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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은행권 블록체인 물꼬 텄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기사입력 : 2016-04-25 00:38 최종수정 : 2016-04-25 18:46

글로벌 컨소시엄에 국내 금융권 첫 입성
표준화위한 공동대응, 법제도 정비 과제

하나금융, 은행권 블록체인 물꼬 텄다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블록체인(blockchain) 표준을 만드는 글로벌 컨소시엄에 가입하면서 국내 금융권에 핀테크 보안기술 활용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글로벌 은행들이 기술 상용화에 들어갈 만큼 속도를 내는 가운데 우리 은행들도 표준화를 위해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앙통제시스템을 기준으로 한 현행법으로는 새 기술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 제도적 뒷받침도 이어질 전망이다.

◇ 하나, 국내 첫 R3 클럽 탑승…아시아 컨소시엄 관심

블록체인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의 핵심기술이다.

중앙은행같은 공신력 있는 중간관리자가 거래내역을 통합해서 관리하던 전통적인 방식과 달리, 공증이 필요없는 개방형·분산형 네트워크로 온라인 참가자가 거래내역을 서로 공유하는 시스템(P2P)이다. '공개된 거래장부'로 불리는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 정보가 개인들에게 분산되어 해킹이 어려운 만큼 보안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기존 시스템의 보안을 위해 투자되는 거래비용도 줄인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달 15일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 CEV’에 국내 최초로 가입하여 블록체인 기술 활용에 물꼬를 텄다.

지난해 9월 결성된 ‘R3 CEV’는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등 43개 글로벌 금융사가 참여하고 있다. 대형 투자은행(IB)들이 R3와 제휴를 맺고 블록체인 개발과 표준화를 추진한다.

국제금융센터의 ‘글로벌 은행권 블록체인 도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R3 CEV’는 지난 3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40여개 은행 간 채권 거래에 성공하며 블록체인 기술 상용화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활발하게 시험 중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이 ‘R3 CEV’의 유일한 참가국이었는데 이번 국내 은행권에서 처음 가입국이 나오게 됐다. 일본의 경우 SBI 홀딩스가 블록체인 기반 결제시스템 업체 ‘리플(Ripple)’과 합작투자로 ‘SBI리플아시아(SBI Ripple Asia)’를 설립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번 컨소시엄 가입으로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진출 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글로벌 금융회사와 협업체계를 마련하여 글로벌 송금과 보안인증 업무 등에 적용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아시아 중심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 구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블록체인 스타트업과 손잡고 외환 송금서비스 등을 개발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국내 비트코인 전문기업 코인플러그에 15억원을 투자했고, 신한금융지주도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인 스트리미에 5억원의 지분투자를 실시했다

◇ 은행, 기술적 보완과 표준화 위한 공조 필요

블록체인이 현실적으로 금융사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인프라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표준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금융연구소의 ‘블록체인의 개념 및 국내외 금융회사의 도입 사례’ 자료에 따르면, 먼저 블록체인의 고유한 인증방법의 특성 상 거래가 대량으로 발생할 때 거래완료에 시간이 지연되는 문제가 기술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또 기존 은행 전산시스템과 호환되면서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사전 검토가 요구된다.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권의 새 조류로 자리잡더라도 기술적인 빈틈이 있으면 적용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결국 다른 문제보다 블록체인 기술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표준화 작업을 위해 은행 간 협력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으로 적용될 블록체인 시스템이 완전공개 방식이 아니라면 일전 수준의 통제 속에서 금융 사업자 간에 거래방식, 기술합의, 표준정립 등의 과정이 요청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남훈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사업자들은 독자적인 노력보다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공동연구와 표준정립으로 거래의 효율성과 보안성을 높여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금융업계 관계자도 “개별 회사 별로 눈높이가 달라서 실무적인 협의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며 “해외에서도 컨소시엄을 만드는 것은 한 곳이 주도하기 어려워서 그렇다는 걸 염두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중앙집중 전산망 전제된 현행법 개정은 과제

아직 기술개발에 주안점을 둬야 하지만 향후 본격적인 블록체인 도입을 앞두고 법과 제도적 보완도 이뤄져야 할 전망이다. 금융보안원이 올 1월 발표한 ‘블록체인 활용 사례로 알아보는 금융권 적용 고려사항’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중앙집중식 전산 설비시스템을 전제로 규정되어 있는 현행 전자금융거래법 및 감독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감독당국인 금융위원회는 은행들이 서로 블록체인과 관련된 의견을 공유하고 상황을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앞서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 관계자는 “기술제공이 되고 연구도 해봐야 알겠지만 블록체인은 분산원장으로 현재의 중앙원장 기준 자체가 해당되지 않아 거래시점, 효력의 기준, 잘못된 거래 취소 등을 어떻게 봐야 할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규제가 기술을 앞서서 할 수는 없는데다 같은 블록체인이라도 어떤 표준을 선택하고 어떤 수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달리 적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감소 요인도 있지만 기존 수수료 수익을 잠식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온다는 점에서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제도적 보완은 차차 이뤄질 것으로 보며 파급효과가 얼마나 될지 미리 준비하고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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