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은행 10년 차 직원 희망퇴직 접수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사는 만 55세 이상 임금피크제 대상과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근속 10년 이상이면 신청이 가능한데 이는 전체 국민은행원(9월 말 기준 2만540명)의 3분의 2에 달하는 대규모 접수다.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경우 최대 27개월, 일반직원은 최대 36개월치 평균 통상임금을 받을 수 있다. 규모에 따라 직원 규모가 2만 명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희망 퇴직 신청 자격을 45세 이상으로 한정해 총 1300명이 감원했었다.
다른 시중 은행도 감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도 내년 초 희망퇴직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 초 임금피크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18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미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는 은행도 있는데 SC제일은행은 리테일금융총괄부와 커머셜기업금융총괄본부 소속 직원 가운데 근속연수가 만 10년 이상이며 만 49세 이상 팀장급, 만 50세 이상 부장급을 대상으로 7일까지 희망퇴직 지원자를 받았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200여명 수준이다. 사측은 현재 신청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대상을 선정하고 있다. SC제일은행 희망퇴직자는 최대 50개월치 급여를 퇴직금으로 받고 회사를 떠난다. SC제일은행은 작년 전체 직원의 20% 수준인 961명을 내보냈다. SC가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로는 전체 직원의 34%가 줄었다.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는 지난달 NH농협은행 411명, 농협생명 8명 등 425명의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1월 400여명의 직원을 명예퇴직으로 감원한 바 있다. 광주은행도 지난달 28일까지 98명의 직원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 은행권 호실적, 직원에게는 딜레마
은행권이 관련 인력을 줄이는 것은 영업 환경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비대면 거래가 전체 거래의 90% 가까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예전과 같은 지점 중심의 운영은 한계를 맞았다는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은행들은 기존 영업점들을 재배치하는 허브앤스포크(Hub&Spoke) 전략이나 보험, 증권과 같이 운영하는 복합 점포를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이 경우에도 예전만큼 직원이 필요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 호실적은 인원 감축 시 드는 비용을 충당할 수 있어 은행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희망퇴직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계기가 된다. 올 3분기 국내 은행(시중은행+지방은행)이 벌어들인 당기 순이익은 2조1000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1조1000억원 급증했다. 그러나 수익 규모가 늘어난 이유는 근본적인 변화가 아닌 저금리 기조에서 대출 규모가 늘어 나 예대마진으로 이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도 출범하고 핀테크 확산으로 환경이 급변해 은행들은 우선적으로 인력 감원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은행권에서 희망퇴직 등으로 감원된 인력은 4000여명이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