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입 후 해지금액만 1000억원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에 제출한 ‘ISA 가입자 및 투자금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7월 말까지 은행에 ISA 계좌를 개설했다가 해지한 고객은 7만5000명, 반환된 투자금은 1017억원에 달했다. 해지 고객을 반영하지 않은 은행권 ISA 누적 가입 고객은 222만6천명, 가입금액은 1조 9743억원이었다.
전체 계좌만 보면 해지고객 대비 많은 수가 남아있지만 성장세는 한 풀 꺾이고 해지 금액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월별 신규 가입금액은 7월 들어 확연히 꺾였는데 ISA가 출시된 첫 달인 3월 3770억원에서 4월 4946억원, 5월 4518억원, 6월 4567억원으로 일정 수준 유지되다가 7월에는 1942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반면에 해지 금액은 3월 30억원에서 4월 97억원, 5월 153억원, 6월 319억원, 7월 418억원으로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이러한 하락세는 예상보다 낮은 수익률 때문이다. 실제로 출시 3개월이 지난 국민·기업·신한·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일임형 ISA 수익률을 보면 전체 34개 모델 포트폴리오(MP) 중 12개 MP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왔다. 수익률은 수수료를 공제하고 투자자에게 온전히 돌아가게 되는 수익금 비율을 말한다. 국민은행은 10개 MP 중 고위험 2개, 중위험 2개 등 4개 MP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이 났다.
신한은행은 7개 중 4개, 기업은행은 7개 중 3개, 우리은행은 10개 중 1개의 MP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국민과 신한, 기업은행은 수익률이 1%를 넘는 MP가 하나도 없었다. 은행권 ISA 최고 수익률은 우리은행의 적극투자형 MP인데 이마저 1.38%에 불과하다. 은행은 ISA 출시 이전 일임형 상품 취급 인가가 뒤늦게 결정되서 관련 전문인력을 구하느라 소동을 겪은 바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아직 은행의 전문성이 금융 소비자를 만족시킬 만큼 충분치 않음 보여준다.
금감원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리밸런싱하는 증권사에 비해 은행은 대처가 느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 ISA 전문성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익률 오류 논란의 원인도 기준일에 있었다. 모델포트폴리오 내에 실제 상품을 편입한 날부터 수익률 계산을 하는 게 원칙임에도 상품 출시일을 기준으로 하는 등의 착오가 수익률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이런 실수는 기초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전문성에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박용진 의원은 “서민재산 증식에 도움을 주겠다던 임종룡닫기

◇ 실적채우기 급급한 은행·증권사
ISA에 대한 비판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실 역시 ‘ISA 금융사 임직원 가입현황’ 자료를 통해 ISA 가입 계좌 중 부실 계좌가 많음을 지적했다. 자료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은행에 개설된 자사 임직원 계좌는 6만 9000여개이고, 이중 36%인 2만 5000개의 잔액이 1만원 이하였다.
증권사에는 자사 임직원 계좌가 2만개 개설됐는데, 이중 30%인 6000개의 잔액이 1만원 이하로 조사됐다. 10만원이 넘는 계좌도 35%(7000개) 수준에 그쳤다. 은행 직원이 자사에 만든 ISA 계좌 중 10만원을 초과한 것은 33%인 2만 3000에 불과했다. 이는 적지 않은 금융사 임직원들이 초반 ISA 가입 흥행을 위해 투자라는 원칙보다 계좌 수 실적 올리기에 급했음을 보여준다. ISA가 시판된 지 4개월이 지난 7월 15일 기준으로 은행 임직원 중 자신이 일하는 은행에 ISA를 만든 비율은 61.2%에 달했다.
이들이 가입한 금액은 641억800만원, 1인당 가입액은 92만원이었다. 이에 앞서 금감원이 6월 10일 기준으로 조사한 증권사 직원들의 자사 ISA 가입률은 75%였다.
민병두 의원은 “금융사 임직원의 자사 ISA 가입률이 60~70%에 이르고 1만원 이하 깡통계좌가 많다는 것은 실적 경쟁에 치중한 결과로 봐야 한다”라며 “금융당국은 ISA가 제대로 된 국민 재테크 통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내실있는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ISA관련으로 긍정적인 신호는 7월 중 1달간 늘어난 계좌 가운데 95%가 서민형 ISA일 정도로 서민형 ISA 가입 증가세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ISA가 서민 재산 증식이라는 기대에 부응할 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윤철 기자 raindrea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