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좌)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홀딩스는 29일 오전 도쿄 신주쿠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부회장의 이사직 해임안을 모두 부결했다. 신 전 부회장의 이사직 선임안 역이 과반수의 동의를 얻지 못 해 부결됐다.
신 전 부회장은 동생 신 회장이 지난 2월 구속된 후 이 같은 요구를 담은 주주제안건을 이사회에 제출했다. 이로써 신 회장은 지난 2015년 8월부터 5차례 열린 신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표대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게됐다.
현재 신 회장은 뇌물공여 혐의로 실형 2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 중이다. 신 회장은 매년 롯데홀딩스 주총에 참석하며 주주들과의 관계를 다져왔지만 이번엔 참석할 수 없게 됐다.
재판부의 보석 인용마저 불발되자 신 회장은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의 서신을 그룹 비상경영위원들을 통해 주주들에게 전달했다. 이날 주총에서 의장이 신 회장의 서신을 대독한 뒤 의안 심의가 진행됐다.
신 회장은 수감 중인 상황에서도 이번 주총을 계기로 한일 롯데의 ‘원톱’ 리더 지위를 더욱 굳히게됐다. 반면 향후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탈환 시도 명분은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의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해온 호텔롯데의 지분 90% 이상을 보유한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은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등으로 이뤄져있다.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은 4%에 불과하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의 최대주주다. 지분율만 놓고보면 ‘신 전 부회장→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로 이어지는 셈이다. 그럼에도 신 회장은 종업원지주회 등의 지지를 얻어 롯데홀딩스를 장악해왔지만,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엄격하게 따지는 일본 기업문화 특성 상 입지가 불안해진 상황이었다.
특히 이번 표대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았던 종업원지주회는 신 회장에 대한 재신임을 확인했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종업원지주회 주주들과 접촉을 시도하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5번째 경영권 분쟁 불씨가 잠재워지면서 신 회장은 앞으로 뇌물공여 혐의와 경영비리 재판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부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 경영진에게 일본 롯데 주주들이 다시 한 번 지지를 보내준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신동주 전 부회장은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해 임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롯데의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일을 멈춰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