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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순혈 기아맨ʼ 김승준, 불확실 뚫은 ‘재무의 힘ʼ [나는 CFO다]

김재훈 기자

rlqm93@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9-21 00:00 최종수정 : 2026-09-22 07:59

현대차그룹 편입 후 ‘첫 공채 출신ʼ 재무 수장
불확실성 속 2Q 최대 매출…“하반기 더 성장”
‘양적 성장ʼ 내려놓고 ‘내실 중심 개선ʼ 전환 주효
SUV·HEV·소형 EV로 역대 최대 판매 질주

26년 ‘순혈 기아맨ʼ 김승준, 불확실 뚫은 ‘재무의 힘ʼ [나는 CFO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올해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여전한 미국발 관세 장벽과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라는 이중고 속에서 연간 목표를 하향 조정하며 버티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그러나 기아의 궤적은 다르다. 연초 시장에 공언했던 가이던스를 차근차근 현실로 바꿔가며 실적과 판매량을 모두 증명해 내고 있다. 견조한 실적의 중심에는 26년 동안 기아의 살림과 야전 현장을 두루 거친 '순혈 재무통' 김승준 재경본부장(전무·CFO)이 있다.

현대차그룹 편입 후 '첫 공채 출신' 재무 수장

김승준 전무는 기아 재무라인에서 독보적인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다. 신입사원에서 최고재무책임자 자리까지 오른, 이른바 ‘성골’ 내부 리더이기 때문이다.

1972년생인 그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기아에 입사했다. 1999년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된 기아가 본격적인 재도약 기틀을 마련하던 시기 입사한 '첫 대졸 공개채용 출신'이다.

김 전무는 26년간 기아에 몸담으며 재무 전반의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본사의 핵심인 재경기획팀장과 경영분석팀장을 거치며 전사 손익 구조를 파악, 내부 이해도를 높였다. 여기에 최대 수익처인 미국판매법인(KMA) 재무총괄을 맡아 현장 감각과 글로벌 위험 관리 능력을 동시에 다졌다.

이후 2021년 상무 승진과 함께 재무관리실장, 2023년 경영관리실장을 거쳐 2024년 말 전무 승진과 함께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재경본부장으로 보임됐다. 외부 영입이나 현대차 출신이 아닌 기아의 제품 주기와 생산 기지, 글로벌 딜러망의 생리를 뼈속까지 알고 있는 첫 현장형 CFO인 셈이다.

김 전무 취임 당시는 미국 관세 등 불확실성이 본격화되는 시기였다. 2025년 기아는 2024년 역대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미국 관세 영향으로 수익성이 급감했다. 관세가 본격 적용된 4월, 약 7860억 원 손실이 적용되는 등 상반기에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8.5% 감소했다.

김 전무가 불확실성 속에서 내놓은 전략은 공급망 재편과 믹스 개선 등 내실 다지기였다. 그는 "재무는 단순히 숫자를 집계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차 한 대가 만들어져 고객에게 전달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가치를 최적화하는 '비즈니스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수치로 증명된 김승준 '실리 전략’

김 전무의 내실 전략의 핵심은 무리하게 할인 폭을 늘려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차종별 양적 경쟁을 지양하고, 시장의 실제 수요에 즉각 반응해 고부가가치 차종의 비중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략은 올해 라인업 배치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기아는 무리한 신차 출시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스포티지, 셀토스, 쏘렌토 등 SUV 라인업의 판매 비중을 유지·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은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함으로써 판가 방어와 영업이익률 사수를 동시에 달성했다.

올해 전기차 시장의 캐즘 국면에 대응하는 해법 역시 남달랐다. 기아는 하이브리드(HEV) 수요 폭증에 맞춰 HEV 생산 비중을 늘리고, 전기차 부문에서는 대형급 위주의 고가 정책에서 벗어나 EV3 등 소형 및 중급형 EV 라인업을 강화하며 대중화 시장을 선점했다.

전략적 수완은 실적 수치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기아의 올해 1~8월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219만6123대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하며 우상향 곡선을 그려가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도 국내(39만596대)와 해외(180만865대) 시장 모두에서 안정적인 판매 흐름을 유지한 결과다.

특히 내수 시장에서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현대차를 추월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1~8월 39만9159대를 판매했다. 양사 격차는 8563대로 1만 대 안쪽으로 좁혀졌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 1~8월 국내 판매 격차가 10만4516대임을 고려하면 1년 만에 분위기가 달라진 셈이다.

현대차 전기차 대중화 전략이 늦어지고, SUV 부진이 이어진 사이 기아가 치고 올라온 상황이다.

판매 호조는 이익으로 직결됐다. 올해 2분기 기아는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 속에서도 분기 사상 최고치인 33조37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조6290억 원을 기록하며 연간 목표 달성에 다가섰다. 영업이익률 역시 8.0%라는 견조한 수치를 사수했다.

김 전무는 연초 2026년 연간 실적 목표로 매출액 122조3000억 원, 영업이익 10조2000억 원을 제안한 바 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7.2%, 영업이익은 12.4% 각각 증가한 규모다.

김 전무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대외 무역 환경의 변동성과 인센티브 상승 압박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과 전사적인 원가 절감 노력을 통해 연초 제시한 매출 및 영업이익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할 것"이라며 “하반기 다시 한 번 보여드리겠다”고 자신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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