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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성과에만 ‘급급’…금투 IB 역량 강화에 걸림돌 [K-금융 글로벌 현재, 그리고 미래 ②]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기사입력 : 2023-04-24 00:00

기업·연기금 해외 동반진출 기회 활용
현지화 안착·딜소싱 능력 끌어올려야

단기 성과에만 ‘급급’…금투 IB 역량 강화에 걸림돌 [K-금융 글로벌 현재, 그리고 미래 ②]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한국금융 도약 키워드로 글로벌이 떠오르고 있다. 한국금융신문은 금융업권 별 해외진출 현황, 성과와 한계점을 살펴보고, K-금융 경쟁력을 키울 제언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글로벌 사업을 굳이 농사에 비유하자면 ‘과수농업’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사업으로, 장기에 걸쳐 일관성 있게 지속적인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금융투자업계는 해외사업 활성화에 가장 큰 걸림돌은 단기성과 추구 경향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현지화 된 우수인력을 유치하고, 글로벌 IB(투자은행)급 딜소싱(Deal sourcing, 투자처 발굴)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중장기 시계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행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내 산업 및 기업, 연기금 등과 금융투자업의 동반 해외진출이 미진한 점도 투자 기회를 포착하고 실행하는 데 한계점으로 지목됐다.

자본력 싸움에서 밀리는 한국 IB

23일 금융당국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투업이 글로벌 IB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자본력을 키우고 대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는 2023년 3월 금융투자협회(회장 서유석닫기서유석기사 모아보기),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신진영)과 개최한 제1차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에서 국내 IB들의 자기자본은 2022년 기준 77조원으로 지난 10년간 두 배 넘게 컸고, 순영업수익은 2022년 6조9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네 배 넘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자기자본 규모 면에서 아시아 10위권 내 금투사가 전무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국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이 9조원대 수준으로, 이는 아시아 주요 증권사 중 중국 중신증권(33조9000억원), 일본 노무라(28조원)과 대비해서도 절대적인 규모에서 밀려 있다.

특히 150조원에 달하는 미국 대형 IB 자본 규모와 비교하면 국내 초대형IB 자본 규모는 더욱 미약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점포의 수익 비중도 전체 수익의 4%가량에 그쳐서 글로벌 IB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형편이다.

글로벌IB 해외점포 수익 비중을 보면, 2021년 기준 UBS 78%, 바클레이스 54%, JP모건 46%, 모건스탠리 44%, 골드만삭스 40% 등 절반에 근접하거나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금투업은 2007년 자본시장법 제정으로 증권사 대형화 발전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된다.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투자금융사업자(종투사) 제도로 외형 성장이 이뤄졌다.

특히 NCR(영업용순자본비율) 체계 전면 개편이 변곡점이 됐다고 평가되고 있다.

2016년 신(新) NCR 제도가 시행되면서 글로벌 IB ‘그들만의’ 영역에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뛰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자본 규모 상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에 치우쳐져 있다는 한계가 있다.

금투협은 세미나에서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예금 중심의 가계금융자산 구조, 글로벌 경쟁력 부족, 낡은 자본시장 인프라와 규제 등 한계 요인이 여전하다”며 “증권사의 해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건전성 규제인 NCR(영업용순자본비율) 합리화 등 해외진출 관련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다른 축인 자산운용사 역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보강해야 할 과제들이 거론된다. 이준서 동국대 교수는 같은 제1차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 주제발표에서 “자산운용시장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운용사 대형화 및 국제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 운용사 가운데 운용자산(AUM)이 가장 큰 운용사도 전 세계 100위권 수준으로, 이는 세계 1위 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 운용자산과 비교하면 2.5%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또 국내 연기금 등이 해외투자 때 국적 자산운용사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 등을 국제화를 위한 예시로 제시했다.

금투업계도 ‘새 먹거리’로 해외진출과 현지 수익화 사업에 관심이 높지만 자체적으로도 한계점을 인식하고 있다.

국내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을 바라보는 회사나 당국의 시각, 역량, 현지 비즈니스 특색 때문에 결국 실적 비중으로 보면 한계가 명확한 측면이 있다”며 “이는 다시 글로벌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마다 다른 제도·규제…“당국 적극적 지원 필요”

전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인 최희남 자본시장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2023년 4월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2차 릴레이 세미나 중 글로벌 투자은행은 지주회사, 겸업화에 기반해서 차별화 된 전략을 추구했다는 사례를 발표했다. 최 위원은 “지역적 다변화, 금융상품 다변화, 핵심고객 집중, 기술과 혁신 추구, 리스크 관리 등이 대표적 전략”이라고 제시했다.

정책 및 제도, 문화 차이는 해외진출 하는 금융사들이 극복해야 할 주요 어려움으로 꼽히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의 경우 국가 별 정책 및 제도가 상이해서 이 부분을 정확히 체크하고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며 “업무를 진행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꾸준한 현지 네트워크 형성과 현지 고객사, 기관과 협업 및 보완하며 사업성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해외진출 추진 때 해외투자 신고 관련 신속한 심사 등 감독당국의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법인 별로 규제나 고객 수요, 시장 성숙도에 차이가 있다"며 "법인 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구축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운용사의 해외법인은 현지에서 낮은 인지도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해외진출은 높은 투자비용 대비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 도전적인 사업으로,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종투사 해외법인 자본규제 ‘손질’

한국 정부도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제도적 손질을 강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4월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2차 릴레이 세미나에서 “종투사 해외 현지법인 기업 신용공여에 대한 NCR 규제를 합리화하고, 기관투자자가 기업공개(IPO) 예정 기업의 증권신고서 제출 이전에 추후 결정되는 공모가격으로 공모주식 일부를 인수할 것을 약정하는 ‘코너스톤 투자자(Cornerstone Investors)’ 제도를 조속히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터널을 지난 올해 2023년 금투업계도 해외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사업은 각 국가의 자본시장 발전의 정도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발전 정도에 따라 사업모델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국가 상황에 맞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본사 노하우를 접목하며 각 거점을 연결해 시너지를 내는 전략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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