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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면 죽는다"…금감원 PF 전수조사에 증권가 '선제 상각' 속도전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4-16 10:41 최종수정 : 2026-04-16 23:27

신용 재평가 사이클 본격화…“불확실성 해소가 곧 경쟁력”

금융감독원은 최근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PF 대출 현황에 대한 현장 및 서면 점검을 병행하며 업권 전반의 리스크를 점검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정경. 사진=한국금융신문DB

금융감독원은 최근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PF 대출 현황에 대한 현장 및 서면 점검을 병행하며 업권 전반의 리스크를 점검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정경. 사진=한국금융신문DB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현장 점검 나선 당국, '관리' 아닌 '정리' 주문


금융감독원이 증권업계를 겨냥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수조사에 착수하자, 업계가 공동 대응 대신 개별적으로 부실 정리에 나서는 ‘각자도생’ 국면에 들어섰다. 당국이 사실상 ‘속도전’을 주문하며 선제적 손실 인식을 압박하자, 증권사들은 PF 리스크를 얼마나 빠르게 털어내느냐를 두고 생존 경쟁 국면에 진입했다.

16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PF 대출 현황에 대한 현장 및 서면 점검을 병행하며 업권 전반의 리스크를 점검하고 있다. 대형사부터 중소형사까지 포함된 전수조사로, 사업장별 부실 가능성과 리스크 관리 체계,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 등을 들여다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연체율 28%의 경고…'브릿지론' 부실 판단 더는 못 미뤄

이번 조사의 배경에는 증권업권의 구조적으로 높은 PF 리스크가 자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증권업계 PF 대출 연체율은 28.38%로, 은행(0.82%), 보험(1.68%) 등 타 금융권 대비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본PF 전환이 무산된 '브릿지론' 사업장들이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대외 변수 때문에 유보된 부실 판단이 임계점에 이르면서, PF 리스크가 ‘관리’의 영역을 넘어 ‘정리’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부실은 미리 털고 가야 한다”며 “이번 점검은 단순 현황 파악이 아니라 신속한 정리를 유도하는 데 목적이다”고 강조했다.

대형사 '정상화 단계' vs 중소형사 '체력 시험대'


당국의 압박에 증권사들의 대응 전략은 뚜렷하게 갈린다. 자본 여력이 있는 대형 증권사들은 이미 PF 익스포저 축소와 충당금 적립을 상당 부분 진행한 만큼, 추가적인 보수적 회계 처리와 자산 재분류를 통해 ‘정상화 단계’에 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단기적인 실적 악화라는 기회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선제적으로 손실을 반영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선택의 폭이 좁다. PF 자산 특성상 일괄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고, 조기 상각이 실적과 자본 건전성에 미치는 충격이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버티기’와 ‘선제 상각’ 사이에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돌입했다.

대응 시점과 방식에 따라 향후 증권사 간 체력 격차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공동 펀드 무용론…결국 '결단력'이 신용도 가른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권에서 활용된 공동펀드 방식을 통한 부실 정리 모델은 증권업계에서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증권사는 이해관계 조정이 복잡하고 각 사 사업장의 질적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자본 여력이 상대적으로 충분한 증권업 특성을 감안하면 각 사가 자체적으로 손실을 인식하고 사업장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방식이 사실상 유일한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동 대응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지금과 같은 국면에선 실효성이 낮다”며 “결국 각 사가 얼마나 투명하게 상각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신뢰를 얻는 관건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전수조사를 단순 점검이 아닌 ‘신용 재평가 사이클’의 출발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외부 변수보다 각사의 리스크 관리 역량과 결단력이 신용도를 좌우하는 국면이다”며 “PF 정리 속도가 증권사 간 차별화를 넘어, 사실상 ‘생존 여부’를 가르는 기준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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