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적으로 허용할 게 아니라 고객정보 보호는 물론 소비자권익 침해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내부통제 역량이 충분함이 입증된 곳에 우선권을 주자는 것이다. 원칙적 불수용 방침에서 조건부 수용으로 넘어가는 셈이어서 앞으로 정부 정책에 어떻게 수용되고 다듬어질지 주목된다.
◇ 금융지주 시너지 위축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지주회사 시너지 제고를 위한 정보공유체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서 위원은 “금융지주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다각적 노력이 있었지만 지주체제 이점이 십분 발현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업권간 칸막이 규제체계, 자회사 간 기업문화 차이, 금융그룹 전체 보다는 개별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풍토, 불완전한 성과관리체계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어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카드 3사의 대규모 개인정보유출사태는 지지부진했던 금융지주사 시너지 활동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며 “금융지주 내 영업목적 정보공유 제한조치 등으로 과거에 비해 금융지주 시너지 활동이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1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으로 금융지주체제 도입의 핵심 유인인 고객정보공유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지면서 금융사들은 지주 시너지 제고를 위한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일 개최한 금융지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임종룡닫기

그러나 아직까지 이러한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금융위가 발표한 금융지주 칸막이 규제 완화 방안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임 위원장 취임 직후 현장 소통을 위해 실시한 현장점검반의 건의사항 회신에서도 정보공유 완화에 대해선 “사회적 공감대와 국회의 전향적 입법 의지 형성 이후에 추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 비식별화 정의 명확해야
서 위원은 “정책당국이 금융지주 내 영업목적 정보제공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규제 방식에서 벗어나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수준에 따라 허용하는 방식으로 점차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객정보관리와 관련된 금융지주사의 내부통제 체계가 일정 수준 이상 도달했다고 판단되면 자기책임 하에 고객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영업목적 정보공유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궁극적으로 금융지주 내 고객정보공유에 대해 비식별화(암호화) 요건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불가피하게 비식별화해야 한다면 그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금융지주 자회사들은 고객정보를 비식별화한 상태로 그룹 공동DB 등에 제공하고 있는데 어디까지를 ‘비식별화가 완성된 상태’로 볼 것인지 확신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 서 위원의 설명이다. 감독당국이 사후에 ‘비식별화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비식별화된 정보마저 제공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위는 지난 3일 빅데이터 활성화 방안으로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는 고객 동의 없이 이용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놨지만 비식별화 정보가 재식별화될 경우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 인센티브 체계로 정보공유 촉진
서 위원은 정보보호최고책임자의 역할 확장도 주문했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도 고객정보의 최적화된 활용을 위해 규제준수는 물론 데이터의 품질을 제고하고 고객분석을 통합적으로 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회사 간 정보공유가 촉진될 수 있도록 명확한 인센티브 구조 마련도 촉구했다. 서 위원은 “주력 자회사인 은행 등 주로 고객정보를 제공하는 입장에선 고객을 넘겨줘야 하므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금융지주사가 각 자회사들이 보유한 고객정보를 최적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객정보가 자회사에 제공돼 수익이 발생할 경우 정보를 제공한 회사도 수익의 일부를 인정받는 성과관리 방식을 예로 들 수 있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