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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120조, 어디에 투자할까? [전명산의 AI블록체인도시 이야기⑩]

전명산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 2026-06-02 05:00

AI 연산 능력, 에너지 안보, 기본소득을 한번에 해결하는 방법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120조, 어디에 투자할까? [전명산의 AI블록체인도시 이야기⑩]

AI 가속화가 만들어준 또 한번의 기회

요즘 정부 안팎에서 의미 있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내년까지 100조 원이 넘는 초과세수가 예상되는데, 이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김용범닫기김용범기사 모아보기 청와대 정책실장이 먼저 화두를 던졌다. 지난 5월 11일 그는 AI 산업의 호황으로 역대급 초과세수를 만들어낸다면 그 과실을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하자고 제안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한 방송에서 "정부가 단순 재정지원자가 아니라 미래 산업의 투자자가 돼야 한다"며, 초과세수 재투자로 다시 돈을 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과감한 인프라 투자로 사회를 질적으로 도약시킨 여러 번의 경험이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고속도로와 중공업, 김대중 대통령 때의 초고속통신망, 노무현 대통령 때의 광대역통합망(BcN)은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미래 성장 기반을 만든 대표 사례들이다. 다시 한번 한국에게 미래를 준비할 천우신조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인프라에 투자해야 할까. AI 시대의 인프라라면 흔히 데이터센터, 송배전망, 차세대 통신망, AI 연산 인프라 같은 것들이 꼽힌다. 모두 필수적인 것들이다. 그런데 아직 사회 필수 인프라로 취급되지 않는, 그러나 절대 빼놓으면 안되는 것이 바로 '전기 생산 인프라'다.

AI 시대는 전기로 작동하는 시대다. AI가 가속화될수록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하고, 전기가 부족하면 AI는 즉시 멈춘다. 즉 전기는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다. 게다가 전기는 모든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손쉽게 전환할 수 있어 다다익선이다.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이 에너지 인프라를 제대로 설계하면 AI 시대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세 가지 숙제 — AI 연산 능력 확보, 에너지 안보 확보, 기본소득 방안 마련 — 를 한꺼번에 풀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인프라로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다.

첫번째 토끼 : AI 시대 필수 사회 인프라, 전기

데이터센터는 AI의 연산력을 제공하는 핵심 인프라다. 데이터센터가 생겨나는 그만큼 전력도 확보되어야 한다. 미국은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만 5천 개가 넘고, 추진 중인 것도 1,500개가 넘는다. 그런데 이 중 꽤 많은 곳이 전기를 확보하지 못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달리 방법이 없기에 미국 빅테크들은 본인들이 약속했던 탄소 제로 정책을 포기하고 직접 가스발전소를 짓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풍부한 전기를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전략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딥시크 같은 AI 회사들에 싼 전기를 공급해 클로드나 챗지피티보다 최대 수십 배 싼 서비스를 제공하고, 엔비디아보다 성능과 전기 효율이 훨씬 낮은 화웨이 칩 수백 개를 묶고 몇배 많은 전기를 써서 AI를 돌리는 방식으로 미국의 경제 제재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은 Sovereign AI를 표방하며 자체 AI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데, AI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충분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느냐가 곧 AI 경쟁력의 관건이 된다. 어렵게 시장에 안착한 서비스가 사용자가 늘어나는 순간 전기가 모자라 주저앉을 수도 있다. 그러니 초과세수로 AI 시대의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대규모 전기 생산 인프라가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

두번째 토끼 : 에너지 안보는 덤으로....

석유와 가스는 본질적으로 '지정학적 에너지'다. 자원을 쥔 나라가 그렇지 못한 나라를 흔든다. 에너지의 거의 전량을 수입하는 한국에게, 자국 영토 안에서 만들어내는 재생에너지는 단순한 친환경 사업이 아니라 '안보 인프라'다. 햇빛과 바람은 누구도 봉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초과세수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인프라를 깐다면 자연스럽게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게 된다.

다행히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태양광 기술과 차세대 페로브스카이트 분야의 선두권 기술, 탄탄한 배터리·ESS 역량을 갖고 있다. 태양광 셀부터 배터리, ESS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기술 스펙트럼을 동시에 보유한, 세계적으로도 드문 나라다. 우리는 실행하려고 하면 바로 실행 가능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개인들이 소유하는 구조(UBEE)는 대규모 전기 생산으로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기본소득 인프라까지 구축하는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미지: 생성형AI활용)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개인들이 소유하는 구조(UBEE)는 대규모 전기 생산으로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기본소득 인프라까지 구축하는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미지: 생성형AI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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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토끼 : 기본소득을 확보하는 방법

세번째 토끼, 기본소득을 어떻게 잡을지에 대해 한국은 이미 답을 갖고 있다. 신안과 구양리, 햇빛소득마을은 에너지 생산 인프라가 어떻게 시민의 소득으로 연결되는지 증명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전기 생산시설을 지역 주민들이 공동 소유하고 전기 판매 수익을 나누어 갖는 구조 말이다. 필자는 이 구조를 UBEE(Universal Basic Energy Equity, 보편적 에너지 기본소득)라고 정의했다.

전기 생산 인프라는 다른 인프라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인프라 스스로 돈을 번다는 것이다. 도로나 항만은 깔아두면 비용이 들지만, 발전 설비는 깔아두면 전기를 팔아 수익을 낳는다. 그리고 AI 시대에는 그 전기를 사 갈 거대한 수요자들(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로봇 공장)이 줄을 서 있다.

햇빛소득마을의 다음 단계는 규모를 과감하게 늘리는 것이다. 현재 정책은 대략 마을당 1MW, 월 1천만원 정도의 소득을 얻는 수준에 머무는데, 결정적 이유는 예산 부족이다. 만약 이를 도시에 사는 개인이 인당 월 50만원의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키워본다면?

개인이 에너지 생산 시설을 소유하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삼는다면 세금을 쓰지 않아도 된다. 한번 안착되면 수십 년간 기본소득이 자동으로 나온다. 바로 이것이 필자가 『가속해도 괜찮아! ABCity-AI 시대를 위한 전기 문명 프로토타입』에서 제안한 구조다.

기본소득도 'AI 시대의 필수 사회 인프라'

축구 하는 아틀라스 로봇을 본 독자가 많을 것이다. 볼을 다루는 기술은 날로 현란해지고 슛은 정확해진다. 로봇이 인간의 신체 능력을 대체하는 시점은 멀지 않았다. AI는 화이트칼라를, 로봇은 블루칼라를 위협하고, AI를 내장한 로봇은 그 둘을 동시에 대체한다. 인간이 '직접 노동'에서 손을 뗄 날이 다가오고 있다.

AI 시대의 사회는 기본소득 없이 굴러갈 수 없다. 로봇의 막대한 생산력으로 물건을 아무리 싸게 많이 만들어도, 사 줄 구매자가 없으면 자본주의도 멈추기 때문이다. AI 시대에 기본소득은 좌우의 문제도 이념의 문제도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유지될 수있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필자가 기본소득 시스템도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것이 없으면 사회가 붕괴한다.

에너지 생산 시설의 소유권을 개인들이 가지는 구조에서 기본소득 인프라는 앞서 말한 에너지 인프라와 정확히 같은 것이다. 태양광 발전소 하나가 데이터센터를 돌릴 전력을 만들고, 시민에게 돌아갈 소득을 만들고, 에너지 자립까지 만든다. 폭증하는 연산 전력, 일자리 소멸, 에너지 안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하나의 인프라가 동시에 잡는 것이다.

님비(NIMBY)에서 핌비(PIMBY)로

에너지 생산시설을 시민이 소유하는 구조에는 예상 밖의 효과가 하나 더 있다. AI 사회로의 전환 속도가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지금 자유 진영의 에너지·데이터센터 인프라는 주민 반대에 막혀 있다. 미국 멤피스의 대형 AI 데이터센터는 환경 소송에 시달리고, 송전망 증설은 곳곳에서 좌초한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면 전기료가 오르고 마실 물이 마르기에 주민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송전탑, 변전소, 풍력 단지를 둘러싼 갈등이 이미 도처에 있고, AI 시대에는 더 폭증할 것이다. 갈등의 뿌리는 단순하다. 이익은 기업이 가져가고 부담은 주민의 몫이 되는, 정렬이 어긋난 이해관계가 원인이다.

그런데 시민이 에너지 인프라를 소유하면 구조가 뒤집힌다.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더 사 갈수록 시민의 배당이 오른다. 이제 주민은 데이터센터를 막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유치하려 든다. 그 시설들이 내 전기를 사주고 나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반가운 고객이기 때문이다. 이 공장들이 더 이상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는 무인 공장이어도 상관없다.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태양광 발전소- 내 집 앞에는 안 된다(NIMBY, Not In My Backyard)며 밀어내던 시설들이, 우리집 근처로 와 달라(PIMBY, Please In My Backyard)며 서로 유치하려는 대상으로 바뀐다. 혐오 시설이 환영 시설이 되는 것이다.

신안에서 더 이상 태양광 반대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민 소유는 단순한 분배 장치가 아니라 '사회적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가속 장치’다.

시민들의 이해관계와 산업 시설의 이해관계를 ‘정렬’ 시키면 NIMBY는 PIMBY로 바뀐다. UBEE는 사회적 충돌 없이 AI 가속화를 실행할 수 있는 전략적 방법론이다. (이미지: 생성형AI활용)

시민들의 이해관계와 산업 시설의 이해관계를 ‘정렬’ 시키면 NIMBY는 PIMBY로 바뀐다. UBEE는 사회적 충돌 없이 AI 가속화를 실행할 수 있는 전략적 방법론이다. (이미지: 생성형AI활용)

제안: 하나의 도시에서 에너지 기본소득을 실험해 보자

시민 10만 명에게 월 50만원의 기본소득을 줄 수 있는 발전 시설이라면, 대략 GPU 20만개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붙일 수 있다. 시민 20만 명 규모라면, 연간 5TWh를 소비하는 삼성 반도체 공장 1개를 붙일 만한 전기가 생산된다.

그렇다면 지금 거론되는 초과세수 가운데 일부를, 에너지 기반 기본소득 모델을 개념 증명(PoC)하는 데에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 한 도시 또는 한 지역에 태양광·풍력 발전 시설의 시민 소유 구조, 이 전기를 사용할 대형 AI 데이터센터, 기본소득 배당을 하나로 묶은 통합 모델을 깔아보는 것이다. 한 곳에서 작동하는지 먼저 확인하고, 이것이 AI 시대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이라고 확인되면 이 모델을 전국에 복제하면 된다. 한국만 필요하겠는가? AI 시대에 기본소득 문제를 해결한 K-문명 모델이 글로벌화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국부펀드 투자룰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한 도시를 선정해, 월 50만원의 기본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태양광 설치비를 시민들에게 장기 저리로 대여한다고 가정하자. 첫 개념 증명을 위한 기본소득 인프라 구축 비용을 국부펀드가 대는 것이다. 국부펀드가 회수하는 수익은 크지 않아도 100% 원금 회수가 가능한 투자다. 게다가 국부펀드가 지나간 자리에는 인당 월 50만원의 기본소득이 자동으로 생산된다. 국부펀드가 수십 년간 '국부'를 낳는 마중물이 되는 것이다.

이 구조를 하나씩 늘려서 전 국민에게 확대하면 에너지 기본소득만으로 연간 300조 원이 자동으로 생산된다. 리먼 사태와 같은 거대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와도, 최소 300조 원, 화폐 승수까지 고려하면 1천조에 가까운 내수 시장은 중단 없이 작동한다.
개인 소유 에너지 생산 인프라(UBEE)는 기본소득을 만들어주고, AI 시대의 연산력을 확보하는 방법이며, 에너지 안보인 동시에 지속 가능한 번영을 위한 사회 인프라다.



전명산 소셜인프라테크 대표는
블록체인 전문가로 기술과 사회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연구하는 기획자이자 개발자이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인터넷 산업에서 25년 이상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 최초 블로그 미디어 ‘미디어몹’을 기획한 바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싸이월드) R&D 연구소 팀장 등을 거쳐 블록체인 플랫폼과 분산시스템 기술을 개발해왔다. 현재 (주)소셜인프라테크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오랫동안 천착해 온 블록체인 거버넌스 연구를 바탕으로 AI·블록체인·에너지·도시 인프라를 결합, 기본소득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 체제로 전환하는 전기 문명 프로토타입 ABCity(AI Blockchain City)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책 『가속해도 괜찮아! ABCity-AI 시대를 위한 전기 문명 프로토타입』(2026)을 냈다.

전명산 칼럼니스트/소셜인프라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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