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 변화는 통제하기 어려운 가격변수로 분류된다. 이로 인해 한은이 예상한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연 1.3%이 지켜지기 어렵다는 관측과 함께 지난달에 이어 이주열닫기

2일 국제금융센터의 7월 국제원자재시장 동향 및 주요이슈 중 '국제유가 약세국면 재개 여부에 주목' 보고서에 따르면, 7월 29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41.6달러로 전월말 대비 13.9% 감소했다. 브렌트유는 42.46달러로 전월말 대비 -14.5%, 두바이유는 38.68달러로 -17.4%로 하락마감했다.
아울러 지난 1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 인도분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1.54달러(3.7%) 내린 배럴당 40.06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40달러 선을 턱걸이했다.
국제금융센터 보고서에서 밝힌 국제유가 강세요인과 약세요인을 살펴보면 약세를 이끌 요인이 우세한 편이다.
일단 미국 원유 생산 증가 전환 가능성이 있다. 원유생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미국 시추기가 316기(5월 27일)에서 371기(7월22일)로 55기 증가했다.
휘발유 등 석유제품재고 증가로 원유 수요가 둔화될 전망도 나온다. 미국 휘발유 재고는 7월22일 기준 2.41억배럴로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한달 가량 전인 6월10일 2.37억 배럴 이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이 자국의 유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사우디아라비아 OSP(공식판매가격)가 3개월만에 인하된 점도 국제 유가를 끌어내릴 요인으로 거론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8월 아시아지역으로 수출되는 경질유 아랍라이트(Arab Light)의 OSP를 두바이/오만유 대비 +0.2달러로 전월보다 0.4달러 인하했다. 이에맞춰 이란도 0.4달러, 쿠웨이트와 이라크는 0.2달러씩 인하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중앙은행(BOJ)는 추가 완화 통화정책 입장에 따른 미국 달러화 강세 여건도 형성되고 있다.
반면 원유 공급 차질 우려를 빚을 수 있는 MENA(중동·북아프리카) 정정불안 지속이 유가강세 요인 정도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나이지리아, 리비아, 남수단 등의 정정불안이 협상 타결로 원만하게 해결될 경우 공급과잉 문제로 오히려 유가 하락세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급측면에서 국제유가는 2013년 이후 저인플레이션이 지속된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16년 7월)에 따르면, 한은이 물가를 결정하는 요인을 수요 및 공급 측면에서 분석한 결과, 2013년 이후 올 1분기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분(-2.0%p) 중 공급요인(-1.5%p)의 비중은 수요요인(-0.5%p)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급요인 중 국제유가의 기여도 하락 폭이 -0.9%p로 가장 컸다.
이에따라 한국은행이 국제유가 반등 등을 감안해 밝힌 하반기 물가목표가 지켜지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14일 한은 조사국은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소비자물가를 크게 떨어뜨렸던 공급측 요인들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든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는 최근 물가 흐름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2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에 그쳤다. 석유류 가격이 전년 대비 8.9% 급락하며 전체 물가를 0.38%포인트 끌어내렸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6월에 각각 0.8%에 그쳐 3개월 연속 0%대다. 지난해 9월 0.6%를 기록한 이후 10개월 만의 최저치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의 중기(3년) 물가상승률 목표치(연 2.0%)에 최근 물가 오름세가 한참 미달한 데 대해 이주열 총재가 지난달에 이어 10월께 또다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 관계자는 "물가상승률을 예측할 때 공급요인 중 국제유가는 지금까지의 흐름을 통해 미루어 짐작하기 힘든 가격변수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