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 본관 17층 금통위 회의실에서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번 금리 인상은 한은이 작년 11월 말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인상한 후 꼭 1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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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국내 실물 경제는 설비와 건설투자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앞으로의 성장 경로에 있어 불확실성이 높긴 하지만 최근과 같은 성장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을 통해 앞으로 국내 경제는 지난 10월 전망경로에 대채로 부합해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방리스크로는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과 주요 기업의 투자지출 확대를, 하방리스크로는 글로벌 무역분쟁 심화,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고용여건 개선 지연 및 소비심리 둔화 등을 꼽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목표수준 내외를 보이다가 다소 낮아져 1%대 중후반에서 등락할 것으로, 경상수지는 흑자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의 이번 금리 인상은 당초 금융시장의 예상과 부합하는 결과다.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1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고용,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 악화에 비관적인 경기전망이 늘고 있지만 15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와 한미 금리 차로 인한 자본유출 가능성이 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간 한은은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을 저울질해오면서도 계속 동결을 유지해왔다. 미·중 무역분쟁과 신흥국 금융 불안 등 대외환경이 녹록지 않을뿐더러 경기둔화세와 저물가가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이후 국정감사와 기자회견 등에서 금융안정 필요성 등을 언급하며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왔다.
누증된 금융 불균형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0월 은행 가계 대출 규모는 전월 대비 7조80000억원 늘어났다. 3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151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7%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명목 국민총소득 증가율(3.3%)과 비교하면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여전히 소득증가율보다 크게 높은 데다가 부동산 가격과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한은이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보면 2003년 4분기~2018년 2분기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간 인과관계를 분석한 결과 상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미 한미 간 기준금리는 올해 3월 역전된 데다가 역전 폭은 더 확대되어 왔다. 지난 9월과 10월 한미 금리 차는 0.75%포인트 벌어졌다. 시장에서는 1%포인트를 외국인 자금 이탈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커질수록 외국인 자금유출 압력은 동시에 높아진다.
금융시장은 연준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올해 4번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연준은 지난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으며 3월과 6월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다만 이 총재는 질의응답을 통해 우리나라의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역전 폭 확대로 인한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하고 미국이 다음 달 금리를 올릴 경우 내외금리 차가 1%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금리를 인상한 것은 아니”라면서 “내외금리 차가 계속 확대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역전 폭이 0.75%포인트까지 벌어졌어도 자본유출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우리나라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 국제투자자의 인식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경제활력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내년에는 금리를 인상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무게가 쏠리는 상황이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0.2%포인트 낮춘 2.7%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2.7%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국내 성장률을 기존 3.0%에서 2.8%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은 2.9%에서 2.6%로 낮췄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조동철 위원, 신인석 위원 등 2명이 기준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앞서 금통위가 금리를 인상했던 지난해 11월 회의에서는 조동철 위원 1명 만이 동결 소수의견을 낸 바 있다. 금통위가 금리 인상을 결정한 회의에서 동결 소수 의견이 2명 이상 나온 것은 2011년 1월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이 총재는 경기 하강국면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하강국면 판단 여부는 조금 더 주시해야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내년에 물론 여러 가지 불확실 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경기를 예상해보면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는 국면에서도 교역 시장이 크게 위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2%대 중후반대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 총재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국내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며 아울러 주요국과의 교역여건,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신흥시장국 금융·경제상황,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주의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