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인제약 본사 전경. /사진=명인제약 홈페이지 캡처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명인제약은 최근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했다. 주관사는 KB증권이며, 회계 감사는 현대회계법인이 맡는다. 상장 목표 시점은 오는 7월이다.
잇몸질환 치료제 ‘이가탄’으로 이름을 알린 명인제약은 종근당 영업사원 출신인 이행명 회장이 1985년 창립한 제약사다. 항우울제 ‘푸록틴’과 ‘레피졸’, 항정신병제 ‘뉴로자핀’ 등 중추신경계(CNS) 관련 전문의약품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명인제약은 지난 2021년 매출 2000억 대를 돌파한 이후 꾸준히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별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696억 원, 901억 원으로 전년보다 11.2%, 9.9% 올라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543억 원으로 집계돼 재무구조 또한 안정적이다.
회사가 상장을 추진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명인제약은 지난 2008년과 2019년 두 차례 상장 절차를 밟았다 준비가 덜 됐단 이유로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명인제약이 설립 40년 만에 또 다시 상장을 재추진하는 표면적 목적은 R&D 비용 마련이다. 최근 늘어난 신약 파이프라인에 투입할 자금 확보 필요성이 커졌단 이유다. 실제 지난해 명인제약 R&D 비용은 총 109억 원으로 전년(99억 원) 대비 10.3% 증가했다. 회사는 지난해 말 이탈리아 ‘뉴론(Newron)’과 조현병 치료제 ‘에바나마이드’ 국내 독점 계약을 맺고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한편에선 상장 추진 이면에 승계 목적이 숨어있단 시선도 있다. 77세인 이행명 회장이 상속을 준비하며 각종 세금을 최소화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얘기다. 통상 기업이 자본시장에 뛰어드는 건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할 때인데, 명인제약은 이미 탄탄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그 같은 관측의 배경이다.
지배구조도 이 회장 측에 유리하다. 지난해 말 기준 명인제약 최대주주는 이행명 회장으로, 그가 보유한 회사 지분은 특수관계자를 포함해 95.3% 수준이다. 사실상 가족기업이다. 이에 회사의 배당수익도 대부분 오너가 몫이다. 명인제약은 순이익의 20~30% 가량을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2015년부터 최근 10년간 총 배당 규모는 1000억 원을 넘는다.
여기에 명인제약은 지난 2023년 명인다문화재단 출범 당시 기업가치를 약 56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이 회장이 승계 시 내야할 상속세와 증여세율은 최대 60%가 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명인제약이 거래소 요구에 따라 사외이사 2인을 선임하는 등 상장기업에 맞는 이사회를 꾸렸다”며 “앞서 두 차례 상장을 포기한 것과는 달리 이번엔 시장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슬하에 두 딸(이선영·자영 씨)을 두고 있다. 이들 자매는 명인제약 지분을 각각 10% 내외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