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경쟁력 ‘확고’ vs 자본효율 ‘악화’
이수페타시스의 본업 경쟁력은 확실하다. 한국금융신문의 AI 실적분석 플랫폼 더컴퍼스(THE COMPASS)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이 회사의 투하자본수익률(ROIC)은 27.45%에 달했다. 이는 동종업계 평균치인 2.45%를 10배를 넘는 수준이다. AI 가속기, 하이퍼스케일 서버, 800G 이더넷 스위치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에서 판매단가를 높이며 영업이익률(18.82%)과 자본회전율(1.83배)을 잘 이끈 결과다. 지난 2021년 12.08%였던 ROIC는 2022년 30.87%로 상승했고 지금까지도 비슷한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제품 경쟁력이 '월드클래스'라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하지만 시장에서는 이같은 '압도적인 수익률'보다 자본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우려 섞인 시선을 던진다. 더컴퍼스가 집계한 이 회사의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은 지난 2022년 4.6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60.25%로 치솟았다. 일반 재무분석에서 WACC는 고정된 비용이지만 더컴퍼스가 추산하는 WACC는 기업가치 평가 측면에서 시장이 요구하는 기대 수익률을 의미한다. 더컴퍼스가 추산한 이수페타시스 WACC이 수직 상승한 것은 시장에서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극단적으로 높아졌다는 의미다.
역으로는 본업에서 이익을 많이 내고는 있지만 시장에서 요구하는 높은 위험 프리미엄과 자본 비용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쪼그라든 ‘현금흐름’ 리스크
이수페타시스의 화려한 실적 이면에 가장 뼈아픈 대목은 잉여현금흐름(FCF)이 쪼그라든 것이다. 지난 2022년 1674억 원으로 고점을 찍었던 이 회사의 FCF는 2025년엔 78억 원으로 20분의 1 토막으로 쪼그라들었다.수익성이 나빠져서 현금이 줄어든 게 아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세후영업이익(NOPAT)은 1629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이처럼 큰 이익을 낸 것 가운데 95%에 해당하는 1551억 원을 설비투자(CAPEX)에 투입하면서 생긴 일이다. 제4공장을 본격 가동한 데 이어 제5공장 증설도 단계적으로 진행돼 공장을 구축과 설비 구매 등 지출이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 흐름을 압도해 버린 것이다.
그나마 지난 2022년에는 운전자본 개선효과(988억 원)가 더해져 FCF가 NOPAT을 웃돌며 팽창했지만 지금은 운전자본이 현금흐름의 방패막이를 못해주는 상황이다. 결국 '벌어서 재투자'하는 단계를 넘어서 '번 돈 전부를 쏟아부어도 여유가 없는' 공격적 확장 국면의 끝자락에 서 있다. 이로 인해 주주의 실질적인 현금 수익에 해당하는 잉여현금수익률(FCF Yield)은 2022년 47.63%에서 2025년 1.31%까지 추락했다.
대규모 설비투자…주주환원 부담
이수페타시스의 자기자본비용이 급등한 것과 잉여현금흐름(FCF)이 급감한 것은 궤를 같이 한다. 재무 이론상 자기자본비용은 주주가 기업에 투자하며 기대하는 최소한의 수익률이나 마찬가지다. 이수페타시스의 경우에는 최근 현금창출력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주주들이 체감하는 리스크는 높아졌다.주가순자산비율(PBR)로 역산한 이 회사의 자기자본비용은 8.59% 수준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현재의 현금 경색을 일시적 투자 사이클로 인해 발생한 사태로 보면서 향후 10년간 평균적으로 8.59% 수준의 수익을 낼 것이라고 낙관한다는 의미다. 다만 현재적 지표인 FCF 역산 수치와 시장의 기대치 사이에 놓인 간극이 커주가 변동성을 언제든 키울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위험요인 관리 따라 반전 가능
이수페타시스가 고평가 논란을 해소하고 성장 가능성을 증명하는 열쇠는 ' 설비투자(CAPEX) 회수 사이클'에 있다. 제5공장 증설이 마무리되고 투자가 정상화되는 시점에서 지금처럼 높은 NOPAT이 실제 현금(FCF)으로 전환되는 것을 보여주면 변화가 가시화할 수 있다. CAPEX 감소 → FCF 증가 → FCF Yield 상승 → 주주 기대수익률 하락 → WACC 정상화로 이어지는 연쇄효과다. AI 가속기, 서버, 스위치 전 제품군에서 수주도 가시권에 든 만큼 투자 사이클의 마무리 국면으로 가면 지표 반전도 충분히 가능하다.그러려면 위험요인을 잘 관리해야 한다. 특정 빅테크 기업에 대한 매출 비중이 41%에 달하는 만큼 집중된 고객사 위험을 잘 분산하는 게 필요하다. 빅테크 고객사의 발주 패턴에 큰 변화가 나타나면 투자해둔 설비가 비용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수페타시스는 지금 거대한 파도에 올라탄 상태다. 파도가 크게 치면 더 빨리 갈 수도 있지만 뒤집힐 위험도 커진다. 지금 이 회사에게 필요한 건 "앞으로 얼마나 더 벌 것인가"보다 "언제쯤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줄 것인가"를 보여주고 주주를 설득하는 것이다. 그 과정이 지체될수록 이수페타시스의 기업가치는 낮아지고 시장 위험을 키울 가능성도 높아진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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