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민수 연구원은 "FTA 협상이 완전히 결렬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나 당분간 영국과 EU의 갈등 확대 흐름이 전개될 것"이라며 이같이 관측했다.
특히 영국은 EU탈퇴협정을 무력화시키는 내부시장법안을 발의했다.
현지시간 14일 영국 하원의 제2독회에서 내부시장법안(Internal Market Bill)을 찬성 360 대 반대 243으로 가결시켰다.
내부시장법은 영국과 EU간의 관계를 정립하는 가장 근본적인 합의인 EU탈퇴협정의 일부를 무력화하고, 국제법 위반을 허용하는 조항을 포함한다. EU는 9월 말까지 법안을 수정하지 않으면 법적 분쟁 절차를 밟겠다고 경고했다.
박 연구원은 "영국이 내부시장법안을 발의한 이유는 EU 탈퇴 이후에도 EU 규정이 북아일랜드에 계속 적용되기 때문"이라며 "그 결과 북아일랜드-영국 본토 사이의 무역 장벽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EU 단일시장 내에서는 공정한 무역관계를 위해 영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기업 보조금 지급 정책 등을 활용할 수 없다.
박 연구원은 "영국 정부는 브리튼 본토 섬과 북아일랜드 사이에 발생하는 무역 장벽에 반대한다"면서 "내부시장법안은 수출 명세 신고를 수정하거나 생략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영국 정부는 북아일랜드를 빌미로 EU가 나머지 영국령에서 시행되는 보조금 지급 정책에 간섭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내부시장법안에서는 EU가 아닌 영국 정부의 해석대로 보조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시정했다.
내부시장법안은 FTA 협상에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실제로 존슨 총리는 12일 EU-캐나다 FTA와 같은 포괄적인 FTA가 가능하고, 여전히 자신의 목표라고 언급했다"면서 "더불어 EU가 남은 협상 일정을 중단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번주 비공식 만남에 이어 9월 28일~10월 29일 9차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박 연구원은 "FTA 협상이 완전히 결렬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작년 EU탈퇴협정 체결 과정에서도 존슨 총리는 정치적 갈등을 키웠으나, 결국 양측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도 전일 하원에서 내부시장법안이 ‘보험 수단’임을 강조하며 갈등의 톤을 조절했다. 보수당 의원 2명이 반대하고, 30명이 기권해 여당 내부적으로도 내부시장법안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박 연구원은 다만 "FTA가 체결되더라도 영국 경제에 대한 낙관은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가장 포괄적이라고 평가받는 캐나다-EU FTA에서도 영국 경제에 중추적인 금융업과 같은 산업은 개방되지 않았다. 이에 2018년 11월 영국 정부는 서비스 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이 일반적인 FTA에서 5% 하락, WTO 무역에서 8% 하락한다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EU단일시장을 탈퇴한 후폭풍은 영국의 내년 초 경기 반등을 지연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브렉시트는 유럽 경제의 하방 리스크도 키우는 요인이나, 유로존은 영국 대비 뚜렷한 재정 모멘텀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EU회복기금은 재정취약국을 지원해주고 있으며, 2021년 재정 규약 유예로 독일을 비롯해 전반적인 재정 확대 기조가 경기 회복 모멘텀을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영국 채권시장은 2019년 높은 변동성 끝에 EU탈퇴협정이 체결된 전례에 따라 현재는 대기 모드에 진입했다"면서 "EU가 요구한 9월 말 내부시장법안 수정 기한에 더불어 FTA 협상 기한은 존슨 총리가 10월 15일, 바르니에 EU 협상대표가 10월 말로 언급해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정치적 기한이 임박할수록 영국과 EU간의 갈등은 고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협상의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영국 금리는 뉴스플로우에 주목하며 낮아진 박스권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