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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국 내정자, 신한생명 성장판 마련 부심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19-01-14 00:00

‘리딩금융 탈환’ 핵심 계열사로 보험 지목
오렌지라이프와 화학적 결합 초석 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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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신한생명은 차기 사장으로 지난 9월 M&A를 통해 신한금융지주의 품에 새롭게 안긴 오렌지라이프 정문국닫기정문국기사 모아보기 사장(사진)을 내정했다.

신한생명의 CEO 자리는 그간 신한금융지주에서 경력을 쌓아온 정통 ‘신한맨’이 지켜왔다. 신한생명은 지주 내 핵심 계열사는 아니더라도, 꾸준하고 안정적인 실적을 선보이며 신한금융지주의 이미지 제고에도 적지 않은 공헌을 해왔다.

보험업계는 정 사장의 내정을 두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파격 인사’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정문국 사장은 1959년생으로 신한금융지주의 다른 계열사 사장단이 60년대생으로 교체되는 ‘쇄신 인사’에도 부합하지 않고, 피인수당한 회사의 사장이 금융지주 계열사의 사장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정 사장의 내정에는 두 가지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긍정적인 부각은 정 사장이 신한생명 이전 에이스생명(현 처브라이프생명), 알리안츠생명 (현 ABL생명), ING생명 (현 오렌지라이프) 등의 CEO를 두루 거친 보험사 경영의 베테랑이라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의 보험사 수장을 맡기에도 힘이 드는데, 이미 3개의 보험사를 거친 시점에서 정 사장의 경영 능력은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2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검증된 베테랑 경영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반대로 부정적인 시각은 정 사장이 3개의 회사를 거치는 동안 가장 주목받았던 것은 경영능력보다도 ‘구조조정 전문가’로서의 능력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로 정 사장은 3개 회사를 거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해 노조와의 갈등을 빚어온 전력이 있다.

이에 조용병닫기조용병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했던 ‘원신한’ 기조와 정 사장의 전력이 배치된다는 지적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 오렌지라이프 출신 정 사장, 신한생명에 ‘오렌지 DNA’ 이식 과제

이번 인사이동은 사실상 조용병 회장의 과감한 ‘승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렌지라이프 내부 사정에 정통한 정문국 사장이 신한생명으로 옮겨가면, 반대로 신한생명 내부 사정에 정통한 신한 쪽 인사가 오렌지라이프로 옮겨가 신한생명의 DNA를 이식하는 ‘트레이드’식 인사이동이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 경우 양 측은 서로의 기업문화를 빠른 시간에 습득할 수 있어 향후 있을 합병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은 두 회사의 특기분야도 다르고, 외국계와 금융지주계라는 차이점으로 인해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이미 신한금융지주 내부에서도 ‘두 회사의 합병을 서두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지주 한 고위 관계자는 “IFRS17에 맞춰 신한생명에도 추가적인 자본이 투입돼야 하는데, 오렌지라이프까지 따로 운영하는 것은 이중으로 비용이 들게 되므로 비효율적인 일”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신한생명은 지난해 기준 신한금융지주 전체 이익에서 6%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오렌지라이프와의 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해당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2019년 전략회의에서 KB금융지주로부터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아올 핵심 계열사로 보험업을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업권 전체가 IFRS17 도입과 인구절벽 현상로 인한 시장포화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신한생명은 일찌감치 IFRS17에 대비한 결과 실적과 재무건전성 양면에서 ‘선방하고 있다’는 평을 받아왔다.

여기에 이미 업계 최고의 영업력과 재무건전성으로 정평이 나있는 오렌지라이프의 존재감이 합쳐진다면 그 시너지는 KB금융을 넘어설 수 있을 정도로 클 것이라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합병 시 발생할 양 측의 진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서로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경영진을 임명해 조직문화 차이를 최대한 줄이는 작업이 필수불가결하다. 정 사장의 선임은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둔 이동이라는 시각이 많다.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1959년생으로 신한금융지주의 ‘50년대 CEO 교체 기조’에도 배치되며,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이미지가 강한 정문국 사장을 굳이 신한생명으로 옮길 것이 아니라, 오렌지라이프의 부사장급에서 새로운 얼굴을 발탁해도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신한금융지주로서는 수뇌부의 법정공방 등으로 어수선한 시기인데다가, 리딩뱅크 탈환을 위한 승부수가 필요한 시점에서 불확실한 인사보다는 확실하게 능력이 검증된 정 사장으로 하여금 안정적으로 조직기반을 다지는 일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 IFRS17 대비 순조로운 신한생명, 새로운 과제는 재무건전성·조직 안정화

신한생명은 경쟁 생보사들보다 일찍 IFRS17 대비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평을 받는다. 이병찬 사장은 취임 직후 저축성보험의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보험 위주로 포토폴리오를 재편하는 작업에 돌입했으며, 이미 지난해 말 생명보험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저축성보험 비중인 5% 수준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들은 이처럼 조기에 저축성보험 비중을 줄이는 전략을 편 결과 이러한 영업 손실을 최소화한 것은 물론,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129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0% 증가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는 생보업계에 만연한 역성장 기조 속에서 거둔 호성적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오렌지라이프와의 합병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면 자본확충 측면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렌지라이프는 현재 보험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재무건전성을 지닌 보험사로 정평이 나있다. 이들은 외국계 보험사로서 국제 기준에 맞춘 재무관리를 통해 국내 보험사들보다 안정적인 지급여력 관리 노하우를 키워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신한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194% 수준으로, 생보업계 평균인 250%에 미치지 못했다. 외국계 보험사를 두루 거치며 재무관리 안목을 키워온 정 사장의 능력이 신한생명에 필요한 이유다.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은 같은 생명보험사긴 하지만 특기분야가 조금 달랐다. 오렌지라이프는 젊은 설계사 조직을 중심으로 변액보험, 종신보험 등 장기상품에서 강세를 보였다. 신한생명은 방카슈랑스, 소호슈랑스 채널 등의 채널에서 정기보험과 암보험 등 보장성 상품에서 강세를 보여왔다.

보험업계는 양사가 지닌 장점을 결합시키고, 서로에게 없는 부분을 채워 취약점을 보충할 수 있다면 생보업계 ‘빅3’마저 위협할 수 있는 ‘매머드 생명보험사’가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구조조정 전문가 정 사장 내정에 내부 분위기 ‘흔들’... 노조 강경투쟁 예고

이처럼 보험업계의 일대 변화와 더불어 ‘원신한’의 리딩뱅크 탈환을 위한 과제가 산적해있지만, 정 사장의 전력을 둘러싼 신한생명 임직원과 노조의 불안감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숙제 중 하나다. 현재 신한생명 노조는 물론 임직원들 사이에서도 뒤숭숭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일 신한생명 노조는 기자회견을 갖고 “신한생명 대표이사의 임기를 3개월 남긴 상태에서 보험 전문가가 아닌 ‘구조조정 전문가’를 신임 대표로 내정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며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인사”라며 “정 내정자의 대표 선임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정 대표의 내정 철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총력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사무금융노조 신한생명 지부 유정식 지부장은 지주 앞은 물론 신한생명 본사, 국회 투쟁 등에서부터 천막 농성까지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보이기도 했다.

정문국 사장의 내정에 대한 신한생명 노조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지만, 노조를 제외한 임직원들 역시 동요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한금융지주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얼마 전 있었던 희망퇴직이 임직원들 사이에서 ‘마지막 기회’였다는 시각이 많다”며, “언제 구조조정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신한생명은 지난해 말 근속 2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신한생명 측은 희망퇴직에 따른 위로금이 통상임금의 최대 42개월분으로, 금융권에서 가장 좋은 수준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신한생명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인적쇄신을 진행해왔지만, 이번 희망퇴직은 전에 없던 ‘파격 조건’이라는 점이 시선을 모았다. 보험업권이 오는 2022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앞두고 비용 절감과 자본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다, 오렌지라이프와의 합병을 앞두고 본격적인 체질 개선 작업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지주가 아무리 안심을 시켜도, 정문국 사장의 과거 전력이 있는 만큼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 정문국 사장은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에 사장으로 취임할 당시에도 노조의 반대에 직면했으나, 노조위원장을 직접 만나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노조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이후 정 사장은 구조조정을 통해 150여명의 임직원들을 내보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한생명의 실적이 생보업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순항하고 있고, IFRS17 대비 체질개선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경영상의 문제가 전혀 없다는 점을 들어 구조조정 필요성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문국 사장의 이동은 단지 오렌지라이프와의 합병을 앞두고 양측의 화학적 결합을 돕기 위한 전략일 뿐 구조조정과는 무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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