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캐피탈은 2004년부터 고바야시 마사모토가 대표(사진)를 맡아 12년째 재임하고 있어 CEO 영향력이 크다. 고바야시 마사모토가 한일 롯데간 자금 관련 수사가 시작 직전 일본으로 돌연 출국하면서 롯데캐피탈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정황으로 봤을 때, 고바야시 마사모토 대표가 검찰 수사를 피해 일본으로 출국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검찰은 고바야시 마사모토 대표가 입국하면 고바야시 대표를 소환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수사가 장기화될수록 롯데캐피탈이 CEO리스크를 겪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롯데홀딩스 CFO 고바야시…롯데 실세
고바야시 마사모토 대표는 2004년 롯데캐피탈 대표로 취임, 현재까지 12년째 대표를 맡아 장기집권 CEO로 불리고 있다. 평균적으로 CEO 임기가 3~4년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는 고바야시 대표의 장기 집권은 매우 이례적이다.
캐피탈 업권 내에서 전문 경영인이 장기 재임하고 있는 경우는 김용덕닫기


고바야시 대표는 롯데그룹에서도 핵심 실세로 불린다. 롯데캐피탈 대표 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인 일본 롯데홀딩스 최고 재무책임자(CFO)도 겸하고 있다. 고바야시 대표가 한일 롯데 간 자금이동 고리를 쥐고있는 핵심 인물로 손꼽히는 이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자금관리와 경영권 장악을 막후에서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있는 그는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 ‘형제의 난’ 당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롯데 ‘형제의 난’이 일던 작년 12월 초 신격호닫기

신동주 전 부회장은 고바야시 대표가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와 함께 롯데 그룹을 집어삼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두우에 따르면, 고바야시 대표가 롯데홀딩스 지분을 47.7% 보유한 반면, 신동빈 회장 지분은 1.4%인 점을 들어 고바야시 대표가 롯데에 위협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이라면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를 사실상 고바야시 대표가 쥐략펴략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고바야시 대표의 행적을 살펴보면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그를 경계하는지 알 수 있다. 고바야시 대표는 일본 롯데홀딩스 6대 주주(6%)인 임원지주회 등기이사로 올라있다. 임원지주회 멤버는 2대 주주(27.8%)인 종업원지주회 포함 6명으로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전체 후계구도 판을 흔들 수 있는 조직이다.
고바야시 대표는 일본 종업원 지주회를 장악했고 이를 통해 임원지주회까지 움직인다는 게 업계 전반 의견이다. 롯데그룹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 일본으로 출국한 그는 현재 해외일정 중인 신동빈 회장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동빈 회장과 고바야시 대표가 어떤 연으로 만났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고바야시 대표는 금융권 출신이다.
그는 일본 도쿄 국립대 히토쓰바시 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일본 6대 은행인 산와은행(현 UFJ은행)에 입사했다. 2003년 UFJ 고문을 지낸 뒤, 신동빈 회장의 부름을 받고 롯데에 합류한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에 몸담기 전 노무라 증권에서 일했다는 점에서 고바야시 대표와 금융권에서 인연이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오가고 있다.
◇ 고바야시 중심 경영…수사시 경영위기 불가피
고바야시 대표는 롯데캐피탈을 12년째 이끌고있다. 2003년 카드대란으로 위기에 처한 롯데캐피탈을 정상화시킨 장본인이 바로 고바야시 대표다. 롯데캐피탈은 캐피탈 업계에서 ‘고바야시 중심 경영’으로 알려져있다. 롯데캐피탈 임직원들은 고바야시 대표 진두지휘 아래 움직인다는게 업계 평가다. 캐피탈 업게 관계자는 “캐피탈 업계에서는 특이하게 실무적인 부분까지 고바야시 대표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롯데캐피탈은 캐피탈 업계당기순이익 600억원 이상 순익을 내놓고 있다. 25일 예정된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이후 고바야시 대표 행보에 따라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포석이었는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고바야시 대표는 롯데캐피탈 성장을 견인해왔다. 고바야시 대표는 2003년 롯데캐피탈 상무에 임명되면서 한국에 입국했다. 신동빈 회장은 당시 위기를 겪고 있었다. 당시 한국 롯데그룹 부회장을 맡았던 신 회장은 롯데닷컴 등 신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성과부진으로 경영자로서 시험대에 오르고 있었다. 롯데캐피탈도 2003년 카드대란이 오면서 중심 사업인 개인신용대출사업이 타격을 입고 유동성 위기에 내몰렸다.
2004년 3월 공시된 2003년 롯데캐피탈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캐피탈은 2003년 롯데카드 주식에 대한 지분법평가손실 약45억원이 발생, 롯데카드 회수가능액과 취득가액의 차이금액 약58억원 감액손실로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2003년 롯데캐피탈 당기순이익은 약132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신동빈 회장은 현재 롯데그룹 핵심인 롯데호텔 정책본부 본부장에 오르며 상무였던 고바야시를 롯데캐피탈 대표로 임명했다. 고바야시 대표는 롯데캐피탈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2003년 1320억원 적자를 기록한 롯데캐피탈은 고바야시 체제 이후 개선되기 시작했다.
롯데캐피탈 2004년 적자액은 483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하긴 했으나 전년보다 36.6% 손실을 줄였다. 1200억원 넘는 부실자산을 소각한 것도 고바야시 대표다. 2004년 11월 주주 롯데쇼핑(25.0%), 호텔롯데(16.1%) 등 롯데계열사와 부산은행(13.5%) 등으로부터 2400억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그 결과 자금 조달 평가요인인 신용평가도 2003년에는 한국신용평가 기준 기업어음 신용등급 A2-, 회사채 A-등급(한국신용평가, 한국신용정보 기준)에서 2004년 한국신용정보 기준 A-, 한국신용평가 A- 등급을 받았다. 현재까지도 나이스신용평가 기준으로 회사채 AA-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지주계열이나 캡티브사가 아님에도 롯데캐피탈이 급성장한 데에 의문을 품는 시각도 존재한다. 여신금융협회에 가입된 43개 캐피탈사 중 2011~2015년 5년 간 자산이 2배 이상 급성장한 곳은 롯데캐피탈이 유일하다.
롯데캐피탈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7619억원은 고바야시 대표의 현금중시 경영 철학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캐피탈은 개인신용대출을 주 사업으로 하고있으며, 2003~2004년 카드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개인신용대출이 중심이므로 자금확보 차원에서 현금을 두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석연치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캐피탈업계에서 롯데캐피탈처럼 현금성자산 비중을 10% 이상 유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도 현금성 자산은 총자산 대비 6.7% 수준이다. 경영 전반이 고바야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롯데캐피탈로서는 고바야시 대표가 검찰 조사를 받을 경우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하지만 롯데캐피탈의 성장 이면에는 롯데의 ‘일감 몰아주기’가 지배적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영업이익 상당 부분이 계열사간 거래에서 나왔다. 작년 롯데캐피탈이 거둔 영업이익 1217억원(연결 기준)에서 롯데리아, 롯데물산 등 국내 및 해외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거둔 수익이 전체 영업이익의 25%인 305억원이다. 작년 당기순이익 888억5700만원에서 절반인 464억8900만원은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등 66개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올해 1분기에 롯데캐피탈은 롯데정보통신 포함 롯데그룹 계열사 8곳 상대로 1분기 말 기준 2893억원 대출채권을 발행했다. 그룹 내 계열사 지급보증과 어음할인 해주는 일을 롯데캐피탈이 담당했다. 그룹 계열사 자금융통을 담당하면서 매출과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롯데캐피탈이 일본 롯데 자금을 활용해 한국 롯데에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는 가능성이 높다.
롯데캐피탈은 호텔롯데가 26.6% 지분으로 최대주주이며 롯데쇼핑(22.36%), 롯데건설(11.81%), 부산 롯데호텔(11.47%), 대홍기획(8.23%), 롯데리아(2.64%), 광윤사(1.92%) 순으로 지분보유율이 높다. 신동빈 회장은 0.86%,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0.53%, 신영자 롯데복지 장학재단 이사장이 0.53%로 롯데가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롯데캐피탈 지분보유율이 가장 높다.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