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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래미안·디에이치 어때요?”…‘대세’된 브랜드 단지

조범형 기자

chobh06@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3-17 16:37

삼성물산·현대건설 본사 전경./사진제공=각 사

삼성물산·현대건설 본사 전경./사진제공=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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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수도권은 물론 지방 주택시장까지 ‘브랜드 단지’ 바람이 거세다. 단순히 한 개 단지를 짓는 수준을 넘어, 특정 건설사의 아파트가 지역 일대를 장악하는 이른바 ‘브랜드 타운’이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이왕이면 같은 브랜드로 묶인 동네가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건설사들의 전략도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청약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부동산리서치 전문 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전국 분양 단지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10대 건설사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은 기타 건설사보다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대 건설사 아파트는 3만8467가구 공급에 50만7054명이 청약해 13.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기타 건설사 아파트는 6만5074가구 공급에 19만4882명이 청약해 3대 1 수준에 그치며, 청약 경쟁률에서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1순위 청약 마감률 역시 10대 건설사가 29.3%를 기록한 반면 기타 건설사는 6.4% 수준에 머물렀다.

대표적인 브랜드 타운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서울 서초구 반포 일대에서 ‘래미안 퍼스티지’, ‘래미안 원베일리’ 등을 중심으로 고급 주거벨트를 형성하며 ‘래미안 타운’을 구축해왔다. 현대건설 역시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일대에서 ‘디에이치’ 브랜드를 앞세워 연속 수주에 나서며 향후 일대 전체를 아우르는 브랜드 타운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 ‘한 단지’ 넘어 ‘브랜드 타운’으로 확장

대표적으로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은 전국 주요 정비사업지에서 ‘래미안’, ‘디에이치’ 브랜드를 앞세워 단지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단일 단지 수주에 그치지 않고 인근 재건축·재개발 사업까지 연속 수주해 동일 브랜드를 확산시키는 방식이다. 여기에 GS건설 역시 ‘자이(Xi)’ 브랜드를 기반으로 대규모 브랜드 타운 형성에 적극 나서며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 압구정에서 시작된 ‘상징화’ 효과

이 같은 흐름은 이미 서울 핵심 지역에서 성공 사례로 입증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압구정 현대아파트다. 특정 건설사가 시공한 아파트군이 지역 전체를 대표하는 고유명사처럼 자리 잡으면서,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하나의 ‘상징’으로 기능하게 된 것이다. 최근 강남·서초뿐 아니라 수도권 신도시와 지방 광역시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는 배경이다.

◇ 브랜드 프리미엄, 수요·가격 모두 흔든다

브랜드 아파트 선호가 강화되는 배경에는 대형 건설사에 대한 신뢰가 자리하고 있다. 풍부한 시공 경험과 체계적인 품질 관리가 자산 가치를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브랜드 단지는 입주 이후 지역 내 시세를 견인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고, 시장 침체기에는 가격 하락폭이 제한적인 반면 상승기에는 가격 상승폭이 크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여기에 최신 주거 트렌드를 반영한 평면 설계와 조경, 커뮤니티 시설 등 상품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며 실거주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도 수요를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초기 한 개 단지 수주 이후 인근 사업지까지 연쇄적으로 확보할 경우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실제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브랜드가 이어져야 집값이 더 오른다”는 주민 의견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시공사 선정 투표에서도 ‘브랜드 파워’가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0대 건설사 독식’ 구조는 더욱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대형 건설사가 하나의 거점을 확보한 뒤 주변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잇달아 따내며 브랜드를 확장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후발 주자의 진입 여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실제 일부 정비사업지에서는 “향후 주변 단지까지 같은 브랜드로 묶일 가능성”이 시공사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며, 대형사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 중소 건설사 설 자리 좁아지는 구조

다만 브랜드 단지 확대가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동일 브랜드로 지역이 채워지면서 ‘획일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외관과 설계, 커뮤니티 구성까지 유사해지며 도시 경관의 다양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하나는 가격 부담이다. 브랜드 프리미엄이 과도하게 반영되면서 분양가와 기존 아파트 시세가 동시에 상승해, 실수요자의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중소 건설사에는 치명적인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브랜드 인지도와 시공 실적에서 밀리는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정비사업 수주 경쟁에서 점차 배제되고 있다. 단일 단지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인근 사업으로 확장하지 못하면 브랜드 타운 형성이 어려워지고, 이는 다시 수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결국 주택시장은 ‘브랜드가 브랜드를 부르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대형 건설사는 브랜드 타운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수요자는 이를 선호하며, 그 결과 중소 건설사는 설 자리를 잃어가는 양극화가 심화되는 흐름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브랜드 중심 시장이 굳어질수록 건설사 간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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