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논현동 사옥. /사진=손원태 기자
22일 남양유업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2542억 원) 대비 4.5% 떨어진 2427억 원을 기록했다. 내수 침체로 국내 식품기업들이 위기를 겪는 가운데 남양유업은 본업인 유업마저 저출산 기조 심화로 이중고를 겪은 탓이다. 다만, 수익성 면에서는 역성장 고리를 끊어냈다.
지난해 3분기 56억 원의 영업적자와 45억 원의 순손실을 낸 남양유업은 이번 분기에서는 5억 원의 영업흑자와 4000만 원의 순익을 쓰면서 회사를 정상궤도로 돌려놓았다. 남양유업이 영업이익, 순이익에서 분기 흑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9년 2분기 이후 20개 분기 만이며, 남양유업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 체제로 들어선 지 6개월 만의 성과다.
남양유업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4월 심포지엄을 열고, 자사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에 코로나 억제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펴 회사가 휘청였다.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나서 남양유업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고, 이는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과장 광고 등을 이유로 남양유업에 대해 행정처분 및 고발 조치를 했다.
이때부터 남양유업은 오너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홍역을 치렀다. 남양유업 오너였던 홍원식 전 회장이 사태 수습에 책임을 지기 위해 경영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것. 홍 전 회장은 동시에 본인 일가의 지분 38만2146주(53.08%) 전량을 함께 넘기겠다고 했다. 그는 한앤컴퍼니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남양유업 경영권 이양은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홍 전 회장이 계약 무효를 선언했고, 그로 인한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은 3년여가 흐른 올해 1월에서야 대법원 최종 판결로 끝이 났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이사회 정비 후 경영 정상화에 나섰다. 3년이 넘도록 회사 경영권이 흔들렸던 만큼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의 불안감을 다잡아야 했고, 외부적으로는 소비자 신뢰도 회복시켜야 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남양유업의 기존 대표이사제를 폐지하고, 집행임원제를 도입했다. 이사회는 의사결정과 감독 기능을, 집행임원은 회사 업무를 전담하는 구조로 정리한 것이다.
남양유업 김승언 대표집행임원. /사진=남양유업
남양유업은 최근 준법·윤리 경영 시스템인 ‘컴플라이언스 위원회(Compliance Committee)’를 발족시켰다. 재무·회계 분야의 불법성을 방지하고, 회사 보안을 강화해 자산을 보호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자사주 소각과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약 231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으며, 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쪼갰다. 발행 주식 총수는 이전의 보통주 67만9731주, 종류주 20만 주에서 각각 679만7310주, 200만 주로 10배 늘어났다.
남양유업 초코에몽. /사진=남양유업
이 같은 노력에 남양유업은 한국표준협회(KSA)로부터 안전보건경영시스템 ISO45001 인증을 획득하는 등 소비자 신뢰도를 차곡차곡 높여가고 있다.
적자 폭을 줄이면서 내실 경영을 다지고 있지만, 외형 성장에서는 더딘 상황이다. 올 3분기 누적 매출을 보면, 7213억 원으로 전년(7554억 원) 대비 4.5% 감소했다. 이 기간 영업손실은 한 해 전보다 18.2%, 순손실은 25.8% 줄이는 데 성공했다.
남양유업은 최근 '불가리스 사태'로 기인한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1심 판결에서 벌금형을 받았지만, 항고하지 않기로 했다. 반면 홍원식 전 회장 일가의 200억 원대 횡령 의혹과 고가 미술품 소유권 분쟁에는 적극적인 대응을 시사했다. 남양유업에 남겨진 '오너 리스크'를 모두 털어내겠다는 의지다.
남양유업 측은 “3분기 영업이익 흑자는 사업 재편, 원가 절감 등 수익성 극대화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책임경영 강화, 주주가치 제고, 수익성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운영 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