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앙은행은 예상대로 정책금리들을 동결한 뒤 유화적 입장을 보였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경기 하방 위험을 강조했다.
ECB는 현 금리 수준을 최소한 올해 말까지 유지할 수 있으며 만기가 도래하는 모든 보유자산의 재투자는 첫 금리인상을 시작한 이후에도 상당 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 성장 전망을 둘러싼 위험이 여전히 하락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정학적 요인 관련 불확실성과 보호주의 위협, 신흥국 시장의 취약성 등을 거론하면서 올해 들어 성장 모멘텀 둔화가 확대되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통화정책 부양이 여전히 필요한 만큼 필요하다면 모든 수단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연준의 정책회의 의사록 역시 유화적이었다. 대다수 위원이 올해 기준금리를 변동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의사록은 "대다수의 참석자가 경제 전망 변화, 전망 위험 등에 따라 올해 남은 기간 기준금리 변경을 하지 않는 게 정당하다고 판단했다"고 기술했다.
일부 위원이 경제가 예상대로 장기 추세 이상의 성장을 할 경우 연말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동결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위원들은 또 올해 및 내년 경제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록은 FOMC 위원들이 글로벌 성장 둔화와 재정 부양 효과 감소 영향으로 기존 예상보다 약한 성장을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연준 위원들의 의견이 연내 금리동결로 모아진 가운데 수요측면의 물가 압력은 제한적이었다. 노동부는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비 0.4% 올랐다고 밝혀 예상(0.3%)을 웃돌았으나 근원 CPI는 0.1% 올라 시장 전망(0.2%)을 밑돌았다.
미국, 유럽 중앙은행들의 완화적 태도, 근원 CPI 상승의 한계 등으로 미국채 금리는 단중기 위주로 금리 하락폭을 키웠다. 불 스티프닝 분위기가 속에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4%대 중반을 향해 내려갔다.
코스콤 CHECK(3931)를 보면 미국채10년물 수익률은 3.21bp 하락한 2.4676%를 기록했다. 이는 3월 29일(2.405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채30년물은 1.91bp 떨어진 2.8946%를 기록했다. 국채5년물은 4.19bp 내린 2.2669%, 국채2년물은 4.07bp 빠진 2.3110%를 나타냈다.
유럽 쪽 금리 역시 하락세를 이어갔다. 독일 국채10년물 금리는 1.53bp 하락한 -0.0272%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2.17bp 내린 2.4055%로 내려갔다.
연준이 19~20일 열렸던 정책회의 의사록에서 매우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유로존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향후 금리를 올리더라도 보유자산 재투자를 공언하는 등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금리 정상화와 관련한 '상당한 인내심'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IMF의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 하향 속에 추가적인 하향 가능성을 거론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다음주엔 국내 통화정책 회의가 있다. 우선 한은이 당장 금리 인하로 돌 가능성을 엿보는 시각은 별로 없다.
다만 주요국 통화당국들의 스탠스가 크게 누그러져 있기 때문에 한은의 성명서 등에서 작은 변화라도 감지되면 시장이 이를 확대 해석할 것이란 관측도 보인다.
국내의 경우 재정정책이 우선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으며, 한은이 선제적으로 나서겠다는 시그널을 보여줄지는 의문스럽다.
전체적으로 레벨 부담과 채권에 우호적 환경이라는 구도는 변함이 없다. 외국인 매매와 주가 반등 탄력 등을 주시하면서 등락하는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