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윤영 차기 KT CEO. / 사진=KT
외국인 49%에 막힌 소각, 5000억 매입으로 승부수
9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3차 상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하면서 자사주 전략 전환의 분수령에 섰다. 5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단순히 소각할지, 아니면 중장기 활용 전략으로 전환할지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이다.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면 분모가 축소되면서 외국인 지분율이 자동으로 뛰는 구조인 만큼, 자사주를 공격적으로 소각하기보다는 일정 부분 보유·활용하는 쪽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KT는 지난달 10일 이사회를 열고 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로 취득해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공시에 따르면 KT는 오는 3월 10일부터 9월 9일까지 보통주 421만5851주를 시장에서 사들인 뒤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지난해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연장선에서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병행해 주주환원 강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 3사 가운데 단일 규모 기준으로는 가장 공격적인 자사주 소각 카드로, 시장에서는 외국인 지분 규제라는 족쇄를 안고도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외국인 지분율이 49% 안팎에서 움직이는 상황에서 자사주를 계속 쌓고 태우는 전략은 규제 리스크와 맞붙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KT 안팎에서는 “추가 소각 여지는 제한적이고, 향후 취득분은 별도의 활용·처분 계획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상법 3차 개정과 ‘3년 처분 특례’, KT에 열린 선택지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를 통과한 3차 상법 개정안은 KT에게 방향을 재설정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확정된 ‘3년 처분 특례’에 따라 불확실성 역시 상당 부분 해소됐다.
개정안의 골자는 상장사의 자사주 의무 소각이다. 새로 취득한 자사주는 1년 이내에, 기존 보유 자사주는 법 시행일부터 1년 6개월 이내에 소각하거나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처리 계획을 확정해야 한다. 그동안 ‘금고 속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나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던 관행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는 조치다.
다만 통신·방송·항공 등 외국인 투자 지분 상한이 설정된 업종에는 예외적으로 ‘3년 처분 특례’가 적용된다. 법 시행일부터 최대 3년 안에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매각하는 계획을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으면, 그 범위 내에서 보유·처분을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49% 수준인 KT는 이 특례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의무 소각을 그대로 적용받을 경우 외국인 지분 상한을 넘길 위험이 컸던 만큼, 특례 도입은 KT와 같은 기간산업 기업을 고려한 안전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KT 입장에서는 그간 ‘소각을 하면 외국인 지분율 급등, 안 하면 자사주 활용 묶이는’ 이중의 족쇄가 상당 부분 풀리는 셈이다. 이번 개정으로 KT는 2025년 11월과 2026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확보한 5000억 원 규모 자사주에 대해 소각·매각·보유를 혼합한 중기 운용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최대 3년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주가 수준, 외국인 수급, 투자 일정 등을 고려한 단계적 처분·운용 전략 수립이 가능해졌다.
결국 KT는 자사주를 단순히 소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보상·자금조달 등 다양한 활용 시나리오를 검토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한 셈이다.
통신 3사 중 가장 큰 수혜…주가·AI투자 ‘선순환’ 만들까
KT는 통신 3사 가운데 외국인 지분율(49.00%)과 자사주 비중(4.34%)이 가장 높다. SK텔레콤(37.88%, 0.84%)과 LG유플러스(41.81%, 1.26%)는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덜해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당순이익(EPS) 제고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인 반면, KT는 그동안 자사주 정책에서 규제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지 못했다. 이번 3년 특례를 계기로 KT가 통신 3사 중 가장 적극적인 환원·투자 병행 모델을 구축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시장 안팎에서는 이번 특례 적용이 KT 주가 안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자사주 매입은 단기 수급 안정에 기여하고, 향후 재매각 자금을 5G·데이터센터·AI 인프라 등 장기 성장 투자로 돌릴 경우 ‘주주환원과 성장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KT가 AI 플랫폼과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강화 계획을 꾸준히 추진 중인 만큼, 자사주 운용 방향은 자본 효율성과 투자 속도를 동시에 결정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경영 정상화와 투자 실행 속도를 둘러싼 변수도 남아 있다. 신임 대표 선임을 앞둔 과도기 속에서 조직 개편과 의사결정 지연이 이어지고, 노조 반발 등으로 투자 일정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남아 있어서다.
관건은 이달 말 열릴 KT 주주총회다. 상법 개정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주총에서 KT가 어떤 형태의 ‘3년 처분 계획’을 제시할지에 따라 특례의 실질적 가치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자사주 운용 계획을 어떻게 평가할지도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3년 특례가 자사주를 둘러싼 족쇄를 완전히 해소하진 않지만, 방향성을 바꿀 충분한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제도적 장치”라며 “외국인 49%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KT가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 이번 주총에서 제시될 로드맵이 통신업계 자사주 전략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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