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매일 클라우드에 접속하고, 거대한 서버가 처리한 정보를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한다.

그동안 우리에게 데이터센터는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거대한 공장'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AI 시대의 도래는 데이터센터의 정의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제 데이터센터는 단순히 데이터를 모아두는 창고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현장에서 반응해야 하는 '지능의 중심지'로 이동하고 있다. 그 변화의 최전선에 바로 '엣지 데이터센터(Edge Data Center)'가 서 있다.

엣지(Edge), 데이터의 가장자리로 향하는 지능

엣지 데이터센터는 지리적으로 데이터가 생성되거나 소비되는 현장 가까이에 위치한 소규모 데이터센터를 말한다. 기존의 데이터센터가 방대한 데이터를 중앙으로 모아 처리하는 '중앙집권적' 방식이라면, 엣지 데이터센터는 데이터가 발생하는 지점인 '가장자리'에서 즉시 처리하는 '분산형' 방식이다.

현재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엣지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 내외로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AI 기술이 고도화되고 5G 통신망이 정착되면서 이 풍경은 급변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의 전망을 종합해보면, 엣지 데이터센터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20%가 넘는 고속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2028년경에는 전체 데이터센터의 약 24%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왜 이 작은 시설들이 미래 디지털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떠오르는 것일까?

핵심 키워드는 바로 '저지연(Low-Latency)'이다. 데이터가 물리적으로 먼 중앙 데이터센터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지연 시간은 밀리초(ms) 단위의 찰나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이 시간이 생명과 직결된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 위에서 장애물을 발견했을 때, 차량의 센서가 데이터를 중앙 서버로 보내고 다시 지시를 받는 방식이라면 사고를 피하기 어렵다.

차량 스스로, 혹은 도로 변에 설치된 엣지 데이터센터가 그 즉시 상황을 판단하고 제동 신호를 보내야 한다. 스마트 교통, 원격 의료, 산업용 로봇 등도 마찬가지다.

도시계획의 새로운 퍼즐: 엣지 데이터센터의 잠재력

엣지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기술 인프라를 넘어 '도시계획적 관점'에서 새로운 전략 자산이 되고 있다. 기존의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교외 지역에 거대한 폐쇄적 시설을 짓는 형태였다면, 엣지 데이터센터는 도심 내부의 유휴 공간이나 복합 시설 내에 통합되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채택 가능한 재사용(Adaptive Reuse)'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해외에서는 폐쇄된 변전소, 버려진 지하 주차장, 혹은 구도심의 낡은 상가 건물을 엣지 데이터센터로 리모델링하여 도시의 디지털 인프라를 확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새로운 부지를 개발할 필요 없이 도시의 재생과 디지털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훌륭한 전략이다.

서울과 같은 메가시티에서 이러한 '도시 인프라의 재구성'은 매우 타당하다. 데이터센터를 도심 곳곳에 분산 배치하면, 특정 지역으로의 전력 집중 현상을 막고 국가 전체의 에너지 수급 균형을 맞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서울의 복잡한 지하 공간이나 노후화된 공공시설을 활용한 엣지 데이터센터 구축은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스마트 시티 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다.

마스턴자산운용이 최초로 서울 내 도심형 엣지데이터센터. 10MW급으로 영등포동2가 94-144에 개발. 대지면적 1388㎡ 연면적 9733㎡

마스턴자산운용이 최초로 서울 내 도심형 엣지데이터센터. 10MW급으로 영등포동2가 94-144에 개발. 대지면적 1388㎡ 연면적 9733㎡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빛과 그림자

물론 엣지 데이터센터가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지역의 스마트 인프라 향상을 꼽을 수 있다.

엣지 데이터센터가 설치된 지역은 보다 빠른 AI 서비스 환경을 누릴 수 있다. 더욱이 고무적인 것은 '에너지 재사용' 모델이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폐열을 인근 아파트 단지나 온실, 도심형 식물공장의 난방용으로 재활용한다면 지역사회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공공재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해외 사례처럼 도심 빌딩과 엣지 데이터센터를 결합하여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것은 지속 가능한 디지털 도시의 표본이다.

반면,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데이터센터 특유의 소음, 보안 시설로 인한 공간의 폐쇄성, 냉각 시스템 가동에 따른 환경적 우려가 존재한다.

데이터센터가 주거 지역과 밀접해질수록 주민들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단순히 기기만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조경과 조화롭게 설계하고 소음 및 열 차폐 시설을 완벽히 갖춘 '커뮤니티 친화형 디자인'이 선행되어야 한다.

데이터센터를 투명한 정보 안내소나 지역 커뮤니티 공간과 결합하여 '혐오 시설'이 아닌 '도시의 필수 지능 센터'로 인식되게 만드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결론: 지능형 도시로의 진화

AI 시대의 데이터센터는 '큰 것이 장땡'인 하이퍼스케일의 시대를 넘어,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존재하는 엣지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는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디지털 인프라의 배치를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해외 선진 사례처럼 기존 도시 구조를 활용한 채택 가능한 재사용 전략을 적극 도입하고, 데이터센터가 지역사회의 에너지를 재사용하는 긍정적인 순환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단순히 데이터를 처리하는 장소를 넘어, 지역 주민과 공생하는 지능형 도시 인프라로서 엣지 데이터센터를 받아들일 때, 서울과 같은 거대 도시의 AI 전환은 더욱 완성도 있게 전개될 것이다.

우리는 디지털 인프라를 무조건 교외로 밀어낼 것이 아니라, 도시의 삶 속에 조화롭게 녹여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디지털 영토의 가장자리에서 시작된 이 작은 혁명이, 결국 우리의 도시 전체를 더욱 똑똑하고 효율적인 곳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이제 데이터센터는 도시 에너지 전략의 중심이자, 미래 지능형 도시의 심장으로서 기능해야 한다.

자료: Donnellan et al.(2024), p22, Figure 13

자료: Donnellan et al.(2024), p22, Figure 13


재인용: 에너지경제연구원: "AI 시대 데이터센터 증가의 국내 에너지 소비 시사점" (2025)

최민성 칼럼니스트/델코리얼티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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