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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성의 미래 읽기] AI 월드 모델이 도시를 '상상'한다

최민성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 2026-02-24 13:41 최종수정 : 2026-03-10 09:38

최민성 칼럼니스트(델코리얼티그룹 회장)

최민성 칼럼니스트(델코리얼티그룹 회장)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는 늘 머릿속에 또 하나의 도시를 품고 산다. “이 골목에서 비가 오면 물이 차겠구나”, “저 빌딩에서 바람이 세면 유리가 떨릴 텐데”, “저 차가 저 속도로 코너를 돌면 어디로 튈까” 하고 미리 그려보는 상상력. 이 상상력은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생존과 편의를 위한 본능적인 시뮬레이션이다. 우리는 매일 '미래 예측'을 통해 도시의 위험을 피하고,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이제 그 상상력을 AI가 대신 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 AI 기술의 화두로 월드 모델(World Model)이란 용어가 자주 거론된다.

월드 모델은 AI가 단순히 다음 문장을 예측하거나 이미지를 이어 붙이는 수준을 넘어, 도시의 물리 법칙·인과관계·공간 구조를 학습해 내부에 ‘작은 도시’를 복제하는 기술이다. CCTV 한 장, 센서 데이터 한 조각만 주어도 AI는 “지금 이 교차로에서 10초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를 머릿속으로 돌려본다. 기존의 대형 언어 모델(LLM)이 텍스트 기반으로 “다음 문장은 뭐지?”를 고민하는 국어 선생님이라면, 월드 모델은 “이 차가 저 속도로 코너를 돌면 어디로 날아갈까?”를 0.1초 만에 계산하는 물리학자이자, 도시의 예언자다. 심지어 그 예언자가 “내가 틀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살짝 자조하는 미소까지 지을 줄 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오픈AI의 소라(Sora)는 텍스트 한 줄로 현실 같은 영상을 만들며 중력을 구현하고, 유체 역학과 빛의 반사를 자연스럽게 재현한다. 구글 딥마인드의 지니(Genie)는 가상 공간을 창조하며 물체의 충돌이나 중력 영향을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한다. 영국 웨이브(Wayve)의 가이아(GAIA)는 실제 도로 데이터를 학습해, 비나 눈 같은 악천후에서 차량 이동을 예측하며, 가상 사고를 시뮬레이션하며 자율주행의 안전성을 검증한다. 이 기술은 이제 로보틱스와 자율 시스템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로봇 팔이 물건을 집을 때의 궤적을 예측하거나, 드론이 바람을 타고 날아갈 경로를 미리 그리는 데 활용된다.

도시 모빌리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날 걸로 보인다. 기존 자율주행은 실시간 센서에 반응하는 수준이었다면, 월드 모델은 교통 흐름·날씨·보행자 행동·도로 상태까지 수십 초 앞서 시뮬레이션한다. 사고 가능성을 20~30% 줄이고 교통 체증을 15% 이상 완화할 수 있다. 중국 항저우의 City Brain은 초기 형태로 교통 신호를 동적으로 최적화해 교통 체증을 20% 줄였고, 응급 차량 도착 시간을 50% 단축했다. 사우디아라비아 NEOM의 The Line 프로젝트는 월드 모델 기반 자율 모빌리티 네트워크를 설계하며 ‘제로 사고 도시’를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도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자율주행 버스에 월드 모델을 도입하여 테스트하면, 서울의 만성 교통 지연을 1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건물과 에너지 분야에서도 혁명이 일어난다. 기존의 스마트 빌딩이 센서로 소비량을 모니터링했다면, 월드 모델의 빌딩은 건물 내부 열역학·인체 활동·외부 기후를 통합 시뮬레이션해 HVAC(냉난방 환기) 시스템을 자율 조정한다. 에너지 비용을 2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싱가포르 Smart Nation 2.0은 디지털 트윈과 월드 모델 요소를 결합해 건물 에너지 효율을 25% 끌어올렸고,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에너지 사용량을 40% 줄였다. 앞으로 10년 내 대부분의 신축 고층 빌딩은 ‘자기 몸 상태를 미리 아는’ 건물이 될 가능성이 크고, 주변 건물과 데이터를 공유해 전체 도시 에너지 그리드를 최적화하는 '협력형 월드 모델'도 가능해진다.

월드 모델은 환경 분야에서도 기후 변화 대응의 게임체인저가 된다. 월드 모델은 홍수·산불·대기오염 확산을 실시간 시뮬레이션하며 재난 대응 시간을 단축하고, 탄소 배출 예측 정확도를 10~15% 높인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이미 홍수 시뮬레이션을 도입해 해수면 상승에 대비하고 있다. 사우디의 NEOM은 넷제로 도시를 위해 환경 적응성을 테스트 중이다. 호주 시드니는 산불 확산 모델을 활용해 피난 경로를 미리 설계해 생명 피해를 30% 줄였다. 한국의 경우,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그리드나 서울의 미세먼지 예측 시스템에 월드 모델을 도입하면, 기후 위기 대응이 더 정교해질 수 있다. AI가 강풍 시 태양광 패널의 손상을 예측하거나, 홍수 시 배수 시스템을 자동 조정하는 식이다.

문제는 월드 모델이 엄청난 컴퓨팅 파워와 고품질 데이터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데이터 편향이 생기면 편향된 미래만 예측하게 되고, 에너지 소비는 오히려 환경 부하를 키울 수 있다. AI 학습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증가하면, 기후 대응 기술이 기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AI가 도시를 너무 잘 예측하면 인간의 예측 불가능한 창의성과 자유가 위축될 위험도 있다. 그래서 AI가 “이 도시의 내일은 이렇게 됩니다”라고 단언할 때, 우리는 “그래? 그럼 나는 반대로 살아볼게”라고 말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AI가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멋진 실수까지 포함한 곳이기 때문이다.

기술 강국인 한국은 민간 기업의 역량과 정부의 AI 국가전략을 결합해 월드 모델 기반 도시 실증을 서둘러야 한다. 서울·판교·송도 같은 도시에서 작은 규모에서 먼저 시도한다면, 글로벌 표준을 선점할 기회가 열릴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의 '디지털 뉴딜 2.0' 프로젝트에 월드 모델을 통합하면, 스마트시티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결국 월드 모델은 도시를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만들 잠재력을 지녔지만, 누가 그 방향을 결정하느냐가 관건이다. AI가 도시를 상상하는 시대가 왔지만, 중요한 것은 인간의 상상력이 AI 상상력을 넘어, 더 나은 도시를 주도해야지만 진정한 혁명이 시작된다.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은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부동산·경영컨설팅 전문가로 델코리얼티그룹을 이끌고 도시 기획·컨설팅 프로젝트 등에 다양하게 참여 중이다. ULI코리아 명예회장,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으로 활동하며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도시대학원 겸임교수이자 칼럼니스트로서 도시·부동산 분야에 대한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최민성 칼럼니스트/델코리얼티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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