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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통 발전 가로막는 ‘유통산업발전법’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기사입력 : 2022-08-01 00:00

[기자수첩] 유통 발전 가로막는 ‘유통산업발전법’
[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지난 7월 21일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은 공식 누리집을 통해 ‘국민제안 톱10’ 정책 투표를 개시했다.

대통령실은 11일간 투표를 진행한 뒤 호응이 높은 3건을 선정해 정책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표 9일 차인 지난달 29일 호응 1위 안건은 ‘좋아요’ 57만 개를 받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다.

대형마트는 지난 2010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각종 규제를 받고 있다. 매월 두 번 의무휴업을 해야 하며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를 받고 있다. 영업시간이 아닌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는 온라인 배송도 금지돼 있다.

법 제정 당시 이명박 정부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함이라고 정책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 법 도입 10년이 넘은 현재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현주소는 어떠한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소매업 총매출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규제가 도입된 2012년 14.5%에서 지난해 8.6%로 떨어졌다. 전통시장이 포함된 전문소매점 비중도 같은 기간 40.7%에서 32.2%로 줄었다.

반면 면세점, 편의점 등은 시장점유율이 늘어났으며 특히 온라인쇼핑이 포함된 무점포소매업 시장점유율이 13.8%에서 28.1%로 2배 이상 늘어났다. 대형마트 규제로 인한 이익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아닌 또 다른 대규모 유통사로 전가된 것이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실시한 ‘유통 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의무 휴업제로 대형마트에 못 갈 경우 전통시장을 방문한다’는 소비자는 전체 응답자의 8.3%뿐이었다.

대형마트가 규제의 덫에 걸린 사이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본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체의 고속 성장에 코로나19까지 더해져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졌고 소비 형태 자체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각종 규제에 막혀 오프라인 매장 존립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유통산업발전법이 국내 유통업에 대한 ‘발전’을 이끌기 보다는 ‘역차별’을 제공한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결국 지난달 초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막는 영업제한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주무부처인 산업부에 권고안을 전달했다.

공정위는 매년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가 있는 법규를 선별해 소관 부처와 개선 방안을 협의하는데 올해는 새벽 배송 규제를 포함한 44건이 경쟁제한 규제로 선정됐다.

공정위는 쿠팡 등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와 달리 대형마트만 영업시간에 제한을 두는 것은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보고 차별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국민제안 톱10’ 정책 투표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투표 1위를 차지하면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소비자들도 이런 흐름을 반기는 분위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발표한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67.8%가 ‘대형마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유로 ‘전통시장·골목상권이 살아나지 않아서’(70.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유통산업 발전을 위해 도입한 ‘유통산업발전법’은 아이러니하게도 대형마트도, 고객도 반기지 않는 법이 되었다. 심지어 목표로 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살리기도 성공하지 못했다.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흐름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국내 유통시장을 점령하며 기존 생태계 질서를 바꾸는 유통 트렌드를 직시해 낡은 규제는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유통업체는 물론 소상공인, 소비자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진정한 ‘발전’법이 되길 기대한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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