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시장이 제시한 ‘신속통합기획’은 민간 주도 개발에 공공이 계획과 절차를 지원하는 방식의 도시정비를 말한다. 사업시행과 설계자・시공사 선정 권한은 모두 주민에게 있는 대신, 서울시는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이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시가 정비사업 초기 단계부터 공공이 주민(조합)을 서포트함으로써 통상 5년 정도 소요됐던 정비구역 지정절차를 2년으로 대폭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공공임대 비율 역시 기존 공공재개발 방식보다 5%가량 낮다.
지난달 25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3-2구역은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방식 재개발 심의를 통과하며 신통기획 첫 정비구역 지정 심의 사례로 기록됐다. 이번 정비계획 통과로 천호3-2구역은 기존 307세대 노후 저층주거지에서 총 420세대(공공주택 77세대), 최고 23층의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복수의 정비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에는 여의도 삼부아파트, 서초 신반포2차아파트 등도 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부아파트는 앞서 선정된 시범아파트와 한양아파트 등에 이어 여의도에서는 세 번째로 지정됐다. 앞서 서울시는 삼부아파트와 인근 목화아파트를 통합재건축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두 아파트 사이의 의견차로 각 단지는 단독 재건축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신반포2차는 지난 1978년 준공된 1572가구 규모 한강변 아파트다. 당초 조합은 기존 가구 수 대비 약 267가구 늘린 1840가구를 늘리는 계획안을 시에 제출했지만, 서울시와 조율을 거쳐 가구 수를 더 늘린 2051가구 선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들 외에도 이미 여의도 시범, 대치 미도, 잠실 장미 1·2·3차, 여의도 한양, 고덕 현대, 송파 한양2차, 구로 우신빌라 등 크고 작은 단지들이 신통기획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최근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차 아파트 재건축사업의 경우 신통기획을 신청했다가 최종적으로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조합이 지난달 6∼30일 진행한 조합원 설문 조사에서 전체 조합원(1380명)의 절반이 넘는 707명이 참여한 가운데 86%가 신통기획 대신 조합 자체 사업으로 재건축을 진행하자는 의견을 냈다.
신속통합기획의 전신으로도 불리는 오세훈표 ‘공공기획’은 이미 지난해 송파구에서 한 차례 주민 반대에 부딫혔던 바 있다. 송파구 ‘오금현대아파트’는 주민들의 예상보다 높은 임대아파트 비율(20.6%) 등의 요인으로 주민들의 반발을 샀고, 결국 공공기획으로 통과되지 못한 채 잠정 보류됐던 바 있다.
이와 관해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은 주택공급 확대 및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비사업 초기단계부터 공공기여와 연계한 도시규제 유연화(층수 등), 절차 간소화를 지원하는 제도로 신속통합기획의 정책 취지에 맞지 않는 지역은 신속통합기획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이번 선거에서도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면서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들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이고, 신속통합기획 추진에도 좀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강남 초고가 단지의 경우 임대비중을 두는 것 자체만으로도 반대 의사를 보이는 주민들도 일부 있어서 이런 분들에 대한 유인책이나 투기꾼들을 차단하기 위한 수단이 수반되야 사업 안정성이 담보될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