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이 부회장의 구속기소로 삼성전자에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한해 매출 200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를 두고 ‘경영 마비’ ‘시계 정지상태’라는 말까지 거론될 정도였다. 그러나 권오현 부회장은 이 부회장을 대신해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해내며 책임경영에 힘쓰는 등 총수부재에 따른 체감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권 부회장을 중심으로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한다. 반도체 등 중추적 역할을 해온 부품 사업의 호황과 갤럭시 노트8 출시가 기대되는 가운데 2분기 실적도 갈아치울 전망이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2분기 잠정 실적발표에서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14조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7.79%, 71.99%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실적인 2013년 3분기 영업이익 10조 1600억원을 가뿐히 넘겼다.
삼성전자 실적 개선 원동력에는 반도체 부문 호황이 주효했다. 권 부회장의 과감한 투자와 사업 확장, 여기에 반도체 시장 슈퍼호황이 겹치면서 올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IT기업 양대 산맥 애플과 인텔을 모두 제치는 쾌거를 이뤘다.
월가 전문가들은 애플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를 각각 50조 7000억원, 12조 2500억원을 예상했다. 인텔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을 16조 5000억원, 4조 4000억원으로 추산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 실적에서 인텔을 뛰어 넘은 것은 1993년 이후 24년 만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매출을 17조 5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텔의 16조 4500억원과 비교, 약 1조원 차이로 앞질렀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만 7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전체 영업이익(14조원) 중 약 60%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당분간 반도체 부문은 삼성전자 실적을 지속적으로 견인할 전망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투자 계획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삼성전자 투자계획 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 1라인 증설로 2021년까지 총 3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어 화성사업장 6조원을 투입, EUV 등 첨단 인프라에 최적화된 신규라인 확보로 미래 반도체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평가다. 향후 5년 동안 예정된 투자만 약 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방미 경제인단에 참석한 권 부회장은 워싱턴 D.C 에서 사우스케롤라이나 주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4300억원 규모의 가전공장 설립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의 제조업 부흥 정책에 따라 발생한 투자기회를 활용하여 삼성이 미국에 짓는 첫 번째 가전공장이다.
이를 통해 미국 프리미엄 세탁기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는 등 북미시장에서의의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입장이다. 오스틴에 소재한 반도체 공장도 2020년까지 1조 7000억 규모의 투자계획도 밝힌 상태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상승도 눈길이 간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주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7월 14일 기준 시가총액은 33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말 253조 5041억원 대비 80조원 늘어난 수치다.
삼성그룹도 올해 들어 시가총액이 100조원가량 불어나며 시가총액 500조 시대를 맞았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주가 고공행진을 보이며 삼성그룹 시가총액 증가를 견인했다. 삼성전자가 그룹 전체 차지하는 비중은 64%에 달하며, 우선주까지 포함하면 71%대에 이른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에도 실적 증가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시가총액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주가도 현 250만원에서 300만원대로 추가 상승 여력이 높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6년 연속 아시아 최고 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기업인 ‘캠페인 아시아 퍼시픽’과 시장조사 전문 기관 ‘닐슨’이 최근 아시아 13개국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가 6년 연속으로 ‘아시아 톱 1000개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캠페인 아시아 퍼시픽 측은 삼성전자의 1위 수상 이유를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소손 이슈를 타개하기 위해 신속하고 투명하며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구사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한 것 △갤럭시 S8을 성공적으로 출시한 것 △뚜렷한 경쟁사가 없었다는 점 등을 꼽았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를 마냥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주장이 거론된다. 총수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오너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 슈퍼사이클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예측할 수 없는 데다 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상태에 과감한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승한 기자 s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