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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원부터 호빵·크린랩까지…상표 넘어 일상어 된 ‘국민브랜드ʼ

양현우 기자

yhw@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0-19 00:00

조미료 대신 ‘미원’·비닐랩 아니고 ‘크린랩’…겨울 간식은 ‘호빵’
시장 대표하는 상품으로 ‘우뚝’…혁신 더해 장수브랜드로 ‘진화’

▲ 미원 호빵 크린랩 이미지 = 생성형 AI

▲ 미원 호빵 크린랩 이미지 = 생성형 AI

[한국금융신문 양현우 기자] 특정 상표가 제품군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편의점에서 찐빵을 찾을 때 ‘호빵’이라고 하거나 주방에서 조미료와 식품 포장용 랩을 찾을 때 ‘미원’과 ‘크린랩’을 떠올린다. 제품을 넘어 일상 언어로 자리잡은 상표는 오랜 기간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누명 벗고 ‘힙’한 조미료로 진화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비재 시장에서 상표명이 일반명사화한 가장 고전적이고 대표적 사례는 1956년 출시된 대상의 ‘미원’이 꼽힌다. 미원 출시 이전인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조미료 ‘아지노모토’가 널리 사용됐다.

해방 이후 일본 제품 수입이 금지됐음에도 조미료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아지노모토를 쌀값보다 비싼 가격에 밀수하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대상그룹 창업주 고(故) 임대홍 회장은 1955년 일본으로 건너가 조미료 제조 공법을 익혔다. 시행착오 끝에 1956년 부산의 작은 공장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국내 최초의 국산 발효 조미료 ‘미원’이다.

미원은 국내 조미료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혀갔다. 어떤 음식이든 미원을 조금 넣으면 맛이 좋아진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특히 1960~70년대 미원은 인기 있는 선물 아이템이기도 했다. 황금빛 캔 선물 세트 등을 앞세워 ‘1가구 1미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승승장구하던 미원에 시련이 닥쳐왔다. 1990년대 초 MSG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며 한동안 소비자들의 불안을 키우게 된 것. 결국 시간이 흘러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내 식약처까지 MSG는 평생 섭취해도 건강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없다고 발표하며 오명을 벗게 됐다.

나아가 MSG를 활용하면 음식 간을 맞출 때 소금 섭취량을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다는 ‘나트륨 저감 효과’가 국내외 학계를 통해 검증되면서 오히려 이제는 건강한 조미료로 재평가받고 있다.

최근 미원은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젊은 소비층에게 다가가고 있다. 2021년 배우 김지석을 모델로 내세워 65년간 음식의 주연이 아닌 ‘맛의 조연’으로 헌신해 왔다는 내용으로 만든 유튜브 영상은 148만 뷰를 기록하며 호응을 얻었다.

무신사와 협업한 굿즈, 편의점과 손잡은 미원맛소금팝콘 출시는 물론, ‘미원’과 동음인 충북 청주시 미원면과 손잡고 ‘미원산골마을빵(미원 맛소금빵)’ 브랜딩을 지원하는 등 젊은 소비자층과 접점을 넓히고 있다.

비수기 타개 기획이 국민 간식으로

겨울철 대표 간식이라 불리는 ‘호빵’ 역시 빵의 한 종류를 뜻하는 일반명사가 아닌, 1971년 삼립식품(현 삼립)이 출시한 고유 상표명이다. 호빵이란 이름은 ‘호호 불어서 먹는 빵’이라는 뜻이다.

당시 제빵업계에서 겨울철은 빵 판매량이 급감하는 최대 비수기였다. 삼립은 이를 타개하고 대리점들의 수익을 보전해주기 위해 약 1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국내 1호 겨울철 빵을 고안해냈다. 길거리에서 팔던 찐빵을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쪄 먹을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다.

1971년 10월 첫선을 보인 호빵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서양식 빵에 익숙해 있던 소비자들에게 단팥이 든 따끈한 호빵은 신선한 자극이었다.

출시 직후부터 가파른 상승 가도를 달리며 첫해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까지 삼립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했다. 1봉에 5개씩 들어있던 초기 호빵의 판매 확산을 위해 1972년 소매점에 배포한 전용 ‘빨간 찜통’은 겨울 풍경을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삼립에 따르면 호빵은 2025년 12월 기준 누적 판매량 69억 개를 돌파했다. 일렬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약 17바퀴 돌 수 있는 양으로, 매년 연 매출 1000억 원 규모를 올리는 메가 캐시카우다.

이러한 경쟁력의 배경에는 연간 500억 원을 투자하는 연구개발(R&D) 인프라가 자리하고 있다. 특허 유산균과 쌀가루를 혼합한 ‘발효미종’을 적용해 풍미를 극대화하는 등 R&D에 공들인 결과 2024년 6월 국제식음료품평회(ITI)에서 단팥호빵이 3스타를 획득했고, 미국·호주 등 22개국에 수출되는 K-간식으로 도약했다.

최근엔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소비 연령대를 낮추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협업해 내놓은 마라·양념치킨 맛의 ‘호호호빵’,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 비욘드 클로젯과 만든 '호빵 파자마', 하이드아웃과 함께한 ‘플리스 쿠션’ 등이 대표적이다.

‘PVC’ 밀어낸 ‘크린랩’

식품 포장용 비닐 랩 부문에서는 ‘크린랩’이 인지도를 바탕으로 카테고리 대명사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80년대 초 국내 식품 포장용 랩 시장에서는 폴리염화비닐(PVC) 소재 제품이 주류를 이뤘다.

그런 상황에서 PVC 랩에 사용되는 가소제와 원료인 염화비닐단량체(VCM)의 잔류 물질 등이 안전성 문제로 지적됐다.

VCM은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발암물질이다. 열이나 기름기가 있는 음식과 접촉할 때 유해 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당시 대기업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은 제한적이었다.

그 같은 시장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 1983년 설립된 크린랩이다. 창업주 고(故) 전병수 회장은 1984년 당시 생소했던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소재를 활용해 국내 최초로 무독성 PE 랩을 출시했다.

크린랩은 가정 내 안전을 우선 가치로 삼고 식용 옥수수유를 첨가하는 제조 방식도 연구했다. 관련 제조 공법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과 5개국 특허를 확보했다.

초기 시장 안착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기존 PVC 랩에 익숙했던 소비자들은 PE 랩 특유의 질감과 낮은 투명도에 거부감을 보였다. 이에 크린랩은 투명도를 높이는 가공 기술을 개발하고 안전성을 강조한 마케팅을 전개하며 소비자 인지도를 높여갔다.

크린랩은 현재 식품 포장 분야에서 약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대형마트 진열대에 ‘비닐 랩 코너’ 대신 ‘크린랩 코너’라는 팻말이 붙을 정도로 상표 자체가 제품군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자리잡았다.

한편, 상표가 제품군을 대표하는 명사가 될 정도로 대중화됐다 하더라도 기존 인지도에 안주하기보다 변화하는 소비자 인식과 수요에 맞춰 제품 경쟁력을 꾸준히 높여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브랜드일수록 기존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소비 경험을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가진 기존 제품에 대한 인식이나 선입견을 고려해 제품의 콘셉트를 개선하고, 사용 편의성이나 구성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새롭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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