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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3000’ 시대를 위한 세 과제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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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11-12 00:00 최종수정 : 2018-11-12 10:21

[한국금융신문 김수정 기자]
“5년 내 코스피 3000 시대를 열겠다.”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2012년 대선에 하루 앞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내건 공약이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지만 코스피 3000 시대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특히 무역전쟁과 강 달러의 이중고 속에서 지난달 코스피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미-중 무역전쟁은 무역 차원을 넘어서 패권전쟁의 성격을 띠면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중국은 경제 규모를 키우면서 특히 첨단산업 경쟁력과 군사력에 있어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큰 위협이다. 중국의 기세를 꺾어야 한다. 세계 최강국을 꿈꾸는 중국 입장에선 미국에 쉬이 굴복할 수 없다. G2에서 촉발된 무역전쟁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조짐이 나오자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기업들 실적전망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금리 인상은 한국 증시에 가장 큰 악재다. 이미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높아지면서 금리역전이 발생했다. 한국을 비롯해 신흥국 증시에서 외국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의 경우 그 유출 강도가 훨씬 거세다. 국내에서도 어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무턱대고 금리를 인상하기엔 내수와 고용이 너무 부진하다.

이리저리 치이면서 코스피는 지난달 31일 2029.69포인트로 9월 말보다 13% 하락했다. 29일에는 종가가 1996.10포인트까지 추락하면서 22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코스닥도 지난달에만 21% 떨어졌다. 외국인이 연일 매도 물량을 쏟아내자 막판엔 개미들도 겁을 먹고 ‘팔자’ 대열로 이탈했다. 지난달 국내 증시에선 총 416조원이 증발했다.

지난 한달 코스피와 코스닥지수의 하락률은 세계 최고였다. 코스닥지수 하락률은 세계 27개 국가·지역의 30개 주가지수 가운데 가장 컸다. 다음으로 베트남 VN지수, 대만 자취안지수가 많이 떨어졌고 그 다음이 코스피였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는 아르헨티나와 무역전쟁 당사자인 중국보다 낙폭이 컸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우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재차 체감하고 있는 이유다.

코스피 2000포인트 기준으로 주가수익률(PER)은 8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다. 금융위기 직후의 밸류에이션과 맞먹는다. 이익창출 능력과 자산가치 대비 가격 메리트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지정학 리스크는 당장 어찌할 수 없으니 차치하고, 이익 능력이 있는데도 주가가 못 오르는 이유가 뭘까. 상장사의 후진적인 지배구조와 인색한 배당성향, 불합리한 거래제도, 조급한 투자성향 등에서 코스피 3000 시대를 위한 선결과제를 찾아본다.

가장 급한 건 기업 지배구조 합리화와 주주환원 확대다. 국내 재벌 대기업은 작은 지분으로 기업집단을 거느린 채 주주의 이익보단 오너의 이익을 중시한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큰 계열사에 비싼 비용으로 일감을 몰아주곤 한다. 그러면서 배당에는 인색하다. 보통 이익의 3분의1을 배당하고 나머지의 절반을 투자하는 행태를 바람하다고 보는데 한국 기업의 배당성향은 20%가 채 안 된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불신이 짙고 장기 투자 유인이 작다.

정부는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불합리한 거래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 최근 대표적인 예로 코스피가 폭락하면서 증권거래세 폐지 움직임에 불이 붙었다. 국내 주식 투자자는 주식 매도 대금의 0.3%를 세금으로 낸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에선 찾아볼 수 없는 세목이다. 증권거래세가 있는 나라도 우리보다 세율이 현저히 낮은데 중국 0.1%, 대만 0.15%, 싱가포르 0.2% 등이다. 투자자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증권거래세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증권거래세는 손익 관계없이 자동으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손절할 때마다 꼬박꼬박 세금을 떼여본 투자자로서 씁쓸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증권거래세 폐지 추진 동력이 수그러들지 않길 기대한다.

개인투자자에게는 약세장에서 두려움에 맞서는 자세와 긴 호흡이 요구된다. 요즘 시장의 눈은 외국인의 수급에만 쏠려있는데 개인도 코스피의 53%, 코스닥의 85%를 차지하는 중요한 수급주체다. 지난달 29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폭락을 주도한 건 개인이었다. 코스피가 맥없이 2000포인트를 내주자 1900선 붕괴의 공포가 개인을 투매로 내몰았다. 시장이 활황을 이어가면 주식투자 관심이 급증하고 고점 도달 전후로 증시와 주식형펀드에 자금이 물 밀 듯 유입한다. 반대로 시장이 침체되면 거래가 뚝 끊기고 주식펀드 환매가 잇따른다. 인내와 고통을 생략하고 단 맛만 보길 원하는 이런 투자행태 때문에 결과적으로 우리 주위에선 주식투자로 자산 증식에 성공했다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강세장을 즐기다가 약세장을 못 버티는 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태도다. 최근 우리 증시 급락은 상장 기업들의 펀더멘털과 큰 상관이 없다. 부화뇌동 식 투매보단 보유하고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고 했다. 기업, 정부, 국민의 3박자만 맞아도 코스피 3000이 언제까지나 신기루는 아닐 것이다.

김수정 기자 sujk@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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