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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수출보다 내수 불균형·가계빚 바로 잡자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기사입력 : 2015-06-03 22:10

美 금리인상·엔저, 환율대응 발상 구태의연
장기불황 가능성 낮출 현실적 대응책 펼쳐야

[기획] 수출보다 내수 불균형·가계빚 바로 잡자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다면 달러 값이 뛰고 국내에 들어와 있던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위험이 과연 큰 것일까?

금리를 더 낮춰서 유동성을 더 많이 공급하고 환율 수준을 높은 상태(원화가치 절하)를 유지해 줘서 수출기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은 바른 처방일까? 드러나 있는 가계 빚 규모만 따져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정부와 감독당국의 인식은 합리적이라 볼 수 있는가?

지난 시절 경제·금융시장 움직임을 읽고 그에 따라 처방할 때는 의심 받을 게 아니었던 내용이다.

하지만 이제는 어울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응책 또한 현실성 있게 마련해서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의 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어 주목된다. 6월말 현 정부 경제팀이 내놓을 ‘하반기 경제운용 방안’이 지금 예상되고 있는 것처럼 만약 수출 활성화와 해외투자활성화 대책에 무게 중심을 두는데 그친다면 다가오는 구조적 위험에는 더욱 취약해 질 것이라는 경고음이 높아질 전망이다.

◇ 미국 금리인상 충격파 크지 않아

다가오는 하반기 중으로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더라도 곧바로 달러 강세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으며 미국 경제 상황상 약달러 상황이 지속될 개연성이 짙다는 분석이 눈길을 끈다. 또한 글로벌 유동성이 워낙 풍부해진 상황에서 국내에 들어온 막대한 자금이 급격히 이탈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대외요인 급변에 따른 부정적 효과보다는 대내 불균형 심화에 따른 내부 붕괴 가능성을 더욱 걱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대증권 배성진 연구위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단행 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고 강세현상이 지속될 경우 자금유출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과 관련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무조건적인 달러 강세를 유인하지는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 이후 세 차례 금리인상 시기에 두 번은 달러 약세가 진행됐고 1990년대 후반 달러가 강세를 띤 것도 버블 붕괴에 따른 투자위축 영향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미국 당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환율의 가파른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옐런 의장이 금리 인상 언급에 나서게 된 배경이 바로 ‘소득증가→소비자 지출 증가→주가 상승 및 물가 상승’ 선순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고 이처럼 소비 증가 등에 힘입어 기업 대출 수요가 늘어난다면 달러 약세가 그대로 이어질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금리인상→강 달러 본격화’에 따른 국내 유입 자금 유출 가능성 또한 크지 않다는 분석은 또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준안전자산’으로서 위상이 굳건해 진 점을 높이 샀다. 경상수지 흑자, 재정건전성, 외화유동성 등 여러 면에서 다른 신흥국과 달리 남다른 안정성을 인정받으면서 준안전자산 대접을 받고 있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일본과 유럽에 이어 상당수 나라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에 나선데다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각광 받았던 선진국 자산의 경우 일부 국가 부실화로 매력이 떨어졌거나 수익률이 워낙 낮은 가운데 위험요인이 노출돼 있다 보니 우리나라의 준안전자산 위상 강화에 호재 노릇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소 장보형 연구위원은 물론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우리나라 자산이 진정한 준안전자산인지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만큼은 인정했다.

◇ 대내 불균형 극심 탓 내부붕괴 우려

“미 연준 출구전략 본격화 등 글로벌 자금흐름 재편 과정에서 상당한 변동성 충격이 발생하면서 우리의 준안전자산 지위가 시험에 처할 가능성은 있다”고 경계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는 “세계경제의 회복 부진 혹은 중국경제의 경착륙 등에 따른 실물경로를 통한 전염, 나아가 수출과 내수간 불균형 심화나 양극화 등의 대내 취약성 증대 등이 오히려 문제”라고 지목했다.

장 위원은 “일본 사례에서 보듯 위험회피 성향과 결부된 준안전자산 지위는 고령화와 생산잠재력 약화 등에 따른 장기불황 징조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령화와 맞물린 자산가격 상승과 수출-내수 불균형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라면 수출진작 등 수출증시 정책이나 부동산 가격 부양책 등에 매달려선 안된다는 지적도 내놨다. 대내외 불균형이 자꾸만 쌓이면 내부로부터 붕괴를 뜻하는 ‘Implosion’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1980년대 평균 8.77%의 경제성장이 이뤄지던 때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3.53%였던 것이 1990년대 3.66%였고 2010년부터 지난해 까지는 4.04%로 뛰었다. 반면에 성장률은 꾸준히 낮아졌고 결국 2010년 이후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더 높아지는 상황에 이름으로서 내수는 역성장에 기여를 하는 문제가 고착화 됐다는 사실을 증명해 냈다. 장 위원은 심지어 “일본 장기불황 원인이 됐던 증상과 지금 우리나라 현실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단 하나 자산버블 붕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가계부채가 급증했고 정책실패에 따른 내수부진 지속, 인구고령화, 소비지출 부진과 저축 증대 등에선 상당히 닮은 꼴을 이뤘다는 것이다.

◇ 금리 ↓ 환율 ↑ 수출 키우자는 방안 재현?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는 등 구매력을 키워서 내수가 수출과 어깨 나란히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는 체질로 발돋움 시키지 않고 수출 촉진, 자산가격 상승 바람만 불러일으켰다가는 ‘버블 붕괴→장기 복합불황’ 파탄의 길을 뒤밟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금리와 환율 부문에 적극적 정책을 써서 수출진작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전히 만만치 않은 ‘세’를 과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마련한 ‘초 엔저 전망과 대응과제’ 세미나 논의 내용이 대표적이다. 이 연구원 오정근 초빙연구위원은 초 엔저 장기화에 이은 미국 금리인상 등에 따른 수출부진 등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단기적으로 엔화 대비 원화 값이 추가 절상되는 일을 막은 뒤 적정수준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질서 있는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흥국 자금의 급속 이탈이 우리나라에도 함께 일어난다면 비상대응체제를 갖춰서 대응할 수 있도록 애야 한다는 지적도 냈다. 무엇보다 그는 “전향적인 금리 및 환율 정책 조합 운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금융과 환위험 관리 등 금융차원의 지원 필요성도 제기했으며 유망 수출중소기업 기술연구개발 지원과 한계 수출기업의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 지원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출기업 지원과 수출 경기 부양에 치우진 진단과 처방전인 셈이다.

박상현닫기박상현기사 모아보기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지적처럼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수출산업 등 신산업 혹은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는 정책적 노력이 강화”되어 마땅하지만 단기적으로 금리와 환율 뿐 아니라 금융지원까지 망라한 수출경기 악화 방지에 이날 세미나 참가자들의 인식은 집중돼 있었다. 내수를 살려서 실물경제 버팀목을 탄탄히 하는 논의는 엔저 대응과제의 핵심 메뉴가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계부채와 관련한 위험성이 더욱 커졌다는 새로운 분석이 더해지면서 수출경기 둔화에 대한 대응과 더불어 대내 경제 핵심 이슈에 대한 분명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본형 장기복합 불황 우려는 더해 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 서민금융지원 불구 저소득 재무상황 악화

현대경제연구원은 3일 ‘서민금융 지원정책과 저소득층 가계부채’ 보고서를 통해 서민금융지원 정책이 지속되고 일자리 정책이 일부 효과를 거두면서 빚은 줄고 채무상환능력이 소폭 늘어나는 성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더불어서 고금리 가구 수와 비중이 늘었고 생계형 대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사실도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자리 대책 지속 추진을 비롯해 △저소득 자영업자 금융지원 및 경영컨설팅 강화 △원금 상환유도, 서민금융 강화 지속 △생계 곤란한 저소득 가구에 대한 사회안전망 관련 지원의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손꼽았다.

수출과 내수 불균형을 바로잡고 소득 및 일자리 정책을 병행해 장기불황 가능성을 막으려면 취약층 가계 빚 부담에 대한 입체적이고 체계적 정책 대응이 절실하다는 이같은 지적을 정부가 얼마나 수용할 것인가 6월 말 정부 정책 방향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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