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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석의 자본시장 코멘터리] 국민연금, 지금은 매도가 아닌 동반 상승의 시간이다

서유석 전 금융투자협회장

기사입력 : 2026-05-29 10:00

어제 기금운용위의 결단을 환영하며

[서유석의 자본시장 코멘터리] 국민연금, 지금은 매도가 아닌 동반 상승의 시간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5월28일 '2027~2031년 중기 자산배분 계획'을 심의·의결하며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4.9%에서 20.8%로 대폭 상향했다.

지난해 5월 확정된 기금운용계획의 목표치(14.4%)와 비교하면 6.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코스피의 가파른 상승세 속에 실제 국내주식 비중이 이미 28%대에 육박한 상황에서, 기금위가 기계적 매도를 억제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방향을 택한 것은 환영할 만한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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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신중론자들의 경고는 일견 정교해 보인다. 기 설정된 자산배분 전략을 지키지 않으면 분산투자의 원칙이 깨지고, 미래 세대가 대규모 매도의 충격을 떠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자본시장의 역동성과 수탁자 책임의 본질을 간과한 치명적 오류다.

[서유석의 자본시장 코멘터리] 국민연금, 지금은 매도가 아닌 동반 상승의 시간이다

달리는 말에서 내리지 말라

지금의 코스피 상승은 단순한 단기 과열이 아니다. 3차에 걸친 상법 개정 등 친자본시장 정책이라는 제도적 혁신과, 글로벌 무대에서 기술 패권을 증명해 낸 대표 기업들의 폭발적 실적 성장이 강력한 엔진으로 맞물린 결과다.

기업의 내재가치가 본격적으로 재평가(Re-rating)되는 결정적 전환기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시대'의 낡은 비중 기준에 맞추어 우량주를 기계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재무학적으로 심각한 오류다.
기금위가 이번에 바로 이 오류를 바로잡은 것이다. 기계적 매도론으로 상승의 상단을 스스로 제한했다면, 그 과실은 고스란히 외국인과 글로벌 헤지펀드의 호주머니로 들어갔을 뿐이다.

'어항 속 고래' 프레임의 허구

국민연금 확대에 반대하는 단골 논리인 '어항 속의 고래' 비유는 통계적 착시다. 2024년 말 1,963조 원이던 코스피 시총은 6,000조 원을 돌파하며 시장의 분모 자체가 3배 가까이 커졌다.

그 결과 국민연금의 코스피 실질 지분율은 7.13%에서 7.00%로 오히려 줄었다. 고래의 몸집은 커졌을지 몰라도 어항은 이미 대양으로 진화했고, 2030년 1,000조 원 돌파를 앞둔 퇴직연금이라는 또 다른 큰손이 수급을 분담하기 시작했다.

이번 기금위의 결정은 이러한 시장의 체급 변화를 제대로 읽은 것이다.

일본 GPIF가 증명한 선순환

이웃 일본의 성공 사례는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잃어버린 30년을 딛고 니케이 지수를 역사적 고점으로 이끈 결정적 배경에는 도쿄증권거래소의 거버넌스 개혁과, 이를 흔들림 없이 뒷받침한 세계 최대 연기금 GPIF의 자국 시장 지지가 있었다.

연기금이 기업의 체질 변화를 유도하고, 기업이 배당과 주주환원으로 보답하며, 그 결실이 다시 연금 수익률 극대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대한민국과 국민연금 역시 이제 이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진짜 해법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근본적 해법은 국민연금이 국내 우량 기업의 지분을 단단히 확보하여,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과 배당을 국민의 노후 자금으로 흡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세제 혜택과 거버넌스 개혁으로 기업들의 배당 성향이 높아지는 지금이야말로 최적의 시점이다. 리밸런싱 잡음을 피하려다 국내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를 막았다면, 이는 잠재 성장률 자체를 훼손하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되었을 것이다.

오늘 기금위의 결단이 그 자해를 막았다.

결론; 결단을 환영하며

진정한 독립적 판단이란 시장의 변화에 눈 감는 것이 아니라,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읽는 것이다. 오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계적 교조주의를 떨쳐내고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대전환을 직시하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이번 결단이 연금 수익률 제고와 자본시장 선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는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록되길 기대한다.

국민연금이 가장 대담한 투자자이자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로서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위대한 여정에 동행하는 시간이 비로소 시작됐다.

서유석 전 금융투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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