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간 공(功)
“제게 주어진 사명은 IBK기업은행을 대한민국 1등 은행의 반열에 올리는 것이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취임식에서 한 말이다. 이후 권 행장은 본인의 발언을 실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권 행장의 임기 동안 기업은행 순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기업은행은 권 행장 취임 첫 해, 비용절감 등을 통해 2014년에 11.5% 순익 성장률을 달성했다. 2015년에 21%의 순익 성장률을 달성하며 2년 연속 순익 1조원을 넘겼다. 올해는 이미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9245억원을 기록했다. 최종적으로 2016년 순익도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권 행장 임기 시절 순익 1조원 클럽을 달성한 것이 칭찬을 받는 이유는 기업은행 본연의 역할과 동시에 새로운 사업 영역에서도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013년 말 108조 8000억원에서 2014년 말 116조여원, 2015년 126조1000억원, 올해 3분기 말 135조원까지 늘었다. 주로 중소기업들이 신청하는 기술금융에서도 금융위원회가 지난 8월 발표한 실적평가에서 은행권 전체 1위를 차지했고 세부 평가에서 모두 최상위 점수를 받았다. 지난 10월 기준 기업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25조 9169억원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실적이다. 이는 전체 실적 91조 3038억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비올 때 우산을 뺏어간다’라는 은행권이 받는 비판을 떨치고 은행 본연의 모습을 보인 성과다.
보수적인 은행권에서는 투자를 기피했던 문화 콘텐츠 영역에서 새로이 성과를 낸 것도 의미있다. 권선주 은행장이 부임한 이후 IBK기업은행은 영화계에서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문화 투자영역에서 지속적으로 큰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30억원을 투자한 ‘인천상륙작전’뿐 아니라 15억원을 투자한 영화 ‘부산행’도 올해 첫 1000만 영화가 되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에도 영화 ‘베테랑’을 통해 투자 금액 대비 244% 수익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권선주 은행장은 문화콘텐츠 투자에 힘을 실어주었다. 기업은행은 2012년 금융권 최초로 문화콘텐츠산업팀을 만들었는데 권선주 은행장은 취임 직후 이 조직을 ‘팀’에서 ‘부’로 격상했다. 영화계의 마이다스의 손이 될 수 있도록 바탕을 만든 것이다. 기업은행이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전까진 문화콘텐츠산업은 그 위험성으로 인해 1금융권에서 지원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었다. 그러나 기업은행이 2014년부터 지난 6월말까지 영화 등 문화콘텐츠에 투자 및 대출해준 금액은 9584억원에 달한다. 큰 실패는 없고 대박 사례가 여러 번 있다는 점에서 권선주 행장의 문화 컨텐츠 투자 성과는 합격점이다.
◇ 임기 내 과(過)
권선주 행장은 임기 동안 기업은행은 다른 은행들에 비해 행장 개인의 실책에서 오는 CEO리스크가 적었다. 전임 행장도 내부 출신이어서 기반이 잘 다져진 점과 더불어 임기 초부터 박근혜 정부의 지지를 업어 외부적으로 리더십이 흔들릴 일이 적었기 때문이다.
임기 내 구설수에 올랐던 적은 권 행장의 남편인 이화택씨와 관련된 이슈가 대표적이다. 이화택씨는 본인이 경영하고 있는 회사 윌앤비전의 주식을 100% 보유하고 있었는데 권 행장이 기업은행장에 취임한 직후인 지난 2014년 5월 경에 주식 전량을 매각하거나 백지 신탁해 '주식 외조'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직 유관기관으로 분류되는 기업은행 직원과 그 가족이 직무관련성이 있는 주식을 3000만원 이상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매각한 주식은 민유태 전 전주지검장(20%)과 박종규 전 IBK기업은행 부행장(12%) 등 그의 연세대 동문이 사들여 사전에 합의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또 기업은행이 이화택와 관련된 회사와 지속적으로 아웃소싱 계약을 맺은 것도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3년 간 흔들림 없이 기업은행을 이끌어왔으나 임기 말 정부 보조를 무리하게 맞추다가 직원들에게 신망을 잃은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성과주의 확산을 위해 국책기관이면서 동시에 시중은행과도 영역이 겹치는 기업은행이 시범 케이스가 되길 희망했다. 기업은행은 성과연봉제 도입에 속도를 냈고 노조와의 사전협의 없이 임시 이사회를 열어 도입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무리한 추진의 후폭풍으로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6월 사측의 성과연봉제 관련 개별 동의서 강제 징구와 불법 이사회 개최 등으로 권 행장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지난 10월엔 성과연봉제 무효 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가처분 신청 결과는 올해 내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결과에 따라 금융공기업은 물론 시중은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 권 행장 이후 기업은행은 어디로
권선주 행장을 대표하는 단어는 마더십이다. 마더쉽은 ‘마더+리더십'을 합친 단어로 여성 행장이라는 권 행장을 특징을 나타냄과 동시에 그간의 성과를 이룰 수 있던 바탕이다. 마더십을 바탕을 소통에 능한 은행장이라는 이미지가 있었고 실제로 은행 구성원은 물론 박근혜 정부와도 교감을 오랫동안 지속해 온 모습을 보여줬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업은행장이 기술금융이라든가 핀테크에 앞장서고 있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다른 많은 분들도 이 여성 은행장을 좀 본받으라”고까지 말한 바 있다. 이러한 발언 등으로 권 행장이 지난 4.13총선에까지 출마한다는 설까지 돌았었다.
은행장으로 좋은 실적을 쌓아왔으며 친정부 인사라는 타이틀까지 있어 연임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주장도 나왔지만 연임 없이 퇴진하게 되었다. 금융위원회는 김도진닫기

1978년부터 기업은행에 입행해 주요 직책을 거쳐온 권선주 은행장은 27일 기업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이임식을 갖고 기업은행장 자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