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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호 장치 없는 인스타그램 마켓 '카피'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기사입력 : 2019-12-02 00:00 최종수정 : 2019-12-02 00:50

[기자수첩] 보호 장치 없는 인스타그램 마켓 '카피'
[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최근 가을 옷을 난생처음 인스타그램을 통해 구매했다. 옷을 팔고 있던 나의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은 팔로워 수가 20만명에 달하는 인플루언서였다. 프랑스 감성 등을 고스란히 담은 그의 게시물은 '좋아요' 수가 평균 2000개를 훌쩍 넘었다. 정식 화보는 아니지만, 그의 의류 사진에는 자연스러운 무드가 있었다. 옷을 자세히 보여주지 않더라도 구매 욕구를 높이는 게 인스타그램에서는 가능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배송을 기다리는 동안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마켓 게시물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공개 형태로 댓글을 단다. 그런데 갑자기 '이 제품 모 해외 브랜드 제품 아닌가요? 카피 논란 해명해주세요'라는 댓글이 공개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 브랜드는 패션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알아듣지 못할 준명품급 해외 브랜드였다. 원본 의류 사진까지 댓글에 달리자 사람들의 의심은 확신이 됐다. 환불 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판매자가 '자체제작의류'라는 꼬리표를 달고 판매했다는 점이다. '좋아하는 것을 가득 담아 심사숙고해서 디자인했다', '어떤 부자재를 공수하느라 판매까지 시간이 오래걸렸다'는 등의 설명은 '이 옷은 특별하다'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었다. 이 마켓을 오랫동안 찾았던 사람들은 대량생산된 옷을 원치 않는 이들이었다. 조금 비싸더라도 소규모로 제작된 독특한 디자인의 옷을 입길 원해 정규 루트를 찾지 않았던 것이다.

판매자의 해명글은 소비자의 분노를 부추겼다. "모 브랜드 제품을 100% '카피'한 것은 아니다. 다만, '모티브'로 삼은 건 맞다"라는 해명이었다. 알아보기도 힘든 아주 약간의 변형을 '자신의 창작'이라고 주장하는 셈이었다. 하지만 해당 의류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분노하는 지점은 어디까지가 카피냐와는 무관했다. 혹자는 "솔직히 명품 모티브로 만든 옷에 그렇게 거부감이 있는 건 아니다"라며 "자체 디자인이라고 설명하고 판매했다는 데서 속았다는 감정을 지울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련의 사건을 보며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임블리'였다. 쇼핑몰 임블리는 일명 '인스타 팔이 피플' 논란의 시초다. 곰팡이 호박즙 사건과 블리블리 화장품 품질 문제가 논란의 규모 면에서는 더 컸지만, '임블리 메이드' 의류 명품 카피 논란의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임블리 메이드는 자체 제작 의류를 부르는 임블리 고유의 서브 브랜드다. 이 서브 브랜드 의류 구매자들은 임블리의 옷이 구찌 등 명품 브랜드 의류와 디자인이 같다는 문제를 지금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나는 임블리를 믿고 샀는데, 명품 짝퉁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돼 버렸다" 임블리 소비자 간담회 이후 한때는 임블리의 팬이었던 한 소비자가 내게 해 준 얘기다. 당시는 이 말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매 시즌 전 해외 명품 패션쇼를 통해 트랜드가 발표된 이후, 동대문에서는 아주 세부적인 부분까지 똑같은 디자인의 의류가 쏟아져 나온다. 적은 돈을 들여 아름다운 옷을 입고 싶어하는 사람에겐 유혹적인 시장이다. 하지만 카피를 자발적으로 입는 것과 뒤늦게 카피를 알아채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종류의 피해를 보상받을 길은 없다고 봐야 한다. 쇼핑몰 자체 정책상 태그을 떼거나 입고 나간 옷은 환불이 되지 않는다. 임블리 소비자들의 경우 소비자보호원에 끊임 없이 구제 신청을 했으나 보상이나 배상은 제한적이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품을 구매한 뒤 발생한 피해도 마찬가지다. SNS 마켓은 자유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제재를 바라게 되는 사례가 아닐까 한다. 이런 논란이 계속해서 불거지면 그때는 구제 방법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전까지는 날카로운 의심이 필수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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