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통합 대한항공 경쟁력은 튼튼한 재무 체력이 뒷받침될 때 완성됩니다.”
올해 창립 57주년을 맞은 대한항공 조원태닫기
조원태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명확했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메가 캐리어’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재무적 안정성을 꼽았다.아시아나 품고 빚 두 배 증가
조원태 회장은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하자며 연일 ‘재무 체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이와 다른 얘기도 나온다. 조원태 회장의 재무 체력 강조가 역설적으로 현재 대한항공 체력이 약해졌다는 방증 아니겠느냐 하는 것이다.한국금융신문은 인공지능(AI) 데이터 플랫폼 딥서치를 통해 대한항공 ‘알트만 Z-스코어’를 살펴봤다. Z-스코어는 기업 위기 가능성을 예측하는 지표다.
통상 1.81 이하면 재무 리스크가 큰 것으로 간주하는데, 대한항공은 2022년 1.15에서 2024년 0.63까지 떨어졌고, 2025년 소폭 반등한 0.87을 기록했지만 1을 넘지 못했다.
지표 악화의 주된 요인은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다. 대한항공은 2024년 12월 아시아나항공 지분 63.88%를 취득하며 공식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부채가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되면서 대한항공 총차입금은 2023년 말 10조9,469억 원에서 2025년 말 22조4,881억 원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기업가치 대비 부채비율을 나타내는 X4(시가총액/총부채) 지표는 2022년 0.26에서 2025년 0.13으로 반토막 났다. 이는 대한항공 빚 부담이 시장에서 평가받는 몸값보다 크다는 의미다. 유동성 및 자산 운용 효율성을 평가하는 X1(운전자본/총자산) 역시 2022년 –0.02에서 2025년 –0.13으로 나빠졌다. 갚아야 할 빚이 보유 현금을 넘어선 것이다.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23년 209.6%에서 2025년 9월 310.22%로 상승하며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켰다. 최근 중동 전쟁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500대에 육박하는 고환율 기조와 변동성이 큰 국제 유가 등 대외 변수는 외화 부채가 많은 대한항공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A등급 뒤에는 수익성 압박이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재무 지표가 악화했음에도 대한항공 신용등급은 견고하다는 것이다.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대한항공에 ‘A/안정적(Stable)’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3년 전 ‘BBB+/긍정적’에서 3단계 상승한 수치다. 신평사들은 신기재 도입 및 통합 비용 발생에 따른 자금 소요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면서도 국내 1위 국적 항공사로서 독점적 지위를 높게 평가했다.
실제 대한항공 앞에는 막대한 지출이 대기하고 있다. 노후 항공기 교체와 기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는 2033년까지 약 64조8,909억 원 규모 설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에어버스 A350과 보잉 B777-9 등 100대가 넘는 신규 항공기를 도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최근에는 팬데믹 당시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했던 기내식 및 기내 면세품 판매 사업(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 지분 80%를 7,500억 원에 다시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자산 효율성 저하도 고민거리다. 자산 대비 수익성을 나타내는 X3(영업이익/총자산) 지표는 2022년 0.32에서 2025년 0.10까지 내려갔다. 이는 100만 원어치 자산으로 32만 원 이익을 내던 회사가 이제는 10만 원밖에 남기지 못한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항공기 리스료 상환을 위해 3,040억 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측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체계적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가동 중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외화 부채 비중을 낮추기 위해 차입 통화를 원화와 엔화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으며, 유가 변동 리스크에 대응해 연간 소모량의 최대 50%까지 헤지를 시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대형 항공사로서 여객운송과 화물운송, 항공우주 사업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고환율·고비용 상황에서도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용 증가는 단순한 리스크 확대 개념이 아니라 자산 전환으로 볼 수 있다”며 “고효율 차세대 항공기 도입을 통해 연료 소모량을 줄일 수 있고, 이는 결국 미래 매출을 만드는 생산 설비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칼 둘러싼 지배구조 변수
최근 조원태 회장에게 또 다른 근심거리가 생겼다. 지배구조 이슈다.국민연금이 얼마 전 대한항공 지주사 한진칼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조 회장이 “명백한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 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한 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한진칼 2대 주주인 호반그룹이 지분율을 18.78%까지 끌어올리며 조 회장 측(20.56%)과 1.78%포인트 차이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물론 조원태 회장이 당장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한 것은 아니다. 특수 관계인까지 합하면 21%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우군인 델타항공(14.9%), 산업은행(10.58%) 등도 있어 아직은 든든하다.
하지만 최근 상법 개정으로 본격화하고 있는 주주권리 보호와 이사회 책임 강화 기조와 맞물려 조 회장 경영 방식이 시장 흐름에 반하는 것으로 비쳐질 경우 판도는 금새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보유 주식 상당 부분을 금융권에 담보로 잡혀 있는 조원태 회장과 달리, 호반그룹은 자금력이 풍부한 것도 조 회장에겐 신경이 거슬리는 대목이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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