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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MZ고객 겨냥 ‘영플라자 승부수’

홍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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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10-04 00:00

저무는 패션시대…젊은층 관심 반영
영캐주얼 접고 ‘맛집’으로 변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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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롯데백화점(대표 정준호) 본점 영플라자가 ‘영캐주얼 쇼핑의 상징’이라는 탈을 벗고 새로운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100여년 백화점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영플라자가 어떤 이력을 또 추가할지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3월부터 서울 소공동 본관과 에비뉴엘, 영플라자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1979년 개점 이래 가장 큰 규모 리뉴얼이다. 올해까지 본관 리뉴얼을 대부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는 에비뉴엘과 영플라자 리뉴얼을 본격 시작할 예정이다.

본관은 ‘프리미엄 전략’을 중심으로 리뉴얼을 진행해 벌써부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올 여름 리뉴얼 1주년을 맞은 ‘남성 해외 패션관’은 전년 대비 매출이 2배 이상 신장했다. 특히 총 31개 브랜드로 리뉴얼을 마무리한 지난 3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 7월 리뉴얼 오픈한 ‘여성 해외 패션관’도 마찬가지다. 롯데백화점은 다양한 카테고리 여성 패션 브랜드들이 혼재돼 있던 ‘여성 패션관’을 재정비해 ‘여성 해외 패션관’으로 새롭게 선보인 후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가까운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리뉴얼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에비뉴엘 또한 리뉴얼을 통해 명품 브랜드 구색을 강화하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처럼 ‘프리미엄’을 주제로 본점 리뉴얼이 하나씩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영플라자 역시 색다른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영플라자는 패션 쪽은 아닌 거 같다.

최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영플라자 건물 전체를 식품관으로 리뉴얼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데, 그 중에 식품관 변경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1020세대 패션 메카 중 하나였던 영플라자가 명동 미식의 중심지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00년 역사 가진 백화점 터
롯데백화점 본점 별관 영플라자가 위치한 서울 중구 남대문로 67. 100년 넘는 시간 동안 백화점 부지로 사용되고 있는 곳이다. 오랜 시간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간판은 계속 바뀌었다.

맨 처음 간판은 조지야백화점(정자옥)이었다. 1904년 일본서 건너온 고바야시 겐로쿠라는 상인이 오늘날 명동으로 불리는 지역에 ‘조지야(정자옥) 양복점’을 오픈한다. 그는 꾸준히 사세를 넓혀 1939년 현재 영플라자가 있는 위치에 대형 건물을 세우고 백화점을 개점했다. 이 때 만들어진 건물 형태가 지금까지 비슷한 외관을 유지하며 남아 있다. 당시 조지야백화점은 미츠코시백화점(현재 신세계 본점), 화신백화점과 함께 국내 최고급 백화점으로 꼽히며 부자들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1945년 광복 후 이듬해 소유권이 국내 기업으로 넘어 오면서 조지야백화점은 중앙백화점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중앙백화점은 일제 적산(일제나 일본인 소유 재산)으로 평가돼 1948년 대한민국 정부에 인수됐고 한때 미군정청 무역부, 미군PX, 미국문화연구소, 한국무역협회 등이 들어와 건물을 사용했다.

이후 1954년 건물을 보유하고 있던 관재청이 대한부동산주식회사와 건물 임대차 계약을 맺었고 대한부동산주식회사는 당시로는 엄청난 금액이었던 1억3000만환을 투자해 건물을 보수한 후 ‘미도파(美都波) 백화점’을 선보였다.

미도파는 ‘메트로폴리탄’과 발음이 비슷한 한자를 차용한 음역어 표현이다. 해석하면 ‘아름다운 도시의 물결’이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이미 미도파 건물에 들어와 있던 무역협회가 자신들 연고권을 무시하고 관재청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며 반발했고 당시 정부가 무역협회 손을 들어주면서 건물은 무역협회로 넘어갔다.

이후 1969년 진흥기업이 건물을 인수하고 진흥기업이 대농그룹 방계 계열사였던 이유로 백화점 운영은 대농그룹 몫으로 넘어갔다.

미도파는 한때 국내 재계순위 10위권에 들었던 대농그룹에 인수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그 시절 미도파는 서울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관광명소로 거듭났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이 성장하자 인수합병을 통해 빠르게 사세가 확장했다. 1975년엔 국내 백화점 브랜드 중 처음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1979년 롯데백화점, 1985년 현대백화점 등 대기업 자본이 잇따라 백화점 사업에 진출하자 점차 경쟁력을 잃어갔다. 결정적으로 모기업인 대농그룹 계열사에 서준 9000억원 보증과 6000억원 차입금으로 재무구조가 불안해지면서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미도파백화점은 부도처리됐다.

이후 법정관리를 받다 2002년 롯데가 인수해 2003년 7개층(지하 1층~지상 6층), 영업면적 3000여평 규모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로 개점하게 됐다. 롯데는 2003년 영플라자를 오픈하고 2005년 롯데백화점 인근 건물을 매입해 명품관 에비뉴엘을 선보이며 소공동 일대에 ‘롯데타운’을 조성해 집적효과를 극대화하게 됐다.

영패션 발상지로 변신
롯데 영플라자는 1020 젊은 여성들을 겨냥해 성공한 일본 도쿄 시부야 패션전문관 ‘시부야 109’를 벤치마킹했다. 이름에 걸맞게 젊은 세대를 위한 맞춤형 공간을 선보였다.

오픈 당시 주요 컨셉트는 ‘Only young style’로 신세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유명 브랜드를 입점시켰고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무인양품’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였다. 건물 전체를 1020 세대를 위한 패션 브랜드로 채웠으며 기존 백화점 인테리어 틀을 깨고 건물 안에서 밖이 보이도록 유리벽으로 건물 외관을 처리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당시 최고 인기 연예인이던 이효리를 모델로 기용해 TV·라디오, 케이블TV, 신문, 잡지, DM, 옥외 광고 및 이벤트까지 기존 점포 오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매체를 동원해 영플라자를 홍보했다.

그 결과 영플라자는 매장당 평균 매출이 수도권 소재 롯데백화점을 웃돌 정도로 흥행하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영플라자 흥행 여파로 2000년대 명동은 전통 브랜드들을 제치고 1020 인기 패션 브랜드가 들어서는 진풍경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영플라자도 내리막 길을 피할 수는 없었다. 영플라자가 주요 타깃 층인 1020세대 유행을 따라가지 못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영플라자 주요 타깃 층인 1020세대에게 영플라자에 가서 쇼핑하는 것 자체가 더 이상 ‘힙’하지 않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그들은 성수, 연남 등과 같은 곳에 있는 전문 매장을 찾거나 이커머스를 통해 최신 트렌드를 쫓았다”고 말했다. 영플라자는 더 이상 ‘영(Young)’한 젊은이들이 찾는 곳이 아니었다.

대세는 맛집…단, 문제는!
롯데백화점은 젊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또 한 번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특히 7층 규모 건물을 F&B(음식료)로 모두 탈바꿈하는 시도는 매우 신선하다는 평가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오게 만들고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라며 “요즘 고객들 발길을 끄는데 맛집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맛집이나 카페가 있으면 그 백화점으로 약속 장소를 잡고 백화점 안에서 체류시간이 늘어나게 되며 이에 비례해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체류시간을 늘리도록 구성한 백화점들 성공사례가 많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의 경우 전체 4만평 중 영화관, 맛집, 온천 등 물건을 판매하지 않는 비물판 시설 비중이 절반에 다다른다.

센텀시티점 오픈 당시 업계는 유통사업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비난했으나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오픈 첫해 매출 5500억원을 기록하고 2017년 연매출 1조를 돌파하는 등 부산 대표 백화점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오픈한 더현대서울도 마찬가지다. 더현대서울은 전체 영업 면적 8만 9100㎡ 중에서 매장 면적은 51%에 불과하고 나머지 공간이 모두 실내 조경이나 고객 휴식 공간 등으로 꾸며져 있다.

특히 더현대서울은 서울 유명 맛집과 카페를 점포 곳곳에 배치해 백화점 전체를 식문화 공간으로 조성했다. 그 결과 MZ세대 고객 방문이 크게 늘며 오픈 1년만에 연매출 80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백화점 중 최단기간 연매출 1조 돌파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롯데는 현명한 판단을 하고 있는 걸까. 아직 알 수 없다. 아무리 맛집 유치 효과가 크다고 해도 백화점 핵심인 패션 부문을 완전히 들어내고 전체를 F&B로 채워넣는 것이 과연 옳은 결정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백화점 매출을 분석해 보면 아주 나쁜 선택은 아닌 것 같다. 패션에 집중하는 것은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사업에서 패션부문(여성정장, 여성캐주얼, 남성의류, 잡화) 매출 비중은 지속 하락하고 있다. 2018년 패션부문 매출 비중은 41%에 달했지만 2019년 37.7%, 2020년 30.6%, 2021년 27.9%로 떨어져 30%대 벽이 무너졌다.

지난 8월 패션부문 매출 비중은 23.9%까지 떨어졌다. 반면 해외유명 브랜드, 즉 명품 부문 매출 비중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18년 19.3%로 20%도 되지 않았지만 2019년 23.3%, 2020년 30%, 2021년 34.6%으로 비중이 빠르게 커졌다. 명품 부문 매출이 빠르게 규모를 키운 이유는 2030세대 때문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2030세대들이 명품을 소비하기 시작했고 이제 그들에게 명품 소비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일상 쇼핑 중 하나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2030세대들은 특별한 맛집 방문을 위해 장거리, 장시간을 이동을 감수한다. 그러므로 본관과 에비뉴엘로 명품 쇼핑을 하러 왔던 고객들이 영플라자로 가서 식사를 하거나, 영플라자에 맛집 방문을 위해 왔던 고객들이 쇼핑을 하러 건너가면서 ‘본점-에비뉴엘-영플라자’로 이어지는 ‘롯데타운’ 선순환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명품을 좋아하지 않는 고객들도 F&B는 구매 단가가 낮아 비용 부담 없이 방문해 소비할 가능성도 높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F&B의 이런 효과를 파악하고 지난해 취임 후 바로 식품부문(신선식품, F&B 등)을 상품본부에서 분리해 대표 직속으로 두기도 했다.

롯데가 진짜 영플라자를 식품관으로 변화시킨다면 관건은 맛집 섭외 능력이다. 인기 맛집, 브랜드를 섭외해야 리뉴얼을 성공시킬 수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더현대서울에 입점한 나이스웨더, 포인트오브뷰 같은 MZ세대 인기 브랜드는 롯데백화점도 동탄점 개점 준비 당시 섭외했던 브랜드들이다.

그러나 더현대서울과 달리 롯데백화점은 입점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F&B는 명품 브랜드들과 비교하면 유치가 비교적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유행이 빠르고 유사 브랜드가 많다”며 “애매한 브랜드가 아닌 진짜 트렌드를 이끄는 맛집을 섭외하게 된다면 집객은 물론 인근 점포 집객까지 확산되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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