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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 김종우 머릿속엔 온통 ‘유리기판’ 뿐 [AI 특수 숨은 알짜들 ②]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3-16 05:00

1조 유상증자…지주사 SK 120% 지원
‘HBM 대박ʼ 최태원 성공신화 어게인?

▲ 김종우 SKC 사장

▲ 김종우 SKC 사장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SKC(대표 김종우)가 3년 연속 영업손실이라는 혹독한 재무 위기 속에서 힘겹게 마련한 자금을 유리(글라스)기판 사업에 쏟아붓고 있다.

과거 SK하이닉스가 적자 터널 속에서 과감한 기술 투자로 고대역폭메모리(HBM)라는 반전 드라마를 쓴 성공 방정식을 따르는 모습이다.

1조원 유증 수혈. 미래 베팅

SKC는 지난달 26일 총 1조 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가운데 4,100억 원은 순차입금 상환에 투입한다. 나머지 5,900억 원은 미국 유리기판 자회사 앱솔릭스에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SKC는 자회사를 통해 화학, 2차전지 소재, 반도체 소재·장비 등 크게 세 가지 소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화학 부문은 자동차 대시보드, 가전 단열재 등에 쓰이는 기반 원료인 프로필렌옥사이드(PO)를 생산하며 매출 비중이 57%에 이른다.

이어 2019년 전기차용 동박 제조사 SK넥실리스를 인수해 진출한 2차전지 소재(26%)와, 2023년 반도체 테스트 기업 ISC 인수 이후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반도체 소재·장비(16%) 순이다.

문제는 비중이 큰 화학과 2차전지 소재 사업이 동시에 불황에 빠지며 2023년부터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점이다. 적자 규모는 ▲2023년 2,137억 원 ▲2024년 2,768억 원 ▲2025년 3,050억 원으로 확대됐다.

한편 영업이익률이 26%에 이르는 ISC는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성장세가 가파르고, 화학 부문(SK피아이씨글로벌)은 공정 가동중단 등 최적화 작업을 통해 적자 규모를 줄여가고 있다.

반면 전기차 상용화 지연(캐즘)과 미국 정부 정책 전환으로 인해 SK그룹 북미 전기차 배터리 전략이 흔들리면서 SK넥실리스도 그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SKC는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이 2조6,334억 원, 부채비율이 232.7%다. 유상증자를 통해 1조 원 자본을 확충하고 순차입금을 약 4,100억 원가량 줄이면 부채비율이 142.2%로 대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 픽 ‘AI 게임체인저’

이번 유상증자에서 주목할 점은 SK그룹의 적극적 지원 의지다. SKC 지분 40.46%를 보유한 최대주주 SK㈜는 모든 배정물량(4,046억 원어치)을 인수하기로 했고, 다른 주주들이 유증 참여를 포기해 발생하는 잔여 물량에 대해서는 20%를 초과 청약해 최대 5,400억 원까지 추가 수혈할 방침이다.

SK그룹이 유리기판 사업에 대해 강한 신뢰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최태원 SK 회장도 CES 2025에서 유리기판을 공개적으로 홍보할 만큼 관심이 크다.

유리기판은 반도체 패키징 기술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PCB 기판을 유리로 대체해 열 변형에 강하고 대형화에 유리하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AI용 칩을 정밀하게 배치하는 데 최적화된 소재로 평가된다.

SKC에 따르면 유리기판 강점은 데이터 전송 속도와 전력 효율에 있다. 표면이 거친 플라스틱과 달리 유리는 표면이 매끄러워 훨씬 미세한 회로를 직접 새길 수 있다.

플라스틱 기판에서 필수 중간 부품인 실리콘 인터포저를 생략해 패키징 전체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데이터 이동 거리가 짧아지므로 전력 소모가 낮아지고 데이터 병목 현상이 해소될 수 있다. 이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AI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SKC 자회사 앱솔릭스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기판 내부에 매립하는 임베딩(부품 내장형) 방식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다. 유리에 수만 개 미세 구멍을 뚫는 유리관통전극(TGV) 등 기술 장벽이 높지만, 성공할 경우 전력 절감·고속화·대면적화라는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다.

최근에는 빠른 상용화와 가격 경쟁력을 바라는 고객사가 많아짐에 따라 임베딩 방식 외의 제품 개발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인텔·하이닉스 출신 전문가 전면에 현재 앱솔릭스는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제작한 샘플을 글로벌 빅테크 등 잠재 고객사에 공급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당초 예상했던 도입 시점이 지난해 말이었으나 다소 늦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SKC는 지난달 실적발표 설명회에서 “개발이 진전될수록 고객사 요구가 구체화해 상용화 시점이 시장 기대에 비해 다소 지연되고 있다”면서 “샘플은 긍정적 피드백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SKC는 지난 연말 인사에서 앱솔릭스 대표에 강지호 부사장을 선임했다. 강 대표는 인텔에서 15년간 근무한 뒤 2019년경 SK하이닉스에 합류했다. 반도체 웨이퍼 연마(CMP) 기술과 첨단 패키징 공정에 정통한 기술 전문가로, 빅테크 고객사 및 내부 기술 인력들과 원활한 소통을 기대한 인사로 풀이된다. 그동안은 SKC 대표가 앱솔릭스 대표를 겸임하는 체제로 운영됐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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